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뷰]북러 밀착, 정치군사로 대폭 확대 예상… 北 '신냉전' 본격 참전

서재준 기자 2023. 1. 29.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례적 김여정 담화의 함의… 군사협력 심화 가능성
'신냉전' 임하는 북한의 외교전략 변화에 주목할 필요

[편집자주] 기자(記者)는 말 그대로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기자란 업의 본질은 ‘대신 질문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뉴스1뷰’는 이슈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이 더 이상 남지 않도록 심층취재한 기사입니다. 기록을 넘어 진실을 볼 수 있는 시각(view)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27일 발표한 '심야 담화'는 러시아와의 밀착을 심화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강한 의지를 담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신(新)냉전'으로 현 정세를 규정한 북한이 신냉전에 본격 '참전'하겠단 의지가 반영됐단 해석이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북러 간 밀착이 정치 외교적 '입장'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물리적·실질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북러 간 무기거래 동향이 확인된 점을 봤을 때 북러 간 협력이 경제를 넘어 노골적인 군사협력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북미관계 집중하던 北… 달라진 '대미 비난' 관점 눈길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우크라이나에 탱크를 지원하기로 한 미국을 비난하며 미국 때문에 전쟁이 더 심화되고 있단 취지의 주장을 폈다.

북한이 미국의 행보를 비난한 건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김 부부장 담화가 그간의 대미 비난과 다른 점은 자신들에 대한 미국의 '적대적' 행위를 비난 소재로 삼지 않고 북한이 '신냉전'으로 규정한 현 정세와 연관 지어 미국 측 행보의 '불합리성'을 주장하고 나선 데 있다.

그는 미국이 "러시아를 파멸시키기 위한 대리전쟁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의 '신냉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미국이 신냉전 상대방인 러시아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주장이다. 김 부부장은 미국이 이를 위해 서방나라는 물론, '특등 앞잡이'들의 군사잠재력까지 대러 전선에 동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구체적으로 '특등 앞잡이' 국가의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한미일 밀착을 겨냥, 우리나라와 일본이 미국을 '상전'으로 모시고 있다는 주장을 전개해온 것으로 봤을 때 이 또한 우리나라나 일본을 가리키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김 부부장은 "미국만 아니라면 세계는 지금보다 더 밝고 안전하고 평온한 세상이 될 것"이라고며 미국이 국제질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른바 '반(反)제국주의적' 시각도 드러냈다.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그동안 미국의 행동을 북미 양자관계에서 따져 비난했던 것과 달리 '국제정세' 하에서 미국과 북한의 관계를 전제로 해 비난 대상으로 삼았다는 게 특징이다. 그간 북한이 '우릴 공격하는 미국'을 비난했다면 이번 담화에선 '북한의 외교적 동맹인 러시아를 공격하는 미국'을 부각한 게 눈에 띈다.

이에 대해 정대진 원주 한라대학교 교수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이미 수차례 반복한 '민주주의 대(對) 제국주의' 프레임으로 국제질서를 재정의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제정세 조성을 위해 힘을 쏟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백두혈통 외교총괄의 달라진 화법… 막말 사라지고 정제된 '외교 언어' 구사

북한의 대외총괄로서 김 총비서 동생인 '백두혈통' 김 부부장의 그간 담화는 '막말'을 거침없이 구사하는,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언사가 특징이었다. 특히 우리 측을 겨냥한 담화에선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 인격모독적 비난을 가하기도 했다.

이에 못지않게 '형식 파괴'도 김 부부장 담화의 특징이었다. 그는 북한의 전형적 담화 양식, 외교적 언어를 전혀 따르지 않고 마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초안을 그대로 적은 것 같은 담화를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 담화는 '형식'을 굉장히 잘 지킨, 북한의 전형적 담화 형태로 발표됐다. 여러 주제를 나열했던 지난 담화와 달리,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현 정세를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대한 설명에 이어 자신들이 비난 대상으로 삼은 미국의 행동을 외교적 언어로 비판했다. 작년 12월 담화에서 "개나발 불지 말라"는 언사를 구사했던 그가 이번 담화에선 "미국의 처사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정제된 언급을 내놨다.

김 부부장이 직접 나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거론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한미를 주로 상대하던 '대외총괄' 역할이 전반적인 외교 사안, 특히 북한의 국익과 빠르게 직결되는 사안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그의 담화가 '막말'에서 비교적 정제된 언어로 바뀐 건 국제사회에 북한의 주장을 알리는 데 필요한 명분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양상의 변화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이 북한의 대외정책, 대미·대남 등 한반도 정세와 밀접하게 관련될 수 있다는 판단이 개입된 담화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앞으로 우크라이나 관련 사안을 보다 복합적 계산·전략 하에 다룰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러시아와 한 참호에 서겠다"… 북러 군사협력 노골적 확대 시사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번 김 부부장 담화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대목으로 "우린 국가 존엄과 명예, 나라 자주권과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싸움에 나선 러시아 군대와 인민과 언제나 한 전호(참호)에 서 있을 것"이란 문장을 꼽았다.

북한이 정치·경제·사회는 물론, 문화예술·스포츠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투적' 언어를 사용하는 건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의 장기전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를 향한 이 같은 담화는 평소와 달리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옹호하고 주요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러시아 편을 든 데 이어, 최근엔 무기까지 지원하는 등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김 부부장이 최근 미국 백악관이 공개한 북러 무기거래의 '물증'인 위성사진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 또한 예상 밖이다. 위성사진이 공개되기 전까지 '무기거래'설(說)을 '중상모략'이라고 비난했던 것과 사뭇 다른 태도다.

전문가들은 이런 북한의 모습이 사실상 무기거래 사실을 시인하고, 되레 러시아를 향한 군사정치적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이 작년에 제기됐던 우크라이나 내 친러 세력 장악 지역에 대한 북한 노동자 파견, 러시아에 대한 무기 판매 확대 등을 포함한 군사력 지원을 이제 노골적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농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가시적으로 진전되고 있는 북러 군사협력 실체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며 "'한 참호에 서 있을 것'이란 표현은 결국 자신들의 무기 판매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하고, 앞으로도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신냉전' 본격 참전 가능성… 외교전략 변화 주목해야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은 북한이 올해 '신냉전' 구도에 본격적으로 참전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북한이 작년 한해 '자력갱생' 기조로 한미를 향해 강도 높은 '대결전'을 진행했다면, 올해는 중국·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해 대미·대남 '강 대 강' 투쟁을 전개할 수 있단 것이다.

북한이 올해 4월까지 첫 군사정찰위성을 준비하겠다고 예고한 뒤 중국·러시아의 '우주 개발' 사업 현황을 꾸준히 관영매체로 보도하고 있는 것도 북한이 이들과의 밀착을 통한 '신냉전' 구도 외교전을 강화하는 징후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올해 한국전쟁(6·25전쟁) 발발 70주년 등 대미·대남 '적개심'을 고취하는 계기에 북한이 중국·러시아에 대한 관여를 강화하면서 나름의 '신냉전 외교'를 펼 가능성도 있다. 북한과 중·러 간 경제협력 확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과 연계해 그 '반대급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seojiba3@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