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은의 미술과 시선] 꿀벌 낙원
지상낙원이 있다면 이곳일까? 풍요로운 전원과 목가적인 마을. 마치 이곳으로 오라고 환영하듯 길을 열어 맞이하는 사람들. 장종완(1983년생)의 신작 회화를 보면 그 평화롭고 감미로운 이미지에 눈이 어지러울 정도다. 그런데 벌꿀 통을 들고 있는 아이도 그렇고, 만면에 미소를 두르고 반기는 사람들의 눈이 조금 기이하다. 자세히 보니 여기 있는 모든 생물이 다 조금씩 이상하다. 꿀벌의 크기는 지나치게 크고 사람과 산양의 몸은 꿀벌과 많이 닮아 있다. 탐스럽지만 과장되게 큰 과실은 탐욕의 상징 같아 보인다. 장종완은 우리가 꿈꾸는 이상과 현실의 위기감을 혼합해 독특한 도상의 화면을 구성했다. 꿀벌 실종. 작가가 반어적으로 주목한 생태계 위기 사례다.
최근 미국에서는 세계 최초 꿀벌을 위한 백신 사용을 허가했다. 꿀벌 개체 수가 급감하는 벌집군집붕괴현상(CCD)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동절기(2021∼2022년 겨울)에만 꿀벌 80억마리가 자취를 감췄다는 보고가 있었다. 올해도 안심할 수준이 아니라 정부 관계 부처가 예찰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양봉 농가는 대개 1월 중순이 지난 지금부터 벌통을 열어 꿀벌 상태를 확인한다. 이 ‘대체 불가능한 생물’의 생사는 물론, 인류의 미래를 긴장하며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전작에서도 장종완은 자연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되 특유의 환상적이고 어딘지 불안한 느낌을 가미했었다. 밝은 가운데 그로테스크한 그것은 교배되어 모양이 변한 동식물, 자연의 이상현상을 담은 것이었다. 경각심을 가하는 그의 화면은 오늘날 미술이 갖는 주요 역할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단순한 장식 대상이 되기보다 그 이상의 실천을 호소함으로써 말이다. 장종완이 미술의 재료 사용에 있어 고민하는 친환경적 아이디어도 실천 방향 중 하나일 것이다. 그가 고안한 세계를 통해 여기, 위기의 인류를 향한 자연의 엄중한 경고를 다시 본다.
오정은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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