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요리 - 생선, 채소 다루기[뉴트리노의 생활 과학]

노성열 기자 2023. 1. 28.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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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 물고기의 살은 동물의 살보다 부드럽지만 사후경직 직후의 탄력있는 맛을 좋아하는 사람과 숙성 후 부드러운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나뉜다. 사진은 일본의 대표 음식인 스시(초밥). 게티이미지

부엌에 들어가서 곧장 써먹는 실전(實戰) 요리 편에서 그동안 고기 굽기, 볶음밥 만들기, 전자레인지 100% 활용법을 다루어 보았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생선, 채소, 과일에 관한 몇 가지 실용적인 지식을 배워봅시다.

우선 생선입니다. 우리는 소, 닭, 돼지 등 가축으로부터 동물 고기를 얻어 주로 단백질 섭취의 목적으로 먹고 있습니다. 강이나 바닷가 가까운 곳에서는 물고기를 쉽게 잡을 수 있으므로 생선 단백질을 섭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선의 살도 동물 살처럼 근원섬유가 모여 근섬유가 되고 이것이 다발로 뭉치면 근육이 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생선 근육을 부드럽게 해체하는 방법을 알아두면 요리에 도움이 됩니다.

생선도 막 잡은 직후에는 사후 경직 때문에 살이 비교적 단단한 식감을 가집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탱글탱글하다” “쫄깃쫄깃하다”며 좋아하는 맛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활어를 즉시 잡아 회로 만들어 먹습니다. 그런데 이웃 일본의 미식가나 서구 사람들은 생선을 잡은 후 살을 특정 조건에서 숙성시켜 경직이 풀리고 부드러워졌을 때 먹는 방식을 더 좋아한다고 합니다. 이들이 “착착 붙는다” “씹지 않고도 먹을 수 있다”며 ‘입에 살살 녹는 맛’이라고 표현하는 부드러움입니다. 약간 단단한 ‘탱글탱글’을 좋아하는지, 부드러운 ‘살살’을 좋아하는지는 취향의 차이겠지요.

생선의 살을 잘라놓고 보면 방어, 참치, 고등어처럼 붉은색이 감도는 종류와 광어, 우럭, 갈치처럼 흰색이 나는 종류가 있습니다. 붉은 살 생선과 흰 살 생선은 살코기의 식감에서 차이가 납니다. 붉은 살 생선이 흰 살 생선보다 근섬유가 가늘고 근형질 단백질의 함량도 높아 열을 가하면 더 딱딱해집니다. 반면 흰 살 생선은 불에 구워도 살이 잘 흩어지는 편이죠. 붉은 살 생선이든 흰 살 생선이든 굽기 전에 물에 오래 씻으면 맛이 떨어집니다. 물고기는 껍질에 미끈미끈, 끈적끈적한 점액을 갖고 있는데 이게 물에 씻겨가는 순간 부패하기 쉬워집니다.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소금을 뿌리거나 맛술 같은 알코올 성분을 살짝 발라 살균하는 쪽이 좋습니다. 정 씻고 싶다면 받아놓은 물에 소금을 타서 바닷물 정도로 짜게 만들어 씻으면 생선의 맛이 물에 녹아 사라지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습니다. 물고기 살점은 동물 고기보다 부드럽기 때문에 너무 박박 문질러 씻고 말고 살살 표면을 문지르거나 흐르는 물에 살짝 헹궈 체에 받쳐 물기를 제거합니다.

너무 두꺼운 생선은 구이나 조림을 할 때 사선 방향으로 칼집을 넣으면 골고루 익히는데 도움이 됩니다. 생선의 비늘 부분부터 굽되, 처음에는 중불로 표면을 살짝 그슬리고 강불로 바꿔 양면을 뒤집어 가면서 속까지 80% 익힌 후 다시 불을 줄여 마무리하면 됩니다. 조림, 찜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요리를 할 때 생선 모양이 부서지지 않게 채소와 양념을 골고루 바르는 데 신경을 써야 합니다.

과학기자뉴트리노의생활과학

다음은 채소입니다. 샐러드용이나 쌈 채소는 아삭함이 생명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수분을 잘 유지하는 요령을 알아야 합니다. 냉장고에서 꺼내 샐러드로 즐길 때는 아삭함을 되살리기 위해 썬 다음 물에 잠시 담가 둡니다. 물론 냉장고 보관 시에도 밀봉 팩 안에 물에 적신 휴지나 키친타월 한 장을 넣어두면 좋습니다. 신문지도 채소 보관에 잘 활용하면 비밀병기가 됩니다. 어머니들이 무나 파를 신문지에 둘둘 말아 넣어두는 장면을 본적이 있지요? 배추, 시금치 등 뿌리 채소가 조금 시들해도 물에 적신 신문지에 말아 뿌리를 아래로 해서 하룻밤 냉장고에 재우거나 몇 시간만 놔둬도 싱싱함이 살아납니다.

채소는 끓는 물에 데쳐서 나물로 만들어 먹는 종류도 많습니다. 데칠 때는 반드시 물에 소금을 한 줌 넣어 끓이면 밑간도 되고 색도 선명해져 식욕을 자극합니다. 반대로 물기를 제거해 먹는 무침 나물 종류는 씻은 후 미리 소금을 뿌려 재어주면 삼투압 현상에 의해 식물 내부의 수분이 빠져나옵니다. 너무 힘주어 쥐어짜면 세포벽이 무너져 흐물흐물해지므로 면포를 이용하거나 손으로 살짝 움켜잡아 물기를 빼야 합니다.

신선야채 야채를 신선하게 유지하려면 수분의 보존에 신경써야 한다. 인체의 장기나 특정 부위를 닮은꼴 야채나 과일에 관한 민간 속설도 참고할 만 하다. 게티이미지

마지막으로 알아두면 편리한 팁 하나를 공개합니다. 우리는 흔히 닮은꼴 음식을 먹으면 우리 몸의 같은 부위가 좋아진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자들이 정력에 좋다며 일부 동물의 생식기를 구해 먹는 일은 물론 미신에 가깝지요. 하지만 오랜 민간 요리법에서 비슷한 지혜들이 전승돼왔고, 그 중 몇몇은 현대과학으로도 효능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호두입니다. 견과류의 오메가3 지방산이 몸에 좋다고 알려져 있죠? 호두를 까면 열매의 모양이 마치 사람의 뇌 같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쭈글쭈글 좌우로 나뉜 호두 열매는 실제로 비타민 E도 풍부해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계 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많이 먹는 토마토는 사람의 심장 모양입니다. 내부도 심실, 심방처럼 작은 방으로 나뉘어 있죠. 토마토의 붉은 색을 내는 라이코펜 성분은 탁월한 항산화 효과를 갖고 있어 혈액 응고처럼 심장에 해로운 전조를 막아줍니다. 엽산과 각종 비타민도 다량 보유하고 있다고 하니 심장을 위해서라도 토마토 요리를 자주 먹으면 어떨까요. 당근은 눈에 이롭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가끔 아이들 만화에 당근을 좋아하는 말이 나오는데, 실제 말의 시력은 사람보다 훨씬 우수합니다. 당근을 반으로 잘라보면 단면이 흡사 눈의 동공과 홍채처럼 보입니다. 당근의 베타카로틴 성분은 비타민 A로 바뀌어 각막 건조를 막고 황반변성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주변의 닮은꼴 식재료를 알아보면 그 모양만 보고도 몸의 어디에 좋은지 쉽게 알 수 있겠죠?

뉴트리노 블로그 https://blog.naver.com/neutrino2020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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