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본초여담] 등창 같은 종기에 OOO로 담근 술을 마시니 신효했다

정명진 2023. 1.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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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본초강목>에 그려진 인동(忍冬), 금은화(金銀花)와 <야채박록>에 그려진 금은화(金銀花)

옛날에 대궐 집의 노령의 정원사가 발배(發背)를 앓았다. 발배란 등에 난 종기로 보통 등창이라고도 한다. 처음에는 작은 종기같은 것들이 여러 개가 생기더니 붉어지면서 부어오르고 고름이 잡히면서 통증이 심했다. 크기는 좁쌀만한 것도 있고 점차 커져 손바닥만 한 것들도 있었다.

보통 종기는 열독(熱毒)에 의해서 생기는데, 체질이나 음식과도 관련이 많다. 이 정원사는 열이 많은 체질인데도 뜨겁고 매운 탕을 즐겼고, 대감이 즐겨 먹던 기름진 고기도 먹을 기회가 많았기에 몸의 기혈순환에 문제가 생겨 열독이 쌓인 것이다.

정원사는 자신의 종기가 낫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인근의 의원들에게 치료를 받아 봤지만 모두들 “급히 청열해독(淸熱解毒)해야 합니다~!”라면서 다양한 처방을 해 주는데, 배가 아프고 설사만 할 뿐 종기는 사그라들 기미가 없었다. 심지어 배농(排膿)을 시킨다고 여물지도 않는 종기를 짜내는 통에 너무 아파 기절할 뻔한 적도 있었다.

정원사는 등창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쫓겨나지 않으려고 자신이 아픈 것을 숨긴 채 일을 했다. 그래서 대궐의 나무들을 손질하다가 힘이 들어 간혹 틈나는 대로 엎드려 쉬기를 일삼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유독 한곳에서 한숨 자고 나면 증상이 좀 가벼워짐을 느꼈다. 보통 등이 아파서 눕지를 못하는데, 그 장소에서만은 등을 바닥에 대고 눕는 것이 그리 고통스럽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정원사는 자신이 누웠던 곳을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노란색과 흰색의 꽃들이 깔려 있었다. 바로 인동초(忍冬草)의 꽃인 금은화(金銀花)였다. 정원사는 자신이 항상 가꾸는 식물들이라 바로 알 수 있었다.

예전부터 대궐의 후원 한쪽 구석에는 인동초(忍冬草)가 많았다. 인동초는 인동, 혹은 인동덩굴이라고도 한다. 인동초는 겨울을 이겨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인동초의 꽃을 금은화(金銀花)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흰색(은색)으로 폈다가 시들 무렵에 노란색(금색)으로 변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간혹 어느 순간에는 흰색과 노란색 꽃이 함께 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정원사는 ‘이 금은화들이 내 등에 난 종기를 삭히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닥에 떨어진 금은화를 끓여서 차로 마셔 보았다. 그랬더니 통증도 줄고 붓기도 좀 가라앉고 농이 차 오른 것은 배농(排膿)도 빨리 되는 듯했다. 정원사는 평소 술을 좋아했는데, 일이 끝난 밤에 술을 한잔 하려다 금은화 한두 주먹을 뜨거운 술 사발에 넣어 충분하게 우린 다음 그것을 짜서 그 즙을 마셔 보았다. 그리고 그 찌꺼기는 모아서 등에 난 종기를 덮어서 찜질을 했다. 그랬더니 4~5번 만에 그렇게 심했던 종기가 모두 아물었다. 정원사는 놀랐다.

정원사는 후원에 떨어져 있는 금은화를 모두 주워서 말렸다. 그래서 주위에 있는 발배, 등창, 옹저, 종기, 궤양 등 비슷한 병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시험해 봤다. 신기하게 모두 효과를 봤다.

환자들은 “당신은 정원사인데, 어찌하여 이렇게 신통한 치료법을 가지고 있는 것이요?”하면서 감사함을 전하면서도 의아해했다.

확신에 찬 정원사는 정원사 일을 그만 두고 모처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돈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혜민서에서라도 일하려면 의과시험을 통과해서 의관이 되어야 했고, 시골의 약방이라도 하려면 몇 년 동안 감초와 같은 약초만 썰면서 스승에게 사사(師事)라도 받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정원사는 무허가 약방을 열어 돌팔이 의원행세를 한 것이다.

어쨌든지 정원사가 종기를 잘 치료한다는 소문을 듣고 환자들이 여기저기서 몰려왔다. 그런데 환자가 몰려오다 보니 준비해 두었던 금은화가 모두 바닥이 난 것이다. 정원사의 머리에 갑자기 번뜻하고 한 생각이 떠올랐다. ‘금은화가 도움이 되었다면 분명 꽃을 피우는 그 줄기도 비슷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는 것이다. 사실 정원사는 누구보다도 식물이 생태를 잘 아는 사람으로 뿌리가 튼튼하면 줄기와 잎이 튼실하고 꽃도 화사하게 피는 것을 알기에 모든 식물은 뿌리부터 줄기, 잎, 꽃, 씨앗까지 그 기운이 상통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원사는 몰려드는 환자들에게 산에서 발견한 인동줄기를 잘라다가 금은화처럼 다려서 먹게 하고, 술은 담가 먹게 했다. 예상대로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 정원사를 찾아왔던 어떤 남성은 뒷목 부위에 큰 옹저(癰疽·종기)를 앓아 있었는데, 군데군데 터져서 고름이 나고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있었다.

이 환자는 “이미 다른 의원들에게서 종기에 좋다는 약을 써 봤지만 효과가 없어서 어르신의 명성을 듣고 왔습니다.”라고 했다.

정원사는 이 환자에게 금은화 대신 인동줄기를 술에 담가 우려서 복용하게 했다. 환자는 시키는 대로 인동주(忍冬酒)를 복용하고서 바로 취해 깊이 잠들었는데, 일어나자 6~7할은 병세가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일정기간 동안 반복해서 복용했더니 뒷목의 옹저는 말끔하게 사라졌다.

정원사는 이렇게 해서 큰 돈을 벌어 큰 집도 장만할 정도였다. 정원사가 의원노릇을 한다는 소문은 인근의 의원의 귀에도 들어갔다. 이 의원은 정원사가 돌팔이 의원노릇을 한다는 것보다는 옹저나 등창, 종기를 어찌 그렇게 잘 치료하는지 궁금할 뿐이었다. 자신에게도 옹저 환자들이 찾아오지만 신통한 치료법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의원은 자존심이고 뭐고 그 노령의 정원사를 찾아 큰절을 올렸다. “어르신께 가르침을 받고자 합니다. 감히 그 비방(祕方)이 어떻게 되는지 여쭙습니다.”라고 부탁을 했다.

그랬더니 노령의 정원사는 의외의 반기는 말을 건넸다. “잘 오셨네. 의원양반. 나도 의원양반을 한번 찾아뵐까 하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이렇게 오신 것을 보니 뭔가 뜻이 서로 통한 것 같네 그려.”라는 것이다.

의원은 비방을 안 알려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던 차에 정원사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정원사는 이어서 “내가 이렇게 한 약초를 이용해서 발배나 옹저, 종기를 치료하고 있는데, 사실 그 약초가 왜 효과를 나타내는지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막무가내로 하고 있었네.”
의원이 용기를 내어 물었다. “그 약초가 대체 무엇입니까?” 정원사는 “바로 인동초라네.”라고 답을 했다. 의원의 입이 갑자기 ‘헉~’하고 벌어졌다.

의서에서 인동초가 종기 등의 특효라는 것을 익히 의서를 통해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인동초만으로 치료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자신은 종기 등에 좋다는 처방에 단지 금은화(金銀花)나 인동등(忍冬藤·인동줄기)을 소량 넣어서 처방해 왔을 뿐이었다.

의원이 놀라고 있는 사이에 정원사는 “의서에 인동초가 어떤 효능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의원은 “의서에는 모든 종기의 독(毒)에는 이미 터졌거나 아직 터지지 않았거나 상관 말고 처음 종기가 날 때 발열 증상이 있다면 인동초의 꽃인 금은화(金銀花)나 줄기인 인동등(忍冬藤)을 잎 째 따다가 달여서 먹고 남은 찌꺼기는 종기 위에 붙인다고 했습니다. 인동초는 종독(腫毒)을 없애고 속을 보호하며 기를 발산하고 혈을 조화시키는 데 있어 효과가 독보적이고, 금은화는 창양(瘡瘍)을 치료하는데, 아직 단단해지지 않은 경우는 바로 흩어지고 이미 고름이 잡힌 것은 바로 터진다고 했으니 금은화는 종기로부터 회생(回生)의 효능이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정원사는 “아 그래서 금은화가 종기에 효과가 있었던 것이군. 그렇다면 인동줄기는 어떤가? 내가 금은화가 없어서 인동줄기도 사용해 보니 효과가 좋았다네.”라고 하면서 물었다.

의원은 “훌륭하신 경험입니다. 특히 인동줄기로 담근 인동주(忍冬酒)는 옹저나 발배를 치료하는데, 처음 생겨났을 때에 바로 복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의서에서도 시골 오지의 가난한 집안에서 약방의 의원에게 치료하기 어려운 경우 인동주를 복용하면 효과도 좋고 쉽게 치료할 수 있다는 말도 있었는데, 어르신이 산 증인이십니다.”라고 흥분했다.

의원은 이어서 말하기를 “또한 의서에 보면 인동원(忍冬圓)이라고 있는데, 소갈병(消渴病)이 걸려서 옹저(癰疽)가 생기면 잘 낫지를 않은데, 소갈병 때 옹저의 발병을 예방하는 약으로 나와 있습니다. 인동초의 뿌리, 줄기, 꽃, 잎을 다 쓸 수 있는데, 양이 많고 적음에 구애받지 않고 적당량 병 안에 넣고 술을 붓는데, 이때 술은 모든 약재에 술이 스며들고 살짝 잠길 정도의 양만 넣습니다. 이것을 다시 쌀겨를 태운 잿불에 하룻밤 묻어 구워냅니다. 그 다음에 약재들을 건져서 이것을 볕에 말린 뒤에 감초 약간을 넣어 맷돌에 갈아 고운 가루를 냅니다. 그리고 약초를 담갔던 술을 농축해서 쑨 밀가루 풀로 반죽하여 오동씨만하게 환을 만듭니다. 이것을 매번 50~100환씩을 뜨거운 물이나 술에 임의대로 먹으면 소갈로 인한 옹저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갈증을 멎게도 한다고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소갈로 인한 옹저라는 것은 요즘의 당뇨발에 해당한다. 당뇨병이 있으면 상처가 잘 아물지도 않아서 쉽게 옹저로 변한다. 사실 항생제가 없었던 과거에는 종기와 같은 질환에 인동초(忍冬草)는 어느 정도 항균작용을 하면서 염증을 해소하고 새살을 돋게 하는 고마운 약초였다.

설명을 들은 정원사는 의원에게 “내 보니 소가 뒷걸음 치다 쥐를 많이 잡은 셈이네. 자네처럼 의학에 대한 지식이 많은 의원이 내 경험을 갖는다면 발배나 등창, 종기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훨씬 더 효과적일 것 같네. 나는 벌써 인동초로 새잡도 사고 부를 얻었네. 나는 이제 내 경험을 자네에게 모두 전해주고 돌팔이 의원노릇을 그만둘테니 부디 많은 환자들에게 인술을 베풀게나. 껄~껄~”하는 것이다.

의원은 감사함을 전하며 반드시 인동초로 인술을 베풀겠다고 했다. 지금도 인동초(忍冬草)의 꽃인 금은화(金銀花)와 줄기인 인동등(忍冬藤)은 한의사들에게 의해서 종기뿐만 아니라 위염, 대장염, 피부염, 관절염 등 다양한 염증성 질환에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 제목의 ○○○은 인동초(忍冬草)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 경악전서> ○忍冬酒, 治癰疽, 發背, 初發時, 便當服此, 不問疽發何處, 或婦人乳癰, 皆有奇效. 如或處鄕落貧家, 服此, 亦便且效. ○一園丁, 患發背甚危, 令取金銀藤五六兩搗爛, 入熱酒一鍾, 絞取酒汁溫服, 柤罨患處, 四五服而平. 彼用此藥治瘡, 足以養身成家, 遂棄園業. 諸書云 “金銀花, 治瘡瘍, 未成者卽散, 已成者卽潰, 有回生之功.” ○一男子, 患腦癰, 其頭數多, 痛不可忍. 先服消毒藥, 不應, 更以忍冬酒服之, 卽酣睡覺而勢去六七, 再四劑而消.(○인동주는 옹저, 발배를 치료하는데, 처음 발할 때에 바로 복용해야 하니, 어느 곳에 생긴 저이던 쓸 수 있고, 여성의 유옹에도 효과가 좋다. 시골 오지의 가난한 집안에서 이를 복용하면 편리하면서도 효과가 좋다. ○어떤 정원사가 발배를 앓아 몹시 위험했는데, 금은화 줄기 5~6량을 짓찧어 뜨거운 술 1그릇을 넣고 짜낸 술즙을 온복하고 찌꺼기를 환부에 덮었는데, 4~5번 복용한 후에 나았다. 그는 이 약으로 창을 치료하여 충분한 돈과 명예를 얻어 정원 일을 그만두었다. 많은 책에서는 “금은화는 창양을 치료하는데, 미성한 경우는 바로 흩어뜨리고 이미 성한 경우는 바로 터지니, 회생의 효능이 있다”고 한다. ○어떤 남성이 뇌옹을 앓아 창두가 많고 참을 수 없이 아팠다. 우선 해독약을 썼지만 효과가 없자, 다시 인동주를 복용하고 바로 취해 깊이 잠들었는데, 일어나자 6~7할의 병세가 없어졌고 재차 4제를 복용하여 완전히 나았다.)
< 광제비급> 忍冬治驗. 忍冬圓, 治消渴愈後, 預防發癰疽, 先宜服此. 用忍冬草, 根, 莖, 花, 葉, 皆可, 不拘多少, 入甁內, 以無灰好酒浸, 以糠火煨一宿, 取出曬乾, 入甘草少許, 碾爲細末. 以浸藥酒, 打麵糊丸, 梧子大. 每服五十丸, 至百丸, 湯酒任下. 此藥, 不特治癰疽, 大能止渴.(인동초 겨우살이풀로 치료한 경험. 인동원은 소갈병을 치료하여 나은 후에는 옹저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니 우선 이 약을 먹어야 한다. 인동초의 뿌리, 줄기, 꽃, 잎을 다 쓸 수 있다. 양이 많고 적음에 구애받지 않고 적당량 병 안에 넣고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 술을 써서 담갔다가 썰어 술에 담갔다가 쌀겨를 태운 잿불에 하룻밤 묻어 굽고 볕에 말린 뒤에 감초 약간을 넣어 맷돌에 갈아 고운 가루를 만든다. 인동초를 담갔던 술을 넣어 쑨 밀가루 풀로 반죽하여 오동씨만하게 환을 만든다. 매번 50~100환씩을 뜨거운 물이나 술에 임의대로 먹는다. 이것은 옹저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갈증을 멎게도 한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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