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에 에프킬라 뿌리던 쌍둥이 형에게 복수하고 싶었지만…
사소한 취향
김학찬 지음 | 교유서가 | 328쪽 | 1만5500원
말에는 마음이 들어 있다. 그래서 듣는 이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서 말하는 이의 마음을 짚어낸다. 단편 ‘우리집 강아지’는 주인공인 쌍둥이 형제 중 동생의 이런 말로 시작한다. “모든 형들은 개새끼다.” 흔한 형제 사이 다툼이라기엔 뼈가 있는 말이다. 어린 형은 곤충으로 모자라, 동생의 입에 에프킬라를 뿌렸다. 어른이 돼서는 ‘에프킬라’라는 회사를 차린다. 돈만 주면 글을 대신 써주는 곳이다.
동생의 꿈은 형을 배신하는 것. 취직을 못해 형의 회사에 들어간다. 직원들과 모의해 형을 내쫓지만, 직원들 몰래 형의 금고를 턴다. 돈까지 탐하니 똑같은 ‘개새끼’다. 그마저도 형의 협박에 그에게 다시 회사를 넘긴다. 배신은 이루지 못할 꿈이리라.
2012년 제6회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은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농담 속에 진심을 담은 단편 10개를 묶었다. 유기된 고양이, 강사 자리에서 쫓겨난 이처럼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인물들이 주인공. 세상을 냉소하면서도 일상을 지켜가는 모습이 우리 삶과 닮았다.
제목처럼 ‘사소한 취향’이 모여 책이 됐다. 작품 속 인물들은 각자의 취향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소설가인 화자가 “소설가가 등장하는 소설은 질색이다”라고 말하는 식. 농담 정도로 보일 수 있지만, 그 마음은 사소하지 않다. 세상을 향한 유머 속에는 작가의 ‘진심’이 담겨 있을 것이다.
“내가 쓴 것은 모두 작가의 말인데, 분명하게 작가의 말이라고 부르는 것은 무엇이 또 달라야 하는가”라는 ‘작가의 말’ 역시 그렇다. 처음부터 끝까지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소설, 동시에 어딘가 불편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작가의 최선을 갈아 넣었으나 인체에는 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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