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호르몬’ 없어도 애착관계 형성된다

박정연 기자 2023. 1.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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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옥시토신은 '사랑의 호르몬'이라고 불린다.

미국 연구진이 사랑하는 감정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옥시토신 없이도 애착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매놀리 교수는 "옥시토신은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정신질환의 치료제로 주목받을 만큼 애착관계 형성에 중요한 물질로 여겨졌다"면서 "하지만 이번 연구는 복잡하고 미묘한 사회적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마법의 총알'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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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을 차단한 후 애착관계 유지를 확인하는 실험에서 사용된 프레리 들쥐. 나스타시아 굿윈 제공

뇌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옥시토신은 ‘사랑의 호르몬’이라고 불린다. 감정을 조절하며 타인과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도 짝과 함께할 때 옥시토신이 분비되면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국 연구진이 사랑하는 감정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옥시토신 없이도 애착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데버넌드 매놀리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교수 연구팀은 옥시토신을 인식하는 유전자를 제거한 초원 들쥐가 지속적인 가족관계를 형성했다는 연구 결과를 2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뉴런’에 발표했다.

초원 들쥐는 일부일처제인 몇 안 되는 포유류 중 하나다. 짝을 만나면 한평생 동반자 관계를 유지한다. 다른 개체와의 교미를 거부하고 헌신적으로 새끼들을 살핀다.

앞선 연구에선 초원 들쥐의 이러한 특성이 옥시토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2013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연구에서 옥시토신을 분비하는 유전자를 제거한 초원 들쥐는 교미 후 상대에게 흥미를 잃고 다른 상대를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약 10년 뒤 이뤄진 이번 실험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를 사용해 한 쌍의 초원 들쥐가 옥시토신 수용체 신호를 수신하지 못하도록 유전자를 교정했다. 이후 21일 동안 일반적인 초원 들쥐 부부와의 차이를 관찰했다.

옥시토신 분비를 막았지만 초원 들쥐 부부의 행동에는 차이가 없었다. 유전자를 교정한 초원 들쥐들은 여전히 애착관계를 유지했다. 짝의 털을 손질하고 서로 웅크리면서 체온을 공유했다. 어미 초원 들쥐는 새끼가 젖을 떼는 시기까지 수유를 멈추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전과 다른 연구 결과가 나온 이유로 유전자 교정 시기와 교정 기술의 정밀함을 꼽았다. 앞선 연구에서는 초원 들쥐가 성체가 됐을 때 옥시토신 분비를 제한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배아 단계일 때 유전자를 조작했다는 설명이다. 옥시토신 신호만을 세밀하게 차단한 유전자가위 기술 또한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덧붙였다.

이번 연구를 이끈 매놀리 교수는 “옥시토신은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정신질환의 치료제로 주목받을 만큼 애착관계 형성에 중요한 물질로 여겨졌다”면서 “하지만 이번 연구는 복잡하고 미묘한 사회적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마법의 총알’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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