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사라진 마을의 기록
◀ 김필국 앵커 ▶
명절에 고향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실향민들이 있죠?
그 실향민들 중에는 금단의 땅으로 묶인 비무장지대, DMZ가 고향인 분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이곳 DMZ엔 한국전쟁 전까지만 해도 마을이 많았다는데요.
정부가 그 기억과 기록을 남기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상현 기자가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남북접경지역, 강원도 양구의 깊은 산속.
오르막길을 아흔살이 넘은 할아버지 한분이 힘차게 올라갑니다.
한국전쟁 이후 남북으로 두동강이 났고, 비무장지대, DMZ에 속해 갈 수 없게 된 고향, 문등리 마을을 찾아나선 길.
[정일호/양구 문등리 출신(92세)] "“어디? (수입천!) 아 여기가 수입천이라고.. 문등리 앞에서 흘러내리는 강!"
70여년 만에 보게 된, 꿈에서도 그리던 고향 땅이지만 옛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정일호/양구 문등리 출신(92세)] (하천인데 거기가 옛날에 광산마을이었어요) "광산마을? 형석광산? 이야~ 이렇게 많이 변했네."
남한의 최북단, 강원도 고성의 DMZ가 고향인 80대 할아버지는 유난히 산불이 많았던 옛 고향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했고,
[김이태/고성 대강리 출신(87세)] "초계에서 걸어서 고성으로 학교다닐때 보면 집이 연기가 나서 뿌옇게 돼. 그리고 밤에는 산불이 쫙 타는게 보여. 근데 끄러 갈 엄두가 안 나는거야."
그 기억을 따라, 70여년 전에 살던 마을과 집의 위치를 어렴풋이나마 집어내봅니다.
[김이태/고성 대강리 출신(87세)] "저기 톡 튀어나왔잖아요? 그게 초구리라고요. 거기에 도랑이 그쪽으로 해서 여기 앞에 푸른데 그 앞으로 이렇게 올라갑니다."
이렇게 DMZ가 고향인 실향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정부가 처음으로 추진한 '비무장지대 사라진마을' 기록사업.
DMZ엔 모두 400여개의 크고 작은 마을이 존재했던 것으로 파악됐고, 이 가운데 비교적 규모가 있었던 강원도 고성 양구 철원, 그리고 경기도의 연천, 이렇게 4개 지역의 마을들이 우선적으로 심층 조사됐습니다.
[김인호/통일부 남북접경협력과장] "과거에는 역사적으로 보면 이곳이 한반도의 허리로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고 번성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분단 이후에 이곳에 비무장지대가 설정이 되면서 사람들이 이용하지 못하게 되고 사람들 접근이 차단됐는데요. 그 비무장지대에 내재한 다양한 가치들을 저희들이 한번 다뤄보고자 했습니다."
금단의 땅, DMZ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이뤄졌을까?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이 비무장지대의 사라진마을 기록사업은 통일부의 의뢰를 받아 이 대학의 연구팀에서 진행했습니다. 지난 8개월에 걸쳐 방대한 문헌분석과 생존 주민들의 증언수집, 그리고 비무장지대의 현장방문이 이뤄졌습니다."
이 대학에 20년 전 설립됐다는 DMZ 연구기관.
이곳에선 우선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지도와 지적도, 그리고 당시 신문기사들을 분석했고, 이를 정전협정문 지도, 현재의 위성사진 등과 비교해 사라진 마을들의 위치와 특성을 확인했습니다.
[김창환/강원대 지리교육과 교수] "한반도가 단절돼있다라고 하는건 비무장지대에 의해 단절이 돼 있잖아요. 이 단절된걸 연결하는 첫 걸음은 도로를 내는게 아니라 그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우리가 재현해내면 연결되지 않을까?"
그런뒤 해당 마을에 거주했던 생존 주민들, 지금은 대부분이 90세 전후의 고령이 된 24명을 찾아가 구체적인 마을의 모습과 고향 이야기 등에 대한 구술을 받았고요.
[조성제/연천 고랑포리 출신(90세)] "감악산에 올라가면 동두천에서 기차 다니는게 지네만하다고 그랬어. 지금 감악산에서 동두천이 가까운데도 어릴 적에는 조그맣게 보였나봐 아마"
철원 중세리처럼 규모가 컸던 4개 마을은 유엔사와 군 당국의 협조를 얻어 생존 주민들과 함께 직접 비무장지대를 들어가 현장조사도 벌였습니다.
[전홍진/ 철원 중세리 출신(90세)] "우리 집터가 여기에.. 절벽 위에 길 따라 들어가면 덤불처럼 이렇게 된 곳이 거기가 우리 집터일거에요."
이렇게 수집된 자료들을 토대로 해당 마을의 구체적인 가옥 배치와 거리 모습이 그려졌고, 3D작업을 통해 예전 마을 모습이 구현됐는데요.
이렇게 우선적으로 구현된 비무장지대의 사라진 마을은 책자와 사진 영상, 그리고 가상현실 플랫폼인 메타버스를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됐습니다.
[서진선/통일부 주무관] "사진도 있고요 구술을 바탕으로 좀더 정확하게 집의 위치라든지 백화점 위치같은걸 확인해서 배치를 해보았습니다."
경기도 파주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239km에 달한다는 비무장지대에 존재했지만, 한국전쟁때 남북의 치열한 전투로 폐허가 됐고 이후 사라지고 잊혀졌다는 400여개의 크고 작은 마을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7번이나 넘긴 70여년의 세월로, 이제는 지형이 바뀌고 우거진 수풀로만 덮여져 있는 금단의 땅.
[김창환/강원대 지리교육과 교수]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았던 마을들이 있었다면 옛날에 교류가 많이 있었다라는거죠. 그러면 향후 통일이 되었을때 남북간의 연결통로가 될 수 있는 장소는, 많은 교류가 있었던 장소 그곳이 연결통로가 될 수 있다는거죠."
더 늦기 전에, 그 기억과 추억까지 잊혀지지 않도록, 이를 기록하고 남기는 노력은 앞으로 꾸준히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이상현 기자(sh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49600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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