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올·케이프가 당긴 방아쇠… 미래·KB까지 구조조정 한파

이지운 기자 2023. 1. 29.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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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금융권 구조조정, 미풍? 태풍?②] 정규직 희망퇴직은 또 다른 복지?… "인력유출 부작용" 우려도

[편집자주]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은행들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희망퇴직 대상을 넓히고 있다. 경영 효율화와 함께 직원들에게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증권사와 카드사들도 경영 여건 악화를 이유로 자구책인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반면 보험사들은 올해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IFRS17' 시행을 계기로 일시적인 자금 지출을 줄이기 위해 희망퇴직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 겨울 금융권 감원 바람은 미풍에 그칠까, 태풍으로 번질까.

증권사들이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에 잇따라 돌입했다./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 'S대 출신' 권상우 처럼… '40대' 은행원 희망퇴직 러시
② 다올·케이프가 당긴 방아쇠… 미래·KB까지 구조조정 한파
③ 카드·보험도 직원 줄인다… 업권별 온도차 '뚜렷'
④ 고참은 남고 신참·중참은 짐 싼다.… '구조조정'의 역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에 본격 돌입했다. 올해도 부동산 경기 침체와 증시 부진,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위기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만큼 증권사들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인력감원·계약직 전환 등 자구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력감원 신호탄은 지난해 다올과 케이프투자증권이 당겼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영업영업과 리서치본부 폐지를 결정했다. 이들 부서에 소속됐던 임직원 약 30명 중 일부는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되자 계약 만료 전 자진퇴사했다. 다올투자증권 역시 경영 관련 직무 상무급 이상 임원 전원이 경영상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물론 정규직 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하이투자증권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중소형사에 이어 일부 대형사에서도 인력감원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이 10년 이상 근무자 중 만 45세 이상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KB증권도 1982년생 이상 정규직 직원 대상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하나증권은 지난해 신설한 구조화금융본부를 폐지했다. 업계는 증권사들의 희망퇴직이 증권가 전반으로 확산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사 ROE 악화, 몸집 줄이기… "인력 감원 불가피"



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인력감원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증권사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떨어진 증권사도 나왔다. 이에 인력감원은 고정비율을 줄여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기초·기말자본의 평균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들이 자기자본 대비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 보여준다. 증권사들이 불어난 몸집(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26개 평균 ROE는 2021년 3분기 평균 14.7%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7.9%로 줄었다. 평균 ROE가 14.7%에서 7.9%로 떨어졌다는 것은 자기자본 1000원으로 147원의 이익을 얻다가 79원으로 떨어졌다는 의미다.

인력감원 바람은 정규직에 비해 비교적 고용안정성이 낮은 비정규직부터 시작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중소형 증권사는 유동성 확보가 최대 과제로 우선 고정비를 줄이는 게 시급하다"며 "일부 증권사에선 1년 계약직 연장도 힘들어 수익성이 악화한 부서부터 재계약이 불발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증시 호황으로 10년 전에 비해 지난해 증권사들의 계약직은 크게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2년 12월 말 증권사 계약직 수는 7397명에서 지난해 9월 말 1만1472명으로 늘었다. 특히 같은 기간 미래에셋·NH·한국투자·하나·삼성·KB·신한투자·메리츠 등 대형 증권사 8곳의 계약직 수는 4548명에서 6210명으로 36.5% 증가했다.

특히 정규직과 달리 계약직에 대한 인력감원은 회사 측이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단순하게 이뤄진다. 계약 미갱신은 '정당한 사유'를 제시해야 하는데 최근 '자금 시장 경색으로 인한 손실 확대'라는 명분이 떠오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약만료는 해고도 아니므로 법적 부담도 없을뿐더러 퇴사에 대한 위로금이나 퇴직금 지급도 없다.



희망퇴직 또 다른 복지?… 일부 직원 "새로운 기회"



업황 악화로 잇달아 전개되고 있는 증권사 희망퇴직이 직원들의 한몫 챙기기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대규모 이직에 따른 인력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증권사가 희망퇴직자들에게 위로 차원에서 제공한 퇴직위로금은 가히 파격적이다. 때문에 증권맨들 사이에서는 거액의 위로금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말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희망퇴직 신청자는 최대 24개월치 급여와 최대 8000만원의 생활안정 지원금, 5년간 자녀 학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전직을 원하는 직원에게는 3개월 유급 휴직 급여와 전직 지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올투자증권은 희망퇴직을 원하는 직원 중 입사 1년 미만은 월급의 6개월분, 1년 이상~3년 미만은 9개월분, 3년 이상~5년 이하는 12개월분, 5년 초과는 13~18개월분을 보상안을 제시했다. 하이투자증권의 희망퇴직금은 정년까지 남은 근속연수의 60%에 대해 지급되며 최대 36개월 급여분을 지급을 결정했다. KB증권은 월 급여의 최대 34개월분까지 연령에 따라 지급하며 별도로 생활지원금과 전직 지원금 등을 합해 최대 50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증권사들이 희망퇴직자들에게 거액의 위로금을 지급하다 보니 직원들 사이에선 희망퇴직이 새로운 기회라는 인식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육아 문제로 고민하는 직원과 증권업의 비전에 회의를 느낀 젊은 사원 등이 사측이 내건 파격적 대우에 마음이 흔들려 희망퇴직 신청에 대거 나서기도 한다"며 "증권가에서는 1년 안에 이직한다는 각오로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귀띔했다.

업계에선 재무 상태가 안정적인 증권사들이 구조조정을 최소화하면 단기적으로 경쟁력 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황 개선 시 특정 분야에서 우수 인재 유출을 막아 오히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과거 유상호 전 한국투자증권 사장, 김해준 전 교보증권 사장 등 증권사 CEO(최고경영자)들은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도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해 회사 발전에 기여하며 증권업계 최장수 CEO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과거 우수 인재들이 대규모 퇴직금 등 각종 보상을 받고 퇴직한 뒤 이직하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며 "특정 분야의 인력을 줄인 후 경쟁력이 약화하자 다시 채용을 실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lee101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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