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데 영양까지 든든하니… 평생 하나만 먹는다면 ‘이거’죠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입력 2023. 1. 28. 03:03 수정 2023. 11. 2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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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돈가스 애호가의 단골
번역가 이건우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앞 ‘보편적 연어’의 돼지 등심 튀김 정식(앞)과 숙성 연어 덮밥 정식.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꽃집을 운영하면서 일본어책을 번역하는 이건우(40)씨는 “평생 한 가지 음식만 먹으라고 한다면 돈가스”라고 말할 정도로 돈가스를 사랑한다. “한 접시로 고기, 채소, 밥 등 영양을 고루 갖췄으면서 맛있고 든든하기까지 한 음식이니까요.”

이씨는 2017년부터 블로그에 돈가스 리뷰를 올리기 시작했고, 서울·경기 지역 돈가스 맛집 29곳을 소개하는 책 ‘돈까스를 쫓는 모험’(푸른숲)을 최근 펴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돈가스는 서양 커틀릿이란 뿌리는 같지만 다르게 발전해 왔다”고 했다.

“일본은 두꺼운 돈가스를 젓가락으로 집어 먹을 수 있도록 잘라서 밥과 함께 먹는 정식으로 만들었죠. 반면 한국은 얇게 펴서 튀긴 다음 통으로 내고 나이프로 잘라 먹도록 내는, 서양 커틀릿 원형에 가까운 형태를 유지하고 있죠. 또 한국에서는 순두부찌개·미역국·콩나물국·어묵 볶음 등 곁들여 내는 국과 반찬이 가게마다 달라서 일본보다 훨씬 폭 넓게 다양한 반면, 일본은 돈가스·된장국·생양배추·흰쌀밥이란 구성 요소가 어느 집이건 거의 같다는 점에서 범위는 좁지만 각 음식을 깊게 파고드는 듯해요.”

이씨가 돈가스 맛은 기본이고 독특한 개성까지 갖춘 식당 4곳을 소개했다.

보편적 연어: 밑반찬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다

“가게 이름은 ‘이 정도 음식이 보편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지었다고 합니다. 연어 전문점이지만, 돈가스도 발군입니다. 돈가스 대신 ‘돼지 등심 튀김’이라는 메뉴 명을 고집하는 건 ‘음식 이름에 주재료와 조리 방식이 들어가는 편이 좋다’는 생각 때문이랍니다. 고기부터 쌀과 반찬까지 재료에 무척 신경 쓰는 가게로, 쓸데없는 기교 없이 우직하게 좋은 돈가스를 냅니다.”

돈가스와 연어를 한입만 먹어봐도 “가게에서 내는 어떤 것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다”는 주인 정홍준씨 말을 의심하지 않게 된다. 질 좋은 돼지 등심을 제대로 밑간해 튀겨낸 돈가스는 소스를 찍지 않고 먹어도 맛있다. 기성품을 쓰지 않고 가게 주방에서 직접 만든다는 소스는 돈가스 본연의 맛을 가리지 않고 돋보이게 하는 조연 역할에 충실하다.

주인 정씨가 개발한 방식으로 그날 쓸 분량을 오전 7시부터 오후 3~4시까지 8, 9시간 숙성한다는 연어는 물기가 빠져 미끌거리지 않고 탄탄하면서 연어 특유의 냄새가 없다. 숙성한 연어를 간장에 추가로 재운 ‘숙성 연어 절임’도 맛있다. 돈가스와 연어에 딸려 나오는 쌀밥과 된장국은 물론 단무지 등 밑반찬도 훌륭하다.

돼지등심튀김정식 1만1900·1만3900원, 숙성연어덮밥정식 1만5400원, 숙성연어절임정식 1만6500원, 닭고기튀김정식 1만3400원.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20나길 52 1층, (0507)1379-4746

에버그린: 빵과 수프도 직접 굽고 끓인다

“직접 구운 빵과 인스턴트 가루 수프를 쓰지 않고 직접 끓인 수프를 경양식 스타일의 돈가스와 함께 냅니다. 식사로 빵과 밥 중에서 고르는 게 예전 경양식 돈가스의 룰이나 마찬가지였죠. 요즘은 빵을 주는 곳도 잘 없는데, 직접 구운 빵을 맛볼 수 있는 곳은 거의 유일합니다.”

허름하지만 음식에 들이는 정성은 어떤 호화로운 레스토랑 못잖다. 빵과 수프뿐 아니라 돈가스에 뿌려 나오는 소스까지 주방에서 만든다. 집에서 만든 듯한 소박한 맛의 샌드위치도 팬층이 두껍다. 오후 4시가 정식 문 닫는 시간이지만 그날 준비한 재료가 떨어지면 장사를 마친다.

돈가스 9000원, 샌드위치 5000원, 에버그린 돈가스 정식 1만2000원. 경기 안양시 동안구 인덕원로 29-16, (031)425-4359

사가루가스: 횟감 참치로 만드는 생선 가스

“한 주인이 돈가스집과 참치집을 함께 운영합니다. 생선 가스는 일반적으로 흰 살 생선을 쓰는데요, 이 집은 횟감 참치를 사용해 다른 데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맛의 생선 가스를 냅니다. 생선 가스나 모둠 가스를 추천합니다.”

서울 신당동 약수역 오래된 상가 건물 2층 오른쪽 절반은 돈가스집, 왼쪽 절반은 참치집이다. 모둠 가스는 돈가스·생선 가스·새우 가스에 단품으로 팔지 않는 치즈 가스가 추가된 구성이다.

등심 가스 9000원, 안심 가스 9500원, 생선 가스 9000원, 모둠 가스 1만4000원. 서울 중구 다산로 114-1, (02)3298-6752

삼보삼계탕: 돈가스도 잘 튀기는 치킨 맛집

“호프집 스타일 식사로도 훌륭하고 맥주 안주에도 좋은 돈가스를 냅니다. 전기 구이 통닭, 삼계탕 등 닭 요리도 발군입니다.”

종로 5가에 있는 오래된 가게다. 정식 상호는 ‘삼보삼계탕’이지만, 다들 ‘삼보치킨’으로 알고 또 부른다. 소스를 붓지 않고 찍어 먹도록 따로 담아 낸다. 느끼하지 않고 바삭하게 튀겨낸 돈가스 자체의 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점심에 내는 돈가스·반계탕·전기 구이 통닭 정식(각 9000원)도 주변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돈가스 안주 2만2000원, 삼계탕 1만5000원, 전기 구이 통닭 1만8000원, 닭도리탕 2만6000원. 서울 종로구 종로33길 4

번역가 이건우(왼쪽)씨가 쓴 '돈까스를 쫓는 모험'./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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