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위기 부각 북한의 정신승리?

최유찬 2023. 1. 28.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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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앞서 보셨듯이 호흡기 질환에 식량난, 거기에 강추위까지.

주민들의 일상은 고단하지만 북한 텔레비전은 연일 2022년 대승리를 거뒀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반면 북한 밖 세계는 아직도 코로나와 자연재해, 식량난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특집 프로그램까지 방송했다고 합니다.

북한이 사실 남을 걱정할 처지가 아닌데 말이죠.

◀ 김필국 앵커 ▶

선전선동을 통해서 주민들의 정신승리와 충성을 유도하려는 걸로 보이는데요.

최유찬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2일 설날 저녁.

북한의 8시 뉴스가 전한 국제 소식입니다.

[조선중앙TV/1월 22일 8시보도] "이번 주간에 세계적으로 2백 7만여명이 악성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북한 뉴스만 보면 전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이전보다 더 위험해진 것 같습니다.

최근 북한 뉴스가 전하는 외신은 질병, 기근, 화재소식까지 다양합니다.

[조선중앙TV/1월 22일 8시보도] "아르메니아의 어느 한 지역에서 19일 화재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설날 뉴스 앞에는 "2022년 3대위기"라는 제목의 특집프로그램도 방송했습니다.

3대 위기란 전염병, 자연재해 그리고 식량-에너지 대란입니다.

2022년 한해 세계적으로 코로나에 원숭이두창, 콜레라까지 겹쳐서 수많은 사람들이 숨졌다는 소식.

['2022년과 3대 위기'/조선중앙TV] "이 대유행병이 종식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새 무덤을 파고 묻는 참혹한 장면들이 나옵니다.

현실 속에서는 세계 많은 나라 사람들이 백신을 맞아 면역을 갖추고, 이제는 마스크도 멋고 해외여행을 다니지만, 그런 소식은 단 한줄도 없습니다.

호주와 브라질의 수해, 중국 쓰촨성 지진, 그리고 아프리카 지역의 가뭄에 식량난, 에너지난까지..

화면을 보면 세상 어디도 안전한 곳이 없어보입니다.

['2022년과 3대 위기'/조선중앙TV] "몇차례 전쟁과도 맞먹는 막대한 인적 및 물적 피해를 입었으며 커다란 고통을 겪었습니다."

북한이 2022년 국제사회의 3대위기로 꼽은 전염병과 자연재해, 식량-에너지 위기는 북한이 겪고 있는 위기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만든이유는 북한만 힘든 게 아니라 세계가 다 위기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겁니다.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 내부의 식량 사정이나 경제 사정이 어려운 것들을 외부도 국제사회도 아주 좋지 않다 그래서 북한만 지금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고 전체 세계가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북한 텔레비전은 자신들의 위기상황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북한은 설날과 그 앞뒷날 3일 동안 2022년을 회고하는 다큐멘터리 세 편을 연속 방송했습니다.

2022년 북한에도 초대형 위기들.

그중에서도 코로나 발병 당시의 공포를 솔직히 털어놓습니다.

['건국이래 대동란을 방역대승에로'/조선중앙TV] "나라의 방역 기반과 보건토대가 취약하고 2년나마 지속된 방역위기로 하여 경제형편이 매우 어려운 상태에서 사상초유의 위기를 해쳐나가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첫날엔 다 쓰려져 죽는줄 알았습니다. 39.8도로 열이 나서."

북한 방송이 늘 그렇듯, 이 위기를 김정은 위원장이 진두지휘해 불과 80여일만에 코로나를 해결했다고 장황하게 설명합니다.

[유영철/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 "우리 사령부에 일군들속에서 유열자가 발생하고 있는때에 경애하는 총비서동지께서 찾아주실줄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고마워서 너무 고마워서 울었습니다."

또 김정은위원장이 농촌에 농기계를 보내줘서 식량을 생산하고 각지의 농촌에 주택들을 지어줬다는 소식을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해 자세히 설명합니다.

식량난 등 위기의 원인도 자신들의 실정 때문이 아니라 외부의 탓으로 돌립니다.

['2022년과 3대 위기'/조선중앙TV] "패권주의 세력들의 대결 및 제재소동, 식량가격조작행위로 인하여 식량위기의 해결 전망은 더욱 묘연해지고 있습니다."

똑같은 자연재해의 위기 상황에서 다른 나라는 나라가 국민을 방치했지만

['2022년과 3대 위기'/조선중앙TV] "누구도 우리에 대해 관심을 돌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우리 자체로 집을 짓고 피해 현장을 복구해야 합니다."

북한만 지도자와 당이 나서서 인민군대를 동원해 집도 지어주고 다리도 놓아줬다고 차별화합니다.

위기에 맞서 싸워 '대 승리'를 거둔 비결은 주민들이 대를 이어 백두혈통을 따르는 북한 체제 덕분이라는 것.

['건국이래 대동란을 방역대승에로'/조선중앙TV] "백전백승 조선노동당에 정확하고 세련된 영도따라 전대미문에 온갖 도전과 위협들이 가득했던 2022년을 영예롭게 이겨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지도자의 영도에 따라서 코로나가 사실상 캐치(종식)되고 또 거기에 대한 일정한 방역 성과를 거뒀다는 것을 지도자의 업적, 최근에 북한이 국가성을 워낙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나름대로 그런 역량과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북한 텔레비전이 이렇게 총력을 다해 선전전을 벌이는 것은 현재 북한이 처한 위기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일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 방역대전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지만, 호흡기 질환 확산으로 평양 봉쇄령이 내려지고 진단키트도, 백신도, 약품도 절대 부족한 상황입니다.

식량난이 심각해져서 주민들이 쌀값은 물론 옥수수가격까지 폭등했습니다.

하지만 해결책은 딱히 보이지 않는 상황.

북한은 주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력갱생할 것과 애국미라는 명목으로 쌀을 나라에 바치고 고철과 분뇨비료까지 모아 내놓을 것을 강조합니다.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 체제가 그 어려운 국면들을 돌파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을 중심으로 잘 풀어나가고 있다 이것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의 어려운 상황들을 좀 더 위무하고"

북한 텔레비전은 외부세계는 지옥이라는 메시지 뒤에 북한은 낙원으로 묘사하는 노래와 프로그램을 붙이면서 주민들의 충성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노래 낙원] "받들자 인민의 락원인 우리의 인민공화국"

하지만 공허한 승리의 노래는 선전선동을 통한 정신적 위로가 필요한 현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최유찬입니다.

최유찬 기자(yucha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49596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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