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체크]미국에서 불 붙은 '가스레인지 사용 금지' 논란…왜?

CBS노컷뉴스 조태임 기자 입력 2023. 1. 28. 09:03 수정 2023. 1. 29.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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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 '가스레인지 판매 금지' 발표했다가 번복
가스레인지, 메탄 누출 우려・소아 천식 연관성
가스레인지나 전기레인지 모두 조리시에는 오염물질 발생
조리할 때 '레인지 후드 등 배기시설', '환기' 필수
CBS 주말 뉴스쇼 모아모아 팩트체크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 대담 : 선정수 (뉴스톱 기자)
◇조태임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주제를 준비했나요?

◆ 선정수 > 미국이 가스레인지를 금지한다는 보도가 나왔었습니다. 가스레인지의 유해성에 관해 갑론을박이 많았는데요. 이참에 싹 정리해봤습니다.

◇조태임 > 네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할 주제인데요. 왜 미국에선 가스레인지를 금지한다는 보도가 나왔나요?

◆ 선정수 >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9일(현지시간)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가 호흡기 문제 등을 이유로 가스레인지의 판매 금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태임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 조금 낯설게 들리는데요. 어떤 기관입니까?

◆ 선정수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onsumer Product Safety Commission, CPSC)는 소비자제품안전법에 의거해 설립되어, 제품 안전기준 제정, 소비자 교육프로그램 개발, 위해 유발 제품 리콜 등의 소비자안전 업무를 관장하는 미국연방정부기관으로, 소비자안전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기관입니다.

◇조태임 > 가스레인지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우려는 많이 있었는데…그 때문인가요?

◆ 선정수 >그렇습니다.

◇조태임 >이게 8일에 보도된 거니까…보도된 지 좀 지났는데요. 미국 내에서 반응은 어때요?

◆ 선정수 > 일단 공화당에서 굉장히 극렬한 반대가 나왔습니다.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정부가 '우리집에서 가스레인지를 빼앗아 가는 것을 반대한다'면서 서명 운동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미국 텍사스주 공화당 하원의원인 '로니 잭슨(Ronny Jackson)'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절대로 가스레인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여론이 악화하자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 알렉산더 호엔-사릭 위원장은  "CPSC는 가스레인지를 금지할 생각도, 그럴 계획도 없다"라고 물러섰습니다. 백악관도 "바이든 대통령은 가스레인지 금지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고요.

◇조태임 >후폭풍이 어마어마하네요. 당분간 가스레인지 금지 정책을 펼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그런데 미국에서는 지역마다 정책이 다른데 가스레인지를 금지한 지역이 있다고요?

◆ 선정수 > 뉴욕시 의회는 2021년 조례를 하나 제정했는데요. 2024년부터 신축건물에 난방용, 온수공급용 천연가스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입니다. 2019년에는 캘리포니아주 버클리 시가 미국 최초로 신축 건물에서 가스 사용을 금지하는 조례를 시행했습니다.

민주당이 장악한 지역 의회에서 가스 대신 전기를 의무화하는 조례가 잇따라 채택되고 있고요. 샌프란시스코와 새크라멘토 등을 비롯해 캘리포니아에서만 약 50여개에 달하는 도시가 신축 건물에 가스 사용을 금지했다고 합니다.

◇조태임 >미국에서 민주당은 탄소 배출을 줄이자고 주장 하는데 그런 맥락인가요?

◆ 선정수 > 네, 미국 민주당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가정 등 건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체의 13%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체 가구의 절반 정도인 약 4000만 가구 정도가 가스레인지를 사용하고 있고요.

전기레인지를 사용하는 가구는 5% 정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가스레인지 대신 전기레인지를 보급하면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식의 접근인 거죠.

◇조태임 > 전기레인지라는게 인덕션이라고 부르죠. 우리나라는 최근 전기레인지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상황이 어떤가요?

◆ 선정수 > 우리나라는 도시가스 보급률이 워낙 높다보니 가스레인지가 대세를 이루고 있었는데요. 2017년 무렵부터 전기레인지 도입이 빨라져서 2021년부터는 연간 판매량에서 전기레인지가 가스레인지를 앞섰다고 합니다. 신축 건물이나 리모델링을 할 때 빌트인으로 전기레인지를 넣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조태임 >우리나라는 이 가스레인지 문제를 탄소 배출 보다는 건강 차원에서 접근하잖아요.

◆ 선정수 > 그렇습니다. 애초에는 전기레인지 업체들이 가스레인지에 관한 비방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가스레인지에서 일산화탄소가 나온다. 주방에서 가스를 사용하는 것이 폐암의 원인이다.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면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뭐 이런 내용들로 전기레인지를 비방했습니다. 그러다가 가스업계에서 이 업체를 공정위에 신고했고요.

공정위는 조사 결과 실증자료 없이 광고를 한 것으로 결론을 내고 시정조치를 내렸습니다. 당시 가스업계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 '주방공간에 조리시 발생되는 유해물질 검증' 용역을 맡겼는데요.

그 결과 주방공간에서 발생되는 유해물질은 조리기기에서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음식물 재료의 조리과정에서 발생되고 가스레인지 및 전기레인지 모두 음식물 재료로 인한 유해물질이 발생됨을 검증한 바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2019년 발표한 <공동주택 환기설비 매뉴얼> 굽기나 튀김 요리를 할 때 유해물질 농도가 더욱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매뉴얼 캡처

◇조태임 > 이건 가스레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요리 과정에서는 모두 유해물질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얘기인 듯한데… 그런데 이번 미국 사례에선 가스레인지의 유해성에 대해 또다시 주목을 하고 있다는 거죠?

◆ 선정수 > 두 가지 연구 결과가 이번 논란을 촉발시켰는데요. 첫 째는 지난해 1월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Technology)' 저널에 게재된 <가정의 가스레인지, 쿡탑, 오븐에서의 메탄과 질소산화물 배출>이라는 논문입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는 60% 이상의 가정이 가스로 요리하고 있는데요. 사람들은 특히 다른 가스 기구들보다 스토브(가스레인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되는데요. '포름알데히드(CH2O), 일산화탄소(CO), 질소산화물(NOx)' 등 연소 중에 형성되는 화합물, 또는 천연가스에 포함된 성분들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또 가스레인지(gas stove)를 꺼 놓아도 메탄이 누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조태임 > 또 다른 논문은요?

◆ 선정수 > 지난해 말 '환경 연구와 공중 보건 국제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에 발표된 보고서는, 가정 내 가스레인지 사용은 아이들의 천식이 증가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보고서는 "미국 내 12% 이상의 소아 천식이 가스레인지 사용에 기인한다"며 "간접흡연으로 인한 소아 천식과 유사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조태임 > 천식, 메탄 유출,,,이런 얘기 들으니까 무서운데요.가스레인지 사용이 건강에 좋지는 않은 거네요.

◆ 선정수 > 네 그렇게 봐도 무방합니다. 그래서 민주당 정부는 건강 유해성을 등에 업고 가스레인지를 미국의 주방에서 퇴출시키려고 하고 있는 것이죠.

◇조태임 > 가스레인지 쓰는 가정이나 가스업계는 좀 당황스럽겠는데요.

◆ 선정수 > 네 저도 주방 살림한지가 14년 됐는데요. 이번에 이사한 집에 전기레인지가 설치돼 있더라고요. 그 전까지 10여년 동안 가스레인지를 써왔습니다.

그런데 사실 가스레인지의 유해성은 워낙 오래전부터 이야기가 나오던 겁니다. 폐암 발병 여성 가운데 70% 이상 연구에 따라 많게는 94%까지가 비흡연자였다는 결과가 나와있는데요. 미세먼지와 조리 도중 발생하는 연기가 주요한 원인으로 추정이 되고 있습니다.

◇조태임 > 가스레인지와 전기레인지로 조리할 때 발생하는 오염물질의 차이는 뭘까요?

◆ 선정수 > 일단 직접 불에 굽지 않는다면 조리 중에 음식에 열이 가해지면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은 같습니다. '조리흄'이라고 부르는 미세한 기름 방울과 수증기, 여기에 휘발성유기화합물도 생성될 수 있습니다. 가스불에 석쇠를 얹고 고기 또는 생선을 굽게 되면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라고 부르는 발암물질이 생성되죠.

가스레인지는 천연가스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포름알데히드가 생성될 수 있고요. 천연가스가 대부분 메탄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꺼 놓은 상태에서 누출된다면 실내로 메탄이 유출되는 거죠.

◇조태임 > 가스레인지에서 유해물질이 더 많이 나온다고 보면 되겠네요. 그런데 전기레인지도 조리 중에 유해물질이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고요.

전기레인지와 가스레인지 어떻게 하면 유해물질 걱정을 덜 수 있을까요?

◆ 선정수 > 가스레인지 또는 전기레인지 위에 배기시설 있죠. 레인지 후드, 어르신들 후앙이라는 말도 쓰시던데요.

조리할 때는 꼭 배기시설을 작동시키시고 가능하면 자연환기 또는 기계환기를 같이 해주시는 게 좋습니다. 레인지 후드 켜고 창문 열고, 신축아파트 같은 곳은 열교환기가 들어있는 기계환기 시설이 있거든요. 이걸 함께 작동시키면 조리할 때 발생한 유해물질 농도가 굉장히 빨리 낮아집니다.

조리시 주의사항, 국립환경과학원 안내서 캡처

 
◇조태임 > 미국에서는 환경문제와 가스레인지 사용을 연결시킨다고 하셨는데, 탄소중립 차원에서 보면 가스레인지 어떻습니까?

◆ 선정수 > 탄소중립 차원에서 보면 가스레인지는 탄소를 함유한 천연가스를 태우는 것이죠. 그래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이고요.  전기레인지는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정에서 직접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전력 생산량의 60% 정도가 석탄, 가스에서 나옵니다. 원전이 30% 정도 되고 신재생에너지는 7% 정도 됩니다. 전기레인지를 사용한다고 해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죠. 그런데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늘어나고 화석연료 비중이 축소된다는 걸 전제로 말씀드리면 탄소중립시대에는 전기레인지가 더 어울린다고 봐야겠죠.

◇조태임 > 네. 오늘 기억할 건, 요리를 할 때는 환기 장치 켜는 것과, 창문을 열고 조리하는 게 좋다는 점. 실생활과 아주 밀접한 팩트체크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팟캐스트, 오디오클립을 통해 다시듣기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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