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뒷날개]지극히 현실적?… 매우 스토아적!

손민규 예스24 인문MD 2023. 1. 2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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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음으로써 많은 사람에게 쓸모가 있는 사람은 죽음으로써 더 많은 쓸모가 있지 않는 한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없다." '삶을 사랑하라' '스스로 목숨을 끊지 말라'는 말을 이렇게도 멋있게 한 철학자 이름은 가이우스 무소니우스 루푸스다.

'소박한 삶'은 단편적으로 전해지는 무소니우스의 글을 서양 고전 번역가 서미석이 모은 책이다.

복잡한 인식론과 존재론을 특징으로 하는 서양 근대철학에 비해 실용성을 강조하는 게 스토아 철학이고 무소니우스의 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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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삶/가이우스 무소니우스 루푸스 지음·서미석 옮김/136쪽·1만2000원·유유
“살아 있음으로써 많은 사람에게 쓸모가 있는 사람은 죽음으로써 더 많은 쓸모가 있지 않는 한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없다.”

‘삶을 사랑하라’ ‘스스로 목숨을 끊지 말라’는 말을 이렇게도 멋있게 한 철학자 이름은 가이우스 무소니우스 루푸스다. 1세기 로마제국에서 활약한 스토아 철학자로 네로, 갈바, 비텔리우스 등 폭군의 부당한 정책에 반대하다 추방과 유배를 반복한다. ‘소박한 삶’은 단편적으로 전해지는 무소니우스의 글을 서양 고전 번역가 서미석이 모은 책이다.

최근 스토아 철학에 대한 관심이 높다. ‘데일리 필로소피’의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가 특히 좋아하는 철학이 스토아 철학이다. 그가 쓴 ‘스토아 수업’이 한국에 소개된 적 있다. 최근 출간된 이탈리아 인문서 ‘모든 삶은 빛난다’ 역시 스토아 철학자를 비중 있게 소개했다. 고전학자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가 쓴 ‘천년의 수업’도 스토아 철학과 관련해 빠질 수 없는 책이다.

스토아 철학의 매력은 무소니우스의 글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일단 난해하지 않다. 난해한 이론을 지양하고 현실에 맞닿은 실천을 지향한다. 복잡한 인식론과 존재론을 특징으로 하는 서양 근대철학에 비해 실용성을 강조하는 게 스토아 철학이고 무소니우스의 사유다.

‘소박한 삶’에 담긴 글도 ‘이런 게 철학이야?’라고 할 정도로 소박하다. 그는 말한다. ‘폭식하지 말라’ ‘화려하게 입지 말라’ ‘호사스러운 집에서 살 필요 없다’고. 무소니우스는 ‘사치를 택하느니 질병을 택하겠다’고 역설한다. 질병은 몸만 상하게 할 뿐이지만, 사치는 몸과 정신을 모두 파괴하기 때문이다.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리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고, 탐욕을 부리다 보면 불의를 저지르기 쉽다. 인간이 추구해야 할 건 절제와 덕이지 탐욕이 아니다. 욕망을 무한 긍정하는 자본주의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통찰이다.

이러한 주장이 다소 따분하게 들린다면 무소니우스의 혁신적인 사유도 소개해 보겠다. 먼저 그의 여성관이다. 성차별주의자로 명성이 높은 아리스토텔레스와 달리 무소니우스는 여성과 남자가 동일한 미덕을 갖고 태어났으며, 동일하게 교육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혼관도 혁명적이다. 그는 집안 대 집안 식의 혼인에 반대했다. 상대방 가문의 조건이 아니라 개인의 인격과 정신을 봐야 한다고 말한 무소니우스의 경구는 21세기 현재 결혼식 축사에 써먹어도 어색하지 않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대목도 존재한다. 부당한 권력에 항거하고 유배됐을 때의 마음가짐이 그렇다. 정의를 모르는 권력자에는 반대해야 한다. 권력자로부터 미움을 사 쫓겨나더라도 그 고난을 대수롭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비겁한 건 악이고, 정의를 실천하는 게 선이다. 무소니우스는 자신의 지론을 행동으로 실천했는데, 이런 면모는 전혀 소박하지 않다. 거인의 풍모가 느껴진다.

손민규 예스24 인문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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