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247〉행동경제학과 MBTI의 연관성 그리고 큐레이션커머스

대니얼 카너먼 교수의 '생각에 관한 생각'은 700쪽 분량의 두꺼운 행동경제학 도서다. 그럼에도 모든 페이지가 전혀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다양한 실험과 데이터를 통해서 인간의 비합리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부족하고 결점투성이면서도 과신에다 착각을 일삼는 내용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제한된 합리성이라는 용어가 있다.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할 때 모든 선택지를 고려해서 면밀하게 분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인간은 처음부터 모든 선택지를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한된 선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너먼 교수는 제한된 합리성으로 행동하는 이유에 대해 시스템1, 시스템2로 나누어 설명한다. 인간의 '직관'과 '논리' 양면성이다.

인간의 상반된 성격 및 기능이 바로 직관과 논리인데 실제 최근 몇 년 사이 성격을 분석하는 MBTI 검사가 어마어마하게 인기를 끌었다. 회사에서도 MBTI를 묻고 이에 따라 직원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것이다. 외향성과 내향성을 구분하는 E 및 I, 직관과 논리를 이야기하는 N 및 S의 구분, 공감능력과 이성적 판단을 나누는 F 및 T, 마지막으로 생활 방식에서 체계적으로 판단하고 목표지향적이냐 새로운 변화에 적응적이며 개방성을 띠느냐에 따라 J 및 P로 나누었다.

그래서 누구는 ESTJ의 성향을 가졌으니 공감능력이 떨어진다. 또 다른 누구는 ISFP의 성격을 가졌으니 공감능력이 뛰어나지만 내향적인 사람일 것이라고 판단하곤 했다.

MBTI 인기가 꾸준하게 이어진 이유는 생각보다 정교하게 성격별 특징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MBTI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E와 I는 0점 기준으로 좌로 50점, 우로 50점으로 나뉘어 있다. 즉 누구나 양면성을 띠지만 어디에 더 치우쳐 있으냐에 따라 성격이 구분되는 것이다. 카너먼 교수가 이야기하는 논리, 직관에 대한 시스템 1 및 2 역시 MBTI에서 N과 S로 나뉘지만 이 역시 양면성을 모두 띠고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논리성이 강한지 직관성이 강한지를 구분하지만 인간에게는 모두 이 양면성이 있어서 행동하는 게 항상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 심리학은 서비스 고도화, 특히 큐레이션 커머스 등에 매우 효과적으로 쓰인다. 큐레이션 커머스는 빅데이터 기반의 CRM을 통해 소비자의 소비패턴 중심 협업필터링으로 고객의 클러스터를 세분화해서 추천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는 인공지능(AI)으로 유사한 고객을 그룹화하는 기법이고, 딥러닝을 통해 클러스터 개수를 세분화해서 추천하면 큐레이션 커머스의 추천 정확도는 높아진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예외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외 상황은 고객 이탈과 연결되는데 행동경제학은 이러한 예외 상황을 줄일 수 있다. 실제 큐레이션 커머스에 고객의 MBTI를 반영한 사례들이 있다. 큐레이션 커머스에 행동경제학을 반영한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실제 추천 정확도는 견고해졌다고 한다.

국내 스타트업 소프트자이온은 이러한 개념의 큐레이션 커머스가 가능한 CRM을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공급하고 있다. 소프트자이온의 CRM 서비스 브랜드 '셀비스 ssCRM'은 기존 셀비스 CRM보다 한 단계 진화한 제품이다. 자체 특허인 '효과적인 마케팅을 도출하는 자동학습 시스템' 기술을 적용해 고객 정보 수집부터 분석 및 활용, 마케팅, 기획 등 고객 관리 전 단계에 활용할 수 있다. VIP 등 특정 고객부터 수십만명에 이르는 대량 고객까지 타깃 마케팅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기계학습기반 구매패턴 분석 전자상거래 데이터 기술'에 관한 정보통신(TTA) 표준화로 채택된 바 있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