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김여정 우크라戰 담화…“한반도 전쟁 시뮬레이션 고민 담겨”

입력 2023. 1. 2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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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김정은 의중 반영된 美 규탄·러 지지
러 무기 제공 의혹 침묵…러 지원 노골화할 듯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담화를 통해 북한의 미국 규탄과 러시아 지지 입장을 공식화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 급변이 한반도 긴장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료사진. [평양 조선중앙TV=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담화를 발표한 것을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한반도정세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28일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북한 입장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는 우려와 전략적 고민이 담겨있다고 평가했다.

홍 실장은 “우크라이나 전세 변화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 준다”며 “미국 대 러시아 전쟁 구도, 전술핵 사용 가능성 등은 한반도와 북한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압박과 힘 빼기가 성공한다면, 러시아의 핵보유에도 불구하고 재래식 전쟁에 의해 전세가 결정되는 상황이 된다면, 북한의 핵전략에 대한 생각에도 변화가 필요해진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전황 급변은 동북아와 한반도 긴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비핵보유국인 우크라이나와 핵보유국인 미국, 그리고 역시 핵보유국인 러시아의 대결구도를 한반도에서 비핵보유국인 한국과 핵보유국인 미국 대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의 상황에 적용해 한반도 전쟁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만큼 북한 입장에서 자신의 국익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우려와 전략적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 실장은 북한의 대미·대남부문을 총괄하는 김여정이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전면에 나선 데 대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의 변화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북한의 대외정책과 대미·대남 등 한반도정세와 밀접하게 관련될 수 있다는 판단이 개입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북한이 미 본토에 대한 실제 핵위협을 가할 수 있는 전략국가를 강조하면서 세계 및 지역정세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지닌 국가를 강조함으로써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북한이 사실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중이 담긴 김여정 담화를 통해 러시아 지지 입장을 공식화한 만큼 향후 러시아에 대한 군사지원을 공식화하거나 노골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먼저 “미국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는 러시아 민간군사기업에 무기를 전달하는 정황이 담긴 위성사진을 공개했다”면서 “북한이 그동안 의혹을 중상모략이라며 부인해왔는데 정작 위성사진 공개 이후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이어 “김여정이 미국의 무기 판매 사실 공개에 대해서는 반박하지 않으면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비판하고 러시아 군대와 군사적 연대 의지를 밝힌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결국 무기 판매 정당성을 강조하고 앞으로도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미 백악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러시아와 북한에서 촬영된 두 장의 위성사진을 공개하면서 북한이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와그너 그룹에 무기를 제공했다며 북한의 무기 이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며 압박한 바 있다.

한편 김여정은 전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M1 에이브럼스 전차 31대 지원 구상을 밝힌 것을 빌미로 미국을 규탄하면서 러시아 지지 입장을 공식화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장은 결코 20년 전 미국의 주력 땅크(탱크)들이 활개 치던 중동의 사막이 아니다”며 “미국과 서방이 자랑하는 그 어떤 무장장비도 영웅적인 러시아 군대와 인민의 불굴의 전투정신과 위력 앞에 모조리 불타버려 파철더미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지상공격용 전투장비들을 밀어넣음으로써 전쟁상황을 계단식으로 확대하고 있는 미국의 처사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우리는 국가의 존엄과 명예, 나라의 자주권과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싸움에 나선 러시아 군대와 인민과 언제나 한 전호(참호)에 서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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