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강성 지지층에 끌려다니면 폭망”...이 대표 결단에 달렸다 [핫이슈]

박정철 기자(parkjc@mk.co.kr) 2023. 1. 2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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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죽비같은 일침을 날렸다.

유 전 사무총장은 26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21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작년 대선 때 정권을 빼앗긴 데 대해 “강성 지지층에 끌려다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먼저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강성 지지층을 ‘양념’으로 표현한 발언을 문제삼았다.

유 전 사무총장은 “저는 문 대통령의 어록 중 가장 가슴 아팠던 게 양념, 그걸 그렇게 소중하다고 표현한 것”이라며 “그것에 대해 조금은 더 심각하게... (대응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19대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 극성 지지자들이 당내 경선 상대 후보들에게 문자폭탄과 악플을 보낸 것과 관련해 “경쟁을 흥미롭게 해주는 양념같은 것”이라고 했다.

당내 경선 구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기위해 극렬 지지층의 언어폭력마저 두둔한 셈이다.

유 전 사무총장은 또 “조국 사태를 비롯해 위성정당 창당,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 당헌 개정 등도 모두 민주당이 강성당원과 소수 권리당원들의 요구를 수용하며 일방적으로 끌려다닌 결과”라며 “하지만 그게 망하는 길이었다”고 일갈했다.

그는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21대 총선 당시 황교안 대표가 이끌었던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진 것도 자기네 지지층 중 가장 과격한 태극기 부대에 가고, 툭하면 거기에 휩쓸려 광화문에 갔다가 폭망한 것 아니냐”며 “중도 민심이 떠난 것”이라고 했다.

당파를 떠나 ‘개딸’ ‘태극기부대’’ 같은 극단적 팬덤에 휘둘리게 되면 민심과 괴리돼 결국 선거에서 매서운 심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같은 당 안팎의 고언은 귓등으로 흘린 채 여전히 ‘마이웨이’를 외치고 있으니 답답하다.

민주당이 지난해 ‘기소되면 직무가 정지’되도록 한 당헌 80조 폐지를 밀어붙인 것도 강성 지지층과 친명계 의원들의 입김 탓이 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개발의혹, 성남FC 후원금의혹 등으로 기소되더라도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고 내년 총선 때까지 계속 당을 이끌 수 있도록 ‘방탄막’을 쳐준 것이다.

‘위인설헌’(爲人設憲)이나 다름없다.

지난 2021년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자신들에게 귀책사유가 있으면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고쳐 무리하게 후보를 냈다가 참패한 아픔은 벌써 까맣게 잊은 듯 하다.

어디 이 뿐인가.

이재명 대표가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할 때 “변호사 한 명만 데리고 조용히 가서 조사받겠다”고 했는데도 강성 지지층과 친명계 인사들은 또다시 검찰청사 집결을 독려했다.

강성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출석 시간과 장소를 공지하며 “참석 의원과 불참 의원을 가려 심판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 대표의 검찰 불출석을 주장하던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우리가 이재명이다’라는 제목의 포스터까지 올리고 집단적 위력 과시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했다.

국회 과반을 차지하는 민주당이 지금처럼 강성 지지층과 친명계 위세에 눌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극단적 지지세력과 친명계가 자신들만이 ‘선’이요 ‘정의’라는 착각에 빠져 쓴소리하는 사람들을 ‘수박’(민주당인 척 하지만 속내는 국민의힘)으로 낙인찍고 솎아내려고 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를 허물고 민주당을 자멸로 이끄는 지름길이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선 그토록 ‘불통정권’이라고 파상공세를 퍼부으면서 정작 자신들은 더 편협하고 독선적인 모습을 일삼고 있으니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어느 조직이든 강성세력이 주도하는 ‘집단사고’(group think)에 빠지면 비판적 사고능력이 고장나고 집단내 감상주의가 득세하며, 편파적 신념과 정서에 휘둘려 열성 행동이 판을 치게 된다. (프리기야 아가왈 ‘편견의 이유’)

‘우리’와 ‘저들’이라는 이분법 구도를 만들어 집단 바깥의 세상을 적으로까지 규정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많은 국민들이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묵인하거나 정당화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근 브라질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 수천명이 민주주의 근간이자 삼권분립의 상징인 대통령궁과 의회. 대법원에 난입해 쑥대밭을 만든 것도 ‘팬덤정치’의 해악이 얼마나 큰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컬트 집단’(광신적 종교집단)과 다를 바 없는 극렬 지지자들의 무소불위식 횡포와 폭력을 통제하려면 정치 지도자의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

특히 민주당으로선 이 대표가 강성 지지층을 자신의 ‘호위무사’로 삼아 사법리스크를 피하고 당내 권력 기반까지 다지려는 정략적 발상을 버려야 이들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27일 전북 군산 공설시장을 찾아 “이제 국민이 나설 때가 됐다”며 되레 호남표심을 자극하고 ‘팬덤정치’를 부추기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통합과 상생보다, 분열과 대립을 조장해 개인의 안위를 지키고 정파 이득을 챙기는 지도자와 정당은 결코 다수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그런 정당에는 희망과 미래보다 ‘절망’과 ‘퇴보’만 있을 뿐이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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