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구타에 "엄마" 외치며 죽은 흑인 청년…美 바이든 '격노'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미국에서 교통 단속 경찰관들이 흑인 운전자를 집단 구타해 숨지게 한 가운데, 사건 당시 영상이 공개되면서 미국 전역에서 규탄 시위가 들끓을 조짐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분노하며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28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경찰은 지난 7일 흑인 청년 타이어 니컬스(29)를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당시 상황이 담긴 약 67분 분량의 '보디캠'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저녁 8시 30분쯤 난폭 운전으로 정지 지시를 받아 길가에 멈춰선 니컬스의 자동차로 경찰관들이 달려가는 모습이 담겼다.
한 경찰관이 운전석 문을 열고 니컬스의 멱살을 잡고 끌어내자, 니컬스는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경찰관들은 바닥에 엎드리라며 수차례 소리쳤고, 니컬스는 "알았다"고 답했다.
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니컬스와 몸싸움이 벌어지자 경찰관 2명이 "손을 내밀라"고 요구하며 제압하려다 그를 에워싸고 동시에 주먹과 발로 때리기 시작했다.
이어 옆에 서 있던 다른 경찰관이 통증과 눈물을 유발하는 '페퍼 스프레이'를 꺼내 얼굴에 뿌리자 니컬스는 "엄마"라고 외치며 울부짖었다.
한 경찰관은 "너한테 몽둥이질을 해주겠다"고 말하고는 진압봉을 꺼내 들어 위협을 가했고, 축 늘어진 니컬스가 붙들 일으켜지자 다른 경찰관은 얼굴에 폭행을 이어갔다.
현장에서 니컬스에 몰매를 가한 경찰관 5명은 모두 흑인이었다. 니컬스는 체포된 후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옮겨졌고, 사흘 뒤인 10일 신부전과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는 희귀 질환인 크론병을 앓고 있었다. 해당 경찰관들은 모두 해고됐으며, 대배심은 전날 이들을 2급 살인과 가중 폭행 등 혐의로 기소하기로 했다.
니컬스 유족의 변호사인 안토니오 로마누치는 이날 "이 젊은이는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며 "한두 명도 아닌 5명의 경찰관이 합심해 니컬스에게 해를 가했고, 자유와 헌법적 가치를 억압했고, 이는 살인으로 이어졌다"고 규탄했다.
세를린 데이비스 멤피스 경찰서장은 AP 인터뷰에서 "경찰관들의 행동은 악랄하고 난폭했으며 비인도적이었다"고 비판하며, 체포 당시 니컬스에게 적용된 혐의인 난폭 운전과 관련해 보디캠에 촬영된 영상은 없다고 전했다.
또한 데이비스 서장은 니컬스의 차량이 처음 정차했을 때부터 경찰관 10명 정도가 몰려들었다며 "이들이 공격적이고 소란스러운 데다 욕설 표현을 사용하는 바람에 니컬스가 처음부터 매우 겁먹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멤피스와 워싱턴DC, 보스턴 등 도시에서는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거리에서 행진을 벌였다. 미국 내에서는 이번 사건이 전국적인 항의 시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0년 5월 미네소타주에서 비무장 상태였던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했을 때도 전국적으로 시위가 불붙은 바 있다.
데이비스 서장은 시위 가능성을 고려해 사람들이 퇴근과 하교를 마쳤을 시간대인 금요일 오후 늦게 영상을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니컬스의 죽음을 불러온 구타가 담긴 끔찍한 영상을 보고 격분했으며 깊은 고통을 느꼈다"며 "검은색이나 갈색 피부를 가진 미국인들이 매일같이 겪는 공포와 고통, 상처와 피로감을 되새기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영상에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은 정당하다"면서도 "정의를 추구하는 이들은 폭력이나 파괴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앞서 니컬스의 모친, 계부와 통화하고 고인의 사망에 애도를 표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니컬스의 어머니 로번 웰스는 CNN 방송 인터뷰에서 "그들은 아들을 가혹하게 구타했다"며 "온몸이 멍투성이였고, 머리는 수박만큼 부어올랐으며, 목은 부러져 있었고, 코는 'S'자로 휘었다. 살아남았더라도 식물인간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웰스도 ABC 방송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도시를 불태우고 거리를 파괴하는 것은 원치 않으며, 내 아들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나와 타이어를 위해 함께한다면, 평화적으로 시위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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