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왕따→128만 유튜버..곽튜브의 인생역전 스토리

김소정 기자 2023. 1.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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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핫한 여행 유튜버를 꼽으라면 곽튜브(30·본명 곽준빈)가 아닐까. 구독자수는 128만명, 영상은 보통 하루 만에 조회수 100만회를 넘긴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인기 유튜브 채널 ‘바퀴 달린 입’ 고정 출연까지 꿰찼고, 2월말 첫방을 앞둔 ‘스타 PD’ 김태호의 새 예능 ‘지구마불 세계여행’ 출연자로 낙점됐다. 원룸을 전전하던 그는 얼마 전 한강이 보이는 오피스텔로 이사하며 자신의 ‘성공’을 실감했다.

2020년 6월29일 유튜브에서 학폭 피해 사실 털어놓는 곽튜브/ 곽튜브 유튜브

그런 그가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학창시절 학교 폭력 피해를 고백하면서다. 10년간 괴롭힘을 당해 고등학교 자퇴를 했다는 곽튜브 말에 진행자인 유재석씨는 아무 말 없이 그의 어깨를 다독였다. 방송 후 온라인에는 곽튜브를 응원한다는 위로 글이 이어졌다.

그러나 곽튜브가 학창시절 ‘왕따’였다는 건 사실 팬들에겐 놀라운 이야기는 아니다. 그가 몇 년 전, 이미 유튜브를 통해 학폭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 “저에겐 학창시절 추억이 없어요”

구독자수가 5만명이던 2020년 6월29일. 곽튜브 채널에는 ‘고등학교 자퇴생의 짧은 인생 이야기’라는 제목의 10분짜리 영상이 올라왔다. 곽튜브는 홀로 벤치에 앉아 맥주 한 캔을 마신 뒤, 자신의 아픈 기억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곽튜브 초등학교 졸업사진/곽튜브 인스타그램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몸이 왜소했던 곽튜브는 동급생들에게 늘 공격 대상이었다. 그는 “인격체로 늘 존중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해자들은 매점에서 빵을 사오라고 시키거나, 이동 수업 때 교과서를 옮겨놓으라고 하거나, 곽튜브의 체육복을 빌린 뒤 일부러 돌려주지 않았다. 물리적 폭력도 있었다. 컴퍼스로 곽튜브의 등을 찌른 뒤, 고통스러워하는 곽튜브를 보고 웃었다.

“9년 내내 학교 생활이 좋았던 적이 없어요”

암울했던 중학교 시절을 보낸 곽튜브는 일부러 집과 중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실업계 고등학교를 진학해 새출발을 하기로 결심한다.

고등학교 1학년 초반까지는 해방이었다. 학폭에서 벗어나자 반에서 1등도 하고, 친구들도 그를 재미있어 했다. 그러나 그 행복도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날 같은 반 한 친구가 곽튜브가 잊고 싶었던 중학교 시절 이야기를 꺼낸 것이었다. 그때 곽튜브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감을 느꼈다고 한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곽튜브는 ‘자퇴’를 결심한다. 아들의 아픈 과거를 몰랐던 부모는 당연히 반대했다. 결국 그는 가출을 했다. 감자탕집 아르바이트도, 10만원짜리 월세집도 구해놨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17살인 내가 이렇게까지 망가져야 하냐고. 가출 4일 만에 곽튜브는 부산에 있는 부모에게 전화를 했다.

“밤 9시 집에 전화해 거제도에 있다고 하니 새벽 4시에 오셨어요. 차를 타고 집에 가는데 서로 한마디도 안 했어요”

집으로 돌아온 곽튜브는 처음으로 부모에게 학폭 사실을 털어놓았다. 아들의 아픔을 몰랐던 어머니는 그저 미안해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뒤 곽튜브는 자퇴를 했다. 이후 1년간 삶은 피폐했다. 학폭 피해로 대인기피증에 빠진 곽튜브는 방 밖을 나오지 않고 매일 새벽까지 컴퓨터를 하거나 해외축구만 봤다고 한다.

과거 학폭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오열하는 곽튜브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자신에게 다가온 친구 2명이 수능을 준비하는 걸 보고, 처음으로 대학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곽튜브는 곧바로 검정고시 준비해 합격했고, 바로 수능까지 쳤다. 성적은 형편없었다. 지원한 대학교에도 모두 떨어졌다.

그러나 이번엔 포기하지 않았다. 곽튜브의 의지를 본 부모는 없는 살림에 빚까지 내 입시학원을 보냈다. 1년 뒤, 그는 부산외대 러시아언어통상학과에 진학한다.

이 선택은 곽튜브의 인생을 통째로 바꾸는 계기가 된다.

그는 대학생활을 하며 그동안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이뤄갔다. 외국에 나가는 게 꿈이었던 그는 학교 제도를 이용해 러시아 이르쿠츠크대학교로 유학을 갔다. 유학을 마친 곽튜브는 부산에 있는 러시아 중소기업에 취업해 영업사원으로 일했다. “영업의 인재다” “러시아어 잘한다”며 모두들 그를 좋아했지만, 4개월 만에 그만뒀다.

하고 싶은 게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0대 자체는 버려졌지만, 20대 만큼은 후회의 순간을 만들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의 다음 선택지는 또 공부였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아일랜드로 유학을 떠났다.

“영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어요. 옛날부터 사람들한테 말 거는 게 힘들었는데, 막 걸었어요. 나중엔 잘 되더라고요”

유학이 마무리될 즈음, 그는 외국 회사와 대사관 여러 곳에 이력서를 냈다. 그중 주 아제르바이잔 한국 대사관에서 면접을 보자고 연락이 왔다.

“실업계 고등학교 자퇴생이 대사관을 간다? 이건 제 기준엔 말이 안 되는 거예요. 면접볼 때 마음을 비우고 봤어요. 그냥 면접 보는 것조차 행복했어요”

대사관 재직 시절 곽튜브/곽튜브 유튜브

그러나 결과는 최종 합격. 이날 곽튜브는 부모와 전화하며 펑펑 울었다고 한다. 입사 후 곽튜브 부모 집에는 외교부에서 보낸 입사 축하 화환이 배달됐는데, 이 화환에는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고 적혀 있었다. 이때도 곽튜브와 그의 부모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 대사관 실무관에서 100만 유튜버가 되기까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곽튜브는 2018년 10월24일 유튜브를 시작한다. 이 채널의 이름이 ‘곽튜브’다.

그는 “한국인들이 아제르바이잔에 대해 잘 모른다” “인터넷에 아제르바이잔을 검색하면 나오는 게 없다”며 앞으로 자신이 아제르바이잔 곳곳을 돌아다니며 홍보 영상을 올리겠다고 한다.

2018년 10월24일에 올라온 유튜브 채널 '곽튜브' 첫 영상. 영상에서 곽튜브가 이슬람식 인사를 하며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곽튜브

1년간 40개 영상을 올리며, 유튜브 매력에 빠진 곽튜브는 2019년 말 사직서를 낸다.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세계 여행’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그는 2020년부터 러시아를 시작으로 에티오피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수리남 등 한국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나라를 여행하며, 코로나로 막힌 해외 여행의 갈증을 풀어줬다.

특유의 친화력과 따뜻함으로 현지인과 특히 중년 아저씨들과 친해지는 모습, 다양한 요리를 먹방하는 모습, 여행지에서 외국인들 대부분이 그를 ‘중국인’으로 확신하는 모습, 무계획 여행 등이 곽튜브 채널의 인기 포인트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꾸준히 영상을 올려온 곽튜브는 2년 만에 구독자 100만명을 모으며, 대표적인 여행 유튜버로 자리매김한다.

우즈베키스탄 결혼식에 초대 받은 곽튜브(오른쪽)/곽튜브 유튜브

그가 승승장구하니, 여기저기서 그를 알아본 지인들에게도 많은 연락이 온다고 한다. 그중에는 곽튜브를 괴롭혔던 가해자도 있었다. 그 가해자는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내가 어떻게까지 행동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방송 나온 거 봤는데 좀 미안하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곽튜브는 답장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저는 지금도 용서할 생각이 없다”고 경고했다.

곽튜브의 20대는 치열했다. 그래서 행복했다. 그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쫓아가니까 되더라. 마음도 열리고 사람들이랑도 잘 어울리고. 옛날의 패배주의가 많이 없어졌다”고 했다.

대인기피증을 앓던 학폭 피해자에서 잘나가는 유튜버로 인생 역전에 성공한 곽튜브. 그의 인생 목표는 ‘재미있게 사는 것’이다. 그는 “여행도 그냥 웃기고 행복하게. 새로운 것도 보고, 알던 것도 다시 보고 그런 생각 하며 살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했다.

유튜브 구독자 10만명 달성하면 주는 실버버튼(왼쪽)과 100만명 달성하면 주는 골드버튼을 들고 웃고 있는 곽튜브/곽튜브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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