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정이’ 故 강수연과 함께였더라면”[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3. 1. 28. 09: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배우 김현주,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김현주에게 OTT플랫폼 넷플릭스 새 영화 ‘정이’(감독 연상호)는 단순히 필모그래피 중 하나가 아니었다. 작품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눈동자가 말갛게 변했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듯, 말도 잠시 끊어졌다.

“누구보다 강수연 선배가 궁금해했던 작품이었어요. 오랜만의 선배 복귀작이라서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거든요.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와서 정말 기쁩니다. 만약 강수연 선배도 함께였더라면, 이 생각을 하루에도 몇번씩 하는데요. 아마도 강수연 선배가 다 모이자고 해서 함께 작품을 봤을 것 같아요. 그 떨림, 설렘 등 모든 감정을 함께하고 싶어했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저와 류경수를 계속 칭찬해줬을 거예요. 아마도 그랬을 거라고 경수와 얘기하긴 했는데, 사실은 잘 모르겠어요.”

김현주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갑자기 하늘의 별이 된 고 강수연에 대한 그리움과 고마움, ‘정이’를 향한 애틋함, 그리고 연상호 감독, 류경수에게 보내는 애정 등 솔직한 감정들을 꺼내놨다.

배우 김현주, 사진제공|넷플릭스



■ “연상호 감독과 두번째 협업, 신뢰가 더 깊어졌어요”

연상호 감독의 전작 ‘지옥’에 이어 ‘정이’로 두번째 만남이다. ‘멜로퀸’이란 기존 이미지를 지우고 여전사 ‘정이’로서 액션 연기뿐만 아니라 A.I. 로봇 연기까지 도전해내야만 했다.

“연상호 감독은 내게 아무도 주지 않은 캐릭터를 덧씌우려고 할까 궁금해졌어요.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이 사람은 본 건가’란 생각도 들었고요. 막상 시나리오를 보니 또 너무 흥분되더라고요. 시의성 있는 작품이고, 성공 실패 여부를 떠나서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동안 다져진 팀워크가 있는 만큼, 연상호 감독에 대한 신뢰감은 더욱 깊어졌다고도 했다.

“한국에서 나오기 어려운 장르물이기도 하고, 로봇 연기와 용병이라는 이미지를 내게 덧입혔을 때 이미 선입견을 가진 대중이 어떻게 볼지에 대한 걱정이 개인적으로 있었어요. 그럼에도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염려되는 부분은 연 감독을 의지하고 맞춰가면 되지 않을까 싶더군요. 물론 넷플릭스란 플랫폼 자체가 한국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다양한 나라에 보여지는 터라 나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아서 해볼만하다는 생각도 함께했고요. 내가 못하는 것들도 액션 대역이나 CG효과 등이 채워줄거란 생각으로 용기를 내서 도전했죠.”

상대역인 류경수의 연기력에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상훈’이란 캐릭터는 재미없어야 맞는 인물이라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류경수는 인물을 분석하고 MBTI까지 정해서 연기를 하더라고요. 신기했어요. 연기를 똑똑하게 잘하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죠.”

배우 김현주, 사진제공|넷플릭스



■ “강수연, 제겐 전설이었지만 선배 아닌 동료로서 늘 대해줬어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그가 입을 뗄 때마다 고 강수연에 대한 그리움도 조금씩 묻어났다.

“처음 함께 연기한다고 했을 땐 믿을 수가 없었어요. 제겐 그저 전설 속의 인물이었으니까요. 그야말로 한국 영화계 대들보 아닌가요. 그 앞에서 제가 연기할 거란 생각은 하지도 못했거든요. 그래서 겁이 나기도 했어요. 잘할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선배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 걱정이 날아갔죠. 이미 선배는 우릴 정말 좋아해줬고, 편안하게 대해줬으니까요. 저도 연차가 있다보니 후배들이 더 많아서 어른스러운 척 해야하는 상황이 많은데, 선배 앞에서만큼은 귀여움 떨 수도 있어서 행복했어요. 류경수는 나보다 선배와 나이 차이가 더 많이 났음에도 어려움 없이 연기할 수 있었고요. 그런 장을 마련해준 게 바로 선배에요. 선배는 우리들에게 선배 아닌 동료배우로 늘 있었줬죠.”

강수연의 유작이라는 점에서도 작품에 대한 애착이 더 깊어지는 그다.

“극 중 ‘서현’(강수연)이 ‘정이’에게 귓속말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연기할 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A.I. 로봇이라 반응하면 안되는데, 제 뒤에서 선배의 체온이 느껴지면서 귓속말로 대사를 하니 울컥함이 올라오더라고요. 강수연 선배도 똑같이 느꼈는지 ‘널 보면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해’라고 했고요. 그 장면 볼 때마다 그 현장이 생생히 떠올라서 더 슬펐던 것 같아요.”

그런 마음 때문일까. 흥행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호불호가 갈리던 말던 더 많은 사람에게 이 작품이 퍼졌으면 한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정이’는 계속 제 마음에 남아있는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제게 연상호 감독, 류경수, 강수연 선배를 남겼으니까요. 선배와 같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아서, 작품적으론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객관성을 완벽히 잃었어요. 물론 더 많은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작품은 그런 걸 떠나서 욕해도 좋으니 더 많은 사람이 보고 공유했으면 좋겠네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