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막걸리로 러브샷했던 권력 2인자...돌연 낙마한 까닭은 [신짜오 베트남]

홍장원 기자(noenemy99@mk.co.kr) 2023. 1. 2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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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응유옌쑤언푹 전 베트남 주석이 베트남 총리실에서 총리 시절 부회장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나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짜오 베트남 - 230]베트남이 공산당 일당 독재의 나라라는 것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베트남 내부에서는 그래도 우리는 ‘당내 민주주의’가 지켜지고 있다는 디펜스 발언이 나오곤 합니다. 공산당 외에 다른 정치세력이 권력을 쥘 수 없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러가지 제도적 장치를 통해 공산당 안에 권력 분점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최근 베트남에 불어닥친 ‘부정부패 척결’ 피바람 속에 친한파 베트남 주석이 날아가면서 베트남 권력이 한쪽으로 집중되는게 아니냐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절대 권력을 틀어쥔 중국과 비슷해지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지난 17일 베트남 권력 서열 2위인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국가주석은 사임의 뜻을 밝혔습니다. 푹 주석이 자리를 내놓을 것이란 소문은 지난 13일 이후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13일 베트남 정치국회의가 열렸는데 이날 주석이 탄핵될 예정이라는 소문이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대외적으로는 푹 주석이 사임이란 절차를 거쳐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공개됐지만 사실상의 이유는 부인의 부정부패라고 합니다.

최근 베트남 정부는 강도높게 부정부패 척결의 뜻을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에 드라이브를 건건 베트남 서열 1위인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입니다. 그는 지난해 11월 열린 반부패 중앙 운영위원회에서 부패 범죄 척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이후 이달 초에는 외교 등을 담당하는 팜빈민 부총리와 교육 등을 맡은 부득담 부총리가 동시에 경질되기도 했습니다. 판빈민 부총리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울면서 공식석상을 뛰쳐나갔다는 얘기가 돌 정도입니다.

베트남의 국가서열은 1위 공산당 서기장, 2위 주석, 3위 총리 등으로 이어집니다. 이번에 물러난 푹 주석은 2016년 총리직에 올라 2020년 4월 국가주석에 취임한 베트남의 살아있는 권력이었습니다. 총리 재직 시절 한국 기업인과의 스킨십에 나서면서 ‘친한파’라는 별명이 붙었고 특히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과는 막역한 사이를 과시하며 한국 매스컴에도 자주 노출됐던 인물입니다.

박항서 감독(왼쪽)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응유옌쑤언푹 전 베트남 주석. <연합뉴스>
베트남 축구대표팀 경기가 있을때마다 관중석에서 열렬하게 응원한 모습이 자주 카메라에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공식석상에서 그가 박 감독과 포옹한 사례는 손에 꼽기 힘들정도로 많습니다. 지난달 푹 주석은 한국에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러브샷하는 응유옌쑤언푹 전 베트남 주석.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2위 푹 주석 사임 이후 서열 3위인 판민찐 총리도 자리에서 물러날 거란 전망을 제기합니다. 그 역시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자리를 보전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에 물러난 푹 주석이 언젠가 1인자 자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현 1위인 응유옌푸쫑 서기장도 서열 2위 주석을 거쳐 지금 자리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서열 1위 서기장의 강도 높은 사정 칼날아래 2인자를 비롯한 고위급 관료들이 줄줄이 밀려나고 있습니다. 빈자리는 공안 출신, 국방 출신 관료가 속속 메우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문제는 이같은 사정 국면이 이어질 경우 한국 경제에 불안한 그림자가 비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은 중국, 일본과 더불어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가중 하나입니다. 밀려난 푹 주석은 확실히 한국과 친했습니다. 그가 내치를 담당하는 총리시절 많은 한국기업들이 베트남에 공장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푹 주석은 밀려났고, 이제 권력은 1위인 쫑 서기장에 집중되는 분위기입니다. 쫑 서기장은 지난해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양국간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을 골자로 협약을 맺었습니다. 원래 1인자 서기장은 10년까지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특례조항을 들어 최대 임기 10년을 넘어 2011년 이후 서기장 3연임에 나선 상황입니다. 여러모로 시진핑 주석과 닮은 꼴이 된 셈입니다.

응유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쫑 서기장이 1944년 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라는 점입니다. 일각에서는 그가 건강에 큰 문제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베트남 고위층 물갈이가 순식간에 일어나는 가운데 1인자 쫑 서기장 신변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베트남 권력의 축은 갈 곳을 모르고 흔들리게 됩니다.

정치의 불안함은 한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가 베트남에 투자하는 것을 망설이게 하는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베트남에 상당한 투자를 해놓은 한국 입장에서는 요동치는 베트남 내부 권력 다툼을 더 불안한 눈으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베트남의 부패 척결 정국은 어떤 경로로 흘러가게 될까요.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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