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참사 생존자도 죽음으로 몰았다…‘악성댓글’ 막을 법안은?

변문우 기자 입력 2023. 1. 2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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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 의원, 개정안 발의…재난 기사 댓글창 규제
전문가 일각 “표현의 자유 침해 등 허점 보완해야”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지난해 12월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공동취재

지난해 12월12일, 이태원 참사 생존자였던 10대 A군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원인은 악성 댓글로 인한 '2차 가해'였다. 당시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참사 희생자들을 향해 '연예인 보러 갔다가 다치고 죽은 것 아니냐'는 등 여러 질타가 쏟아졌다. 이에 A군은 '친구들을 모욕한다'는 생각에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죽기 전 밝은 모습을 보여서 예전으로 돌아오나 안심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그게 친구한테 갈 결심을 하고 마음이 편안해져서 그랬다는 것을 알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눈물을 삼켰다.

이처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는 물론 포털사이트에도 피해자들과 현장 생존자들을 조롱하는 댓글들이 여과 없이 달렸다. 일부 자극적 기사나 게시물들은 건당 100만 조회수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 같은 '2차 가해'가 참사에서 살아남은 A군을 다시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다만 현재로선 이러한 2차 가해를 막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나 윤리 강령이 딱히 없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재로선 (가이드라인이) 거의 없다"며 "특히 포털에서 인기도를 고려해, 이런 자극적 글들이 올라오는 것을 그냥 내버려 두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인터넷 정보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경우 포털·정보서비스 제공사업자는 비공개 처리 등 임시조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측에서 사실을 소명해 요청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에 일각에선 포털사이트가 직접 나서서 '2차 가해' 여지가 있는 게시물이나 댓글을 강력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포털, 재난 기사 댓글창 운영하면 2000만원 과태료

이러한 목소리에 발맞춰 국회에서도 법안 마련에 나섰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6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포털이나 언론사가 사회적 재난 관련 기사를 게재할 때 댓글 게시판을 운영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포털이나 언론사가 이태원 참사 등 재난 기사에 댓글 게시판을 계속 운영할 경우 2000만원 이상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도 담겼다.

한준호 의원은 "이태원 참사 이후 뉴스 댓글 게시판을 통해 악성댓글과 가짜뉴스가 수없이 유통됐다"며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기사마다 피해 사실을 소명해 언론사와 포털에 일일이 신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 "'재난 기사' 정의 모호…댓글창 기능 축소될 우려도"

전문가들도 해당 법안의 등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조현섭 총신대 중독재활심리상담학과 교수는 "본인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공감은커녕 유족이나 생존자들에게 또 아픔을 주는 것은 상식적으로 옳지 않다"며 "법을 통해 통제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면 당연히 (법안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명호 교수도 "그동안 포털사이트나 언론사에서 자생적인 노력을 하지 않아서 각종 2차가해 상황으로 이어졌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를 막을 수 있게 (포털사이트와 언론사에) 책임을 지우고 규제하는 근거를 법안으로 낸 것은 매우 찬성한다"고 밝혔다.

다만 임 교수는 해당 법안에도 허점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는 법안 속 '재난 관련 기사'라는 표현이 모호한 점이다. 임 교수는 "재난 정의의 경계가 불명확해지면 재난 관련 기사가 아닌데도 (포털사이트에서) 댓글창을 운영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며 "또 재난의 정의 자체도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도 허점으로 꼽혔다. 임 교수는 "댓글창이 제한되는 경우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분들에겐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론을 띄우는 등 장점이 많았던 댓글창의 기능이 축소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임 교수는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겠지만 이런 허점들을 보완해가며 법안을 꼭 시행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참사 유족과 피해자들이 입을 수 있는 2차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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