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하늘로 떠난 베티가 그리워도 슬픔을 받아들여야 어른이 된대요
슬픔아 안녕
열매 지음·그림 | 봄봄 | 40쪽 | 1만4000원
어항 속 작은 보라색 물고기 이름은 베티. 늘 아이와 함께였다. 아이가 엎드려 책을 읽을 때면 그 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아이스크림의 과자로 된 콘 부스러기는 늘 베티 차지였다. 커튼을 열고 창밖을 바라볼 땐 아이가 바깥 세계를 상상하듯 베티도 물끄러미 어항 밖 세계를 꿈꾸는 것 같았다. 어떤 날은 친구처럼, 또 어떤 날은 풍경처럼 베티는 늘 거기에 있었다. 그런데, 그 베티가 어느 날 사라졌다.
“베티는 죽어서 우리 곁을 떠나갔단다.” 아이는 아빠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머릿속에 새카만 소용돌이가 치는 것 같다.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슬픔은 베티가 떠나고 텅 비어 버린 어항처럼 아이를 둘러싼다. 마음은 물속으로 가라앉듯 자꾸만 깊이 가라앉는다.
모든 처음은 깊은 자국을 남긴다. 아이가 자라며 경험하는 첫 번째 이별도 그럴 것이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점점 더 다양한 반려동물을 기른다. 이 동물들의 수명은 대개 안타까울 만큼 짧다. 오래 정을 줬던 소중한 친구를 갑자기 떠나보내는 처음 경험을 아이는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행복이나 기쁨으로 가득한 꽃길만 걷는 인생은 없다. 홀로 겪고 넘어서야 할 분노나 슬픔의 심연도 문득문득 찾아올 것이다. 어항 속 물처럼 눈물이 방 안을 가득 채운 것 같던 날, 베티가 그 안을 헤엄쳐 아이의 꿈속으로 온다. 아이는 이 슬픔도 언젠간 마를 날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제야 베티도 진짜로 아이 곁을 떠난다. 비어 있어야 또 다른 소중한 무언가로 채울 수 있다.
슬픔을 외면하거나 피하지 말라고, 부정적인 감정도 온전히 받아들인 뒤에야 제대로 비울 수 있다고 소곤소곤 말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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