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어려운 것부터 해치워야 효율 높아져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2023. 1.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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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적이다. 또한 사람은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우리는 성취하는 것 못지 않게 잘 쉬고 잘 놀아야 삶이 의미있다는 느낌과 행복감을 느끼는 존재다. 때문에 적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을 해내는 효율적인 일하기는 행복에도 중요한 역할을 미친다. 특히 조금만 무리하면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지는 필자의 경우 적은 시간 동안 가급적 많은 일을 마쳐 두는 것이 생존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효율적인 일하기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개구리를 가장 먼저 먹기(eat the frog) 

마크 트웨인은 하루를 시작할 때 개구리를 먹으라는 조언을 했다고 한다. 그 날 생길 그 어떤 일도 개구리를 먹는 것만큼 나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끔찍한 일을 먼저 겪고 나면 그 다음은 두렵거나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는, 어쩌면 심지어 수월하게 느껴지기까지 할 것이라는 의미에서 나온 조언이다. 비슷하게 가장 먹기 싫은 음식을 가장 먼저 먹는 것이 있겠다. 그렇게 하면 고통을 견딘 마지막에는 달콤한 맛을 오래 느낄 수 있는 법이다. 

심리학자 레이철 하버트(Rachel Habbert) 등의 연구에 의하면 일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쉽고 재미있는 일을 먼저 하기보다 가장 어렵고 하기 싫은 일을 먼저 하는 것이 더 생산성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단어풀이 등의 문제를 풀도록 했다. 이에 앞서 난이도에서 쉬운 문제, 어려운 문제 순서로 푸는 것과 반대로 어려운 문제, 쉬운 문제 순서로 푸는 것에서 각각 어떻게 했을 때 더 자신의 실력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은지, 또 얼마나 자신감을 느낄 것 같은지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쉬운 문제, 보통, 어려운 문제 순서로 문제를 풀었을 때, 반대의 경우에 비해 이후 자신감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문제 풀이를 시켰을 때에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쉬운 문제부터 시작해서 어려운 문제로 마무리한 사람들이, 어려운 문제부터 시작해서 쉬운 문제로 마무리한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실력에 대한 확신이 낮았고 자신감 또한 덜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일을 시작할 때의 경험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상상하는 편이지만 일을 마무리 할 때쯤의 자신의 상태가 어떠할지에 대해서는 애써 생각하지 않곤 한다. 그래서 쉬운 일부터 시작한다고 했을 때 그 즐거움과 기쁨은 강렬하게 떠올리지만, 그만큼 어렵고 복잡한 일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괴로움은 떠올리지 않는다.

반대로 어려운 일부터 시작한다고 했을 때는 어려운 일을 시작하는 괴로움과 고통을 생생하게 떠올리는 반면, 쉬운일로 마무리를 하게 되는 홀가분함은 잘 떠올리지 않는다. 이렇게 '시작'에는 집착하지만 마무리는 느슨하게 상상하고 마는 비대칭 때문에 쉬운 일로 시작해야 결과도 더 좋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는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설명한다. 

하지만 매도 가장 먼저 맞는 게 좋다(?)는 말이 있듯이, 어렵고 골치 아픈 일이라면 질질 끄는 만큼 속만 오래 복잡할 뿐 일의 무게는 전혀 줄어들지 않으니 가장 먼저 해치우는 게 순서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실을 안다고 해도 즐거움은 가급적 빨리 겪고 고통은 가급적 늦추고 싶은 본성 때문인지 그렇게 하는 게 쉽지가 않다.

'미루기'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일을 미룰수록 더 큰 봉변을 당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미루고, 언제나처럼 과거의 나를 미워하게 된다. 그렇기에 일을 하기 싫으면 싫을수록 더더욱 '(하기 싫은 것부터 먼저) 빨리 끝내고 놀자'는 진리를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물론 하기 싫은 일을 가장 먼저 처리하는 날이 온다면 그만큼 자신을 칭찬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Habbert, R., & Schroeder, J. (2020). To build efficacy, eat the frog first: People misunderstand how the difficulty-ordering of tasks influences efficacy.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91, 104032.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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