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끝나면 中유커는 韓면세점으로 돌아올까? [차이나는 중국]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코로나19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업종 중 하나는 면세점이다. 그동안 국내 면세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발걸음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초로 시계를 돌려보자. 당시 중국이 갑작스레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지하자 국내 증시에서 호텔신라, 신세계 등 면세점 관련주가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유커의 귀환을 기대하는 심리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부터 중국 증시에서 면세점 관련주가 올랐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중국 최대 면세점 차이나듀티프리그룹(CDFG·China Duty Free Group, CDF면세점) 주가는 지난 11월 25일 178.66위안에서 1월 20일 230.5위안으로 약 30% 올랐다. 중국 투자자들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CDFG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급감한 지난 3년 동안 중국은 국내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 자국 면세점을 키웠다. 중국의 면세점 굴기를 대표하는 기업이 바로 2020년부터 전 세계 면세점 1위를 차지하고 있는 CDFG다. 해외여행이 정상화돼도 유커는 한국 면세점 대신 CDFG로 향할지도 모른다.
2위는 롯데면세점(40억4600만유로), 3위는 신라면세점(39억6600만유로), 4위는 스위스 듀프리(37억7600만유로)순이다. 상위 10위 업체 안에 한국 면세점이 4개 포함되는 등 국내 면세업계도 만만찮은 경쟁력을 보였지만, 수익성이 안 좋다. 이 문제는 나중에 다시 살펴보자.
2019년말 코로나19 발생 이후 해외 여행객이 급감하며 전 세계 면세점 업계가 혹독한 겨울을 겪는 와중에 거의 유일하게 성장한 기업이 CDFG다. 중국 정부가 중국인의 해외 소비를 중국 내로 되돌리기 위해 2020년 내놓은 내국인 면세점 육성정책의 영향이다.
그 해 7월 중국 정부는 내국인 면세점 구매한도를 3만 위안(약 546만원)에서 10만 위안(약 1820만원)으로 대폭 상향했고 면세품 종류도 전자제품을 포함하는 등 38개에서 45개로 확대했다. 또한 면세범위를 확대하고 구매가능 수량도 늘렸다. 중국 정부가 관련 정책을 준비해오다가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힌 2020년이 좋은 시기라고 생각해서 그때 발표한 것 같다.
결과는 하이난다오(海南島) 내국인 면세점의 폭발적인 성장이다. 하이난다오의 내국인면세품 매출액은 2019년 135억 위안(약 2조4570억원)에서 2020년 275억 위안(약 5조원), 2021년 495억 위안(약 9조원)으로 불과 2년 만에 267% 폭증했다. 2021년 672만명이 면세품 7045만개를 구매했으며 인당 평균 구매금액은 7368위안(약 134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1~3분기 매출액은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에 272억 위안(약 4조9500억원)으로 줄었지만, 올해는 성장이 점쳐진다.
국내 면세점이 급감한 면세 매출을 늘리기 위해 중국 보따리상인 따이공에게 막대한 '송객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객 수수료는 면세점이 여행사와 가이드에게 지급하는 알선 수수료인데, 요즘은 대부분 따이공에게 지급되고 있다.
최근 국내 면세점 매출의 90% 이상을 따이공이 올리면서 2019년 1조3170억원이던 송객 수수료는 2021년 3조8745억원으로 급증했으며 지난해에는 4조원을 넘겼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도 매출액의 40%에 육박하는 송객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는 수익성 악화다.
지난해 3분기 롯데면세점이 올린 매출은 1조27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9% 늘었지만, 흑자전환에도 영업이익은 358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신라면세점의 매출은 1조19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CDFG는 수익성이 월등하다. 다만 지난해에는 중국 정부의 고강도 방역 정책으로 민간 소비가 급감하며 CDFG의 매출도 줄었다. CDFG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393억6400만 위안(약 7조164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5%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66억7000만 위안(약 1조2140억원)을 기록했다. CDFG은 1~3분기 누적 매출액이라 단순비교는 힘들지만,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이 16.9%로 롯데면세점(2.8%)보다 훨씬 높다.
상하이 증시에서 CDFG 주가가 지난 두 달 동안 30% 오른 것도 올해 중국 면세점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투자자들이 내다봤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CDFG는 전 세계 면세점 매출의 25%를 차지했으며 중국 시장 점유율이 86%에 달하는 독점적 기업이다.
CDFG의 입찰 설명회 참가는 올해 중국의 해외여행 정상화를 앞두고 CDFG가 해외 면세점에서 중국인 매출을 가져오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의 중국인 매출은 46%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CDFG가 정말 입찰할 것인지는 다음달 27일로 예정된 입찰 마감일이 돼야 알 수 있다. 하지만 CDFG의 참석만으로 국내 면세업계가 긴장하는 걸 보면 지난 3년간 중국 면세점이 부쩍 성장한 건 확실하다. 향후 유커를 둘러싼 CDFG와 국내 면세점의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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