현대차그룹, 美IRA 대응 리스 전기차 비중 확대 집중…효과는?

이장호 기자 2023. 1. 29.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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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EV 리스 차지 비중 5%→30% 확대 방침…기아도 "리스 채널 활용"
"시간 벌 순 있지만 미봉책일뿐…'북미조립' 유예 관철돼야 궁극적 해결"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모습. 2021.2.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현대차그룹이 한국산 전기차가 불이익을 받는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 전략으로 리스 차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미 재무부의 IRA 관련 세부지침이 발표되는 3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을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산 전기차라도 리스 차량은 보조금을 받는다.

현대차는 지난 26일 '2022년 4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IRA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전기차가 리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5%를 30% 이상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리스 비중 증가에 따른 중고차 가격 하락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인증 중고차 사업을 확대, 2~3년 후 발생 가능한 중고차 가격 하락 리스크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아도 지난 27일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같은 취지의 방침을 밝혔다. 정성국 기아 IR 담당 상무는 "올해 북미 지역에서 전기차 판매 목표는 5만8000대"라며 "리스 채널을 활용하고 현재까지 판매 동향을 보면 올해 목표는 무리없이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방침들은 지난해 12월 미국 재무부가 IRA의 전기차 세액 공제 규정 관련 추가 지침에서 상업용 친환경차를 구입할 경우 북미 생산 여부를 떠나 세액공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데 따른 단기 대응방안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8월 발효한 IRA 법안은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또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배터리 부품 요건과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전기차 배터리에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한 부품을 절반 이상 사용하면 7500달러의 절반인 3750달러를,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의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하면 나머지 3750달러를 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에 필요한 북미산 제조·조립 부품의 비율은 2024년 50%에서 2025년 60%, 2026년 70%, 2027년 80%, 2028년 90%, 2029년 100%로 매년 단계적으로 올라간다. 핵심 광물의 미국·FTA 체결국 채굴·가공 비율도 2024년 50%에서 2025년 60%, 2026년 70%, 2027년 80% 이상으로 상승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연설하는 모습. 2022. 9. 13.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미 재무부는 애초 지난해 12월에 올해 1월1일부터 실시할 배터리 부품·광물 원산지 관련 세부 규정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발표 일정을 3월로 연기했다. 다만 리스 목적으로 취득한 차량도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추가 지침을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의 리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제대로만 정착된다면 올해 3월이 오기 전까지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IRA가 발효된 지난해 8월 이전에 계약한 물량을 공급하면서 리스 전환이 그사이 많이 이뤄진다면 3월까지는 시간을 벌기 충분하다는 것이다.

S&P글로벌 모빌리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각각 4%, 5%다. 현대차와 기아의 점유율을 합치면 9%로 테슬라의 65%에 이어 2위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체 자동차 시장 규모에서) 미국의 리스 시장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을 정도로 큰 시장"이라며 "그동안 리스에 신경쓰지 않았던 현대차가 미국 평균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전략이 성공하려면 개인 구매자들을 리스로, 내연기관차 리스 희망 고객들을 전기차 리스 고객으로 전환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 중요하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리스 차량 중 전기차 비중을 늘리기 위해선 전기차 공급 물량만 늘려서는 안 되고, 고객의 니즈를 구매에서 리스로, 내연기관 차에서 전기차로 바꿔야 한다"며 "고객에게 전환을 유도하면서 이득이 되는 점이 무엇인지 등 홍보 전략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필수 교수도 "(전체 자동차 시장 규모에서) 미국의 리스 시장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을 정도로 큰 시장"이라며 "법인 차량이나 전문직 종사자 대상 차량 등 여러 포인트에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면 리스 비중을 미국 평균 수준으로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들은 단기적인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현대차그룹과 우리 정부가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북미산 최종 조립' 요건의 3년 유예 안이 관철되지 않으면 현대차그룹이 목표로 삼은 판매 대수 달성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7만대, 기아는 5만8000대 판매를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에는 현대차가 2만9320대, 기아는 2만8708대를 팔았다.

김필수 교수는 "리스 차량 보조금 혜택 포함안은 IRA에 구멍을 냈다는 데 의미가 있는 정도"라며 "궁극적으론 북미산 최종 조립 요건의 유예가 되지 않으면 IRA 문제가 제대로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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