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한시간 ‘지각 출석’한 이재명…지지자들 경찰과 몸싸움 벌이기도

노자운 기자 2023. 1. 2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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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9시 반 출석 통보했으나 10시 19분 도착
이재명 측 “모든 답변, 진술서로 갈음”
반부패1부 정일권· 3부 남대주 부부장검사가 조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청사 서문에 몰려든 지지자들이 강제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충돌했다. /노자운 기자

28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는 파란 풍선을 든 수백명이 몰려들었다. ‘우리가 이재명이다’, ‘조작검찰 표적수사 중단하라’ 등 응원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든 무리는 음악을 크게 틀고 확성기로 연신 구호를 외쳐댔다. 중앙지검 청사에 진입하기 위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며 아찔한 상황을 여러 차례 연출하기도 했다. 경찰이 사고를 막기 위해 질서를 유지해 줄 것을 재차 호소했지만 음악 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아 아수라장이 됐다.

이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지지자들이었다. 지지자들 틈에 섞여 기념 촬영을 하는 일부 민주당 의원의 모습도 보였다. 길 건너편에서는 보수 단체가 ‘대장동 수괴 이재명을 체포하라’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19분 검은색 SUV 차량을 타고 중앙지검 서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차에서 내린 뒤 몇몇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며 1분 가량 인사를 나눴다. 당초 검찰은 한 시간 이른 9시 30분까지 올 것을 요구했으나, 결국 지각 출석을 한 것이다.

◇ 대장동 의혹 16개월 만에 첫 대면 조사…차장과 티타임도 생략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이날 대장동·위례 개발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이 대표를 상대로 대면 조사를 한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지 1년 4개월 만의 일이다.

이 대표는 청사에 도착해 ‘대국민 입장문’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고 바로 조사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오늘 이곳은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 법치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한 현장”이라면서 “이제 이 나라가 검사에 의한 검사를 위한 검사의 나라가 돼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장동과 위례 사업에 관한 제 입장 검찰 제출할 진술서에 다 담았다. 곧 여러분께도 공개할 것이다”라며 “검찰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지, 객관적 진실이 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대표는 중앙지검 차장과의 티타임 없이 조사에 들어갔다. 통상 검찰이 정치인이나 기업인을 조사할 때는 예우 차원에서 관례적으로 티타임을 제안한다. 이 대표가 지난 10일 성남FC 사건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했을 때도 이창수 지청장이 티타임을 제의했으나, 이 대표 측에서 거절한 바 있다.

중앙지검의 경우 이 대표 같은 ‘거물급 정치인’은 차장검사와, 기업 오너 등은 부장검사와 티타임을 하는 게 통상적이다. 때문에 이날은 고형곤 4차장검사가 티타임을 제안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중앙지검 관계자는 “이 대표에게 9시 30분 출석을 거듭 통보했음에도 지각 출석을 한 상황”이라며 “조사 시간 확보가 더 중요한 만큼 티타임을 제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 측은 조사 전날까지도 출석 시간을 놓고 검찰과 ‘기싸움’을 벌였다. 검찰은 당초 27일과 30일 두 차례 출석할 것을 통보했으나 이 대표 측에서 ‘쪼개기 소환’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28일 출석을 고집했다. 이 대표 측에서는 28일 9시 30분에 출석하라는 검찰의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사안이 워낙 복잡하고 양이 방대해 조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가 동의할 시 밤샘 조사를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중앙지검 관계자는 “오후 9시쯤 돼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A4용지로 100장이 넘는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실무를 이끈 반부패수사1부의 정일권 부부장검사와 3부의 남대주 부부장검사가 조사에 나선다. 이 대표 역시 30장 분량의 서면 진술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FC 사건으로 조사를 받았을 때는 서면 진술서 분량이 6쪽에 불과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검찰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진술서로 갈음하겠다고 밝히며 서문을 공개한 상태다. 이 대표는 성남지청에서 조사 받았을 때도 이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중앙지검 관계자는 “(이 대표가 어떻게 하든) 검찰은 준비한 질문을 충실히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 檢, 이재명 배임·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조사

검찰은 이날 이 대표의 배임 혐의를 중점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대장동 개발 당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1822억원만 가져가고 7886억원은 민간사업자들에게 돌아갔는데,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와 공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성남시가 오히려 개발이익 5503억원을 공공 환수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대장동 사업을 공공 개발하려 했으나 성남시의회 다수당이던 새누리당(국민의힘)이 반대해 민관 개발을 진행했고, 막대한 개발이익을 민간 사업자가 독차지할 수 있었으나 자신이 이를 막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이 대표가 제1공단의 공원화를 위해 측근들을 통해 민간업자들에게 성남시의 내부 기밀을 유출하고 용적률 상향 등 업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혐의(부패방지법 및 이해충돌방지법 위반)도 적용해 조사할 방침이다.

당초 대장동 개발 사업은 대장지구 개발과 성남 수정구 1공단 공원화 사업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16년 1공단 공원화 사업을 분리했고, 결국 대장동이 먼저 개발됐다. 이 때문에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이 1공단 수용보상금 차입 부담을 덜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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