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쓸통]'한국인은 밥심'도 옛말…쌀 소비량 매년 '뚝뚝'

박영주 기자 입력 2023. 1.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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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작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 56.7㎏…최저
1992년 소비량 112.9㎏…30년 새 반토막
1인 가구 늘고 육류·가공식품 섭취 증가
1인 하루 평균 한 공기 섭취…역대 최저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제가 학교 다니던 시절만 해도 매일 아침밥을 먹고 등교했어요. 그런데 요새 제 딸을 보면 아침에 밥 대신 빵이나 시리얼을 찾아요. 공부를 하려고 해도 밥을 먹어야 힘이 날 것 같은데 요새 애들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최근 한 점심 자리에서 지인이 건넨 말입니다. 그는 "저는 지금까지도 매일 아침 따뜻한 밥을 먹고 나가야 하루가 든든한데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은 며칠을 밥 한 톨 씹지 않는 날도 있어서 걱정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농민들의 '쌀이 남아돈다'는 하소연이 이해가 간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이 또 줄었습니다. 해마다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며 30년 전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는데요.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도 옛말인 듯합니다.

28일 통계청의 '2022년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양곡년도(2021년 11월1일~2022년 10월31일) 가구 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7㎏으로 전년보다 0.4%(0.2㎏) 감소했습니다. 이는 196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은 수준입니다. 30년 전인 1992년(112.9㎏)과 비교하면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절반에 머물렀습니다.

1인당 쌀 소비량은 매년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쌀 소비량은 1997년까지 100㎏을 웃돌다가 1998년(99.2㎏) 90㎏대로 감소했습니다. 이후 3년 만인 2001년(88.9㎏)에는 80㎏대로 떨어져 2006년(78.8㎏)에는 70㎏대, 2012년(69.8㎏)에 60㎏대로 내려가 2019년(59.2㎏)에는 쌀 소비량이 50㎏대로 주저앉았습니다.

쌀 소비가 감소한 배경에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가공식품과 외식 중심으로 식습관이 변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육류 소비가 증가하고 빵, 밀가루 등 서구식 식단에 익숙한 세대가 많아진 데다가 이를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 산업이 발전한 영향도 반영됐습니다.

여기에 '탄수화물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속설에 따라 다이어트를 위해 의도적으로 '쌀'을 피하는 세대도 늘어난 원인도 한몫했습니다. 탄수화물을 비만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을 선호하면서입니다.

이러한 추세는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을 보더라도 드러납니다. 지난해 1인당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155.5g으로 1년 전보다 0.2%(0.3g) 감소하며 역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밥 한 공기가 150g인 점을 고려하면 하루 한 공기만 먹고 사는 셈입니다.

1인당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1970년대 300g대였다가 1997년 280.6g, 2010년 199.6g으로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2013년에는 180.4g이었다가 2015년 172.4g 2016년 169.6g, 2020년(158.0g)에는 처음으로 160g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쌀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2022.09.26. kgb@newsis.com


쌀 소비량이 감소하면서 쌀 가격도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생산되는 쌀보다 소비되는 쌀의 양이 적다 보니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입니다. 이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쌀 가격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시장 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이 수요량의 3% 이상 초과 생산되거나 수확기 가격이 지난해보다 5%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다만 농식품부는 양곡관리법이 통과되면 지금보다 쌀 과잉생산이 더 굳어질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쌀농사는 기계화율이 90%가 넘는 반면 다른 밭작물은 기계화율이 60%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정부가 쌀 초과 생산량을 의무 매입하면 농가들이 손쉬운 벼농사를 고집해 다른 작물 전환이 더 힘들어질 거라는 판단입니다.

대신 농식품부는 쌀 수급 관리를 위해 올해 벼의 재배면적을 3만7000㏊ 감축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72만7000㏊였던 벼 재배면적을 올해 69만㏊로 줄이고 다른 작물을 심겠다는 구상입니다. 또 밀과 콩 같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작물의 국내 생산을 확대하고 가루 쌀 생산을 늘릴 계획입니다.

이와 관련해 전한영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생산자부터 소비자까지 전 국민이 참여하는 소비 캠페인을 추진해 쌀의 긍정적 가치를 확산하겠다"며 "올해는 가루 쌀을 신성장동력으로 활용해 쌀 가공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시 농민회가 국민의힘 광주시당 앞에서 '쌀값 폭락에 따른 윤석열 정부 규탄'기자회견을 열고 쌀값 안정화 문구가 적힌 쌀포대를 옮기고 있다. 2022.11.24.hyein0342@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gogogir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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