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주 LIVE] ‘범죄가 지병’인 사람을 위한 치료법
재범 막으려면 ‘복지 지원’ 필요
난제는 범죄중독자 관리
교육·치료 병행 ‘보호수용’ 논의를
최근 여러 범죄자들과 만나거나 통화할 일이 있었다. 사연은 달랐지만, 경향이 있었다. “음식을 훔쳐 먹었는데 5년형 감옥 살았다” 해서 사실관계를 물어보면, 내용이 많이 달랐다. 밤에 흉기를 들고 침입해 돈도 꽤 훔쳤고, 과거 전과도 있는 경우였다. 거짓말인 셈이지만 불쾌하지 않았다. 부끄러움을 부끄러워하는 것, 염치(廉恥)로 읽었다.
전과자들의 사회 복귀를 위해 숙식, 주거, 취업 등의 복지를 제공하는 법무보호복지공단이 있다. 공단에서는 숙식을 제공하며 취업을 알선하는 공간을 전국에 운영 중이다. 일종의 전과자 기숙사다. 그들 거처를 취재하다 방 주인에게 사진을 찍어도 좋으냐 물었다. “그럼요, 얼굴 나와도 상관없어요. 나는 아무 것도 부끄러울 게 없어요.” 사기죄로 7년형을 마쳤다는 목사. 그가 “죗값을 다 치렀다”며 환하게 웃을 때 속좁은 기자는 어쩐지 마음이 불편해졌다.
국회의원 3분의 1, 국민 셋 중에 하나(2020년 기준, 29.8%)가 전과 기록이 있다. 춘천 사람인 황병규(64)씨도 그중 하나다. 17세 때 소년원으로 시작, 폭력 전과가 10범이 넘는다. 마지막 범죄는 1999년, 상해치사로 5년을 살았다. 그가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 법무보호복지공단 퇴직자인 김영태(66)씨를 꼽았다. “20대 때 만나 평생 나를 잡아준 분”이라고 했다.
김영태-황병규 두 사람 인연은 40여 년 전, 1982년 시작됐다. 김영태씨는 대학 졸업 후 7급으로 공단에 입사해 평생 ‘전과자 갱생(更生), 재범 방지’ 업무를 했다. 한 해 수백 명을 관리하며 편지 쓰고, 전화하고, 퇴근 후 집으로 찾아가 면담하고, 때론 박봉을 털어 전과자를 다독였다.
김씨가 보살폈다고 황씨가 범죄를 바로 멈춘 건 아니었다. 김영태씨가 말했다. “좀 바뀌었나 싶으면 또 사고를 치는 경우가 많다. 그때마다 기운 빠졌다. 그래도 확실한 건, 사랑과 관심을 주면 언젠가는 바뀐다는 것이다.” 황씨는 2004년 출소 후 미용사인 아내와 함께 이발 봉사를 다니고, 자기처럼 살지 말라고 기부도 한다. 황씨의 갱생은 자기 의지, 제도적 지원, 직업인의 헌신으로 가능했다. 재범률 24%를 더 낮추기 위해 세금을 쓰는 일, 그건 아낄 필요가 없다.
지금 정부가 망설이는 지점은 형기를 마친 상습 성범죄자와 흉악범에 대한 교육과 치료다. 김영태씨 말처럼 “신이 왜 만들었을까 싶은, 어쩌면 선천적인” 그런 범죄자들이 있다. 법무부는 일단 ‘제시카법’을 거론한다.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할 경우 학교, 유치원 등 보육 시설로부터 500m 이내에 살지 못하도록 하는 거주제한법이다. 대도시 거주를 막는 법인데, 땅 좁은 한국에서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정답이 따로 있다고 본다. 가석방을 전제로 범죄자를 ‘보호 수용’ 하는 안이다. 윤석열 대통령 공약 사항이다.
‘사회보호법’은 헌법재판소가 여러 번 합헌 판결을 냈고, 일부 강제 조항만을 위헌으로 봤다. 그런데도 2005년 노무현 정부는 운동하듯 폐지했다. 그 덕에 조두순, 박병화, 김근식 같은 고위험 전과자 출소 소식에 주민들이 전문 시위꾼이 되게 생겼다. 성난 민심은 범법자도 떨게 한다. 미성년자 연쇄 성범죄자인 박병화도 며칠 전 경기 화성 집에서 우울증 약으로 음독을 시도했다. 지역 주민과 위험한 전과자 사이, 환승 센터가 필요하다. 범죄가 ‘지병’인 사람에겐 치료가 우선이다.
좌파는 또 “전두환이 만든 악법 윤석열이 살려낸다”며 막아설 태세다. ‘청송감호소 부활’이라는 철 지난 구호를 꺼내놓는, 뇌를 80년대 알코올에 절여놓은 사람들 말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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