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끊기’보다 ‘먹기’… 새해 다짐 더 잘 지킬 수 있는 방법

김민지 유튜브 '만두랑' 진행자·전 SBS 아나운서 2023. 1. 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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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의 런던 매일]
영국인 절반 이상 새해 다짐
19일 안에 포기하는 이유는?

설 연휴도 지나가고 이제 정말 물러설 곳 없는 2023년 새해입니다. 어떻게들 맞이하고 계신가요. 혹시 새해 다짐도 하셨는지요.

저는 얼마 전 아이의 학교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새해를 맞은 교장 선생님이 학부모에게 보내는 ‘당부의 말씀’이었는데요, 그 내용이 자못 신선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새해 결심을 하도록 유도하거나 강조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담은 장문의 편지였거든요. 아이들이 결심에 변화를 포함시키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모습을 불만족스럽게 느낄 것을 우려하면서, 자라는 동안 ‘새해 의제’에 휩쓸릴 충분한 시간과 기회들이 있을 테니 지금은 죄책감이나 실망감으로부터 아이들을 자유롭게 해달라는 메시지였습니다. 그날 아이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우리 가족의 새해 목표’에 대해 이야기하려던 차에 뜨끔하고 말았지요. 어린 시절 저 역시 동그란 시계 모양의 계획표를 방문에 붙였다가 얼마 가지 않아 풀이 죽어 떼 내던 기억이 났거든요.

우리는 언제부터 이 지키지도 못할 새해 다짐을 해 왔던 걸까요? 새로운 해가 시작되면서 변화에 대한 목표를 세운 건 4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바빌로니아인들은 새해의 도래를 기념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록상 최초의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새해는 3월경으로, 농작물 재배를 축하하며 새로운 왕을 즉위시키거나 그 왕에 대한 충성을 다짐했다고 합니다. 이후 로마인들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신 야누스에게 희생과 약속을 바쳤고요, 기사도와 기사의 용맹을 맹세했던 중세를 지나 19세기에는 종교의 도덕적 성격에 일치하는 서약을 했다고 하지요. 현대에 이르러 자기 개선에 대한 문학적 표현으로, 1863년 1월 1일 마크 트웨인이 지난해를 반성하고 결점을 잘라내겠다는 다짐을 적은 편지가 기록으로 남아있습니다. 최근 영국의 인터넷 기반 데이터 분석 기업 유고브(yougov)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인의 58%, 약 3000만 명이 새해에 새로운 다짐을 합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내용은 ‘건강’과 관련된 항목으로, 그중 53%가 운동이나 식단 개선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리학자들은 뇌가 기억을 구성하는 방식에서 우리가 새해 첫날 새로운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인간이 삶을 연속체로 보기보다는 여러 단계로 나누어 표시하는 별도의 ‘장(chapter)’으로 나누어진 내러티브를 만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인데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의 심리학 교수이자 <변화하는 방법(How to Change)>이라는 책의 저자 케이티 밀크맨(Katy Milkman)은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을 마치 책의 등장인물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 때문에 주요한 삶의 순간이 있을 때마다, 당신의 마음은 깨끗한 슬레이트를 가진 것처럼 느끼며, 당신이 새로운 시작을 했다는 느낌을 만드는 특별한 일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깨끗한 종이에 새로 쓰여진 계획을 얼마나 수행할까요. 유고브는 2021년 말에 결심한 영국인 중 28%만이 모든 결심을 지켰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절반 이상(53%)이 일부를 지켰고, 6명 중 1명(17%)은 결의를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고 인정했지요. 대부분이 작심삼일까지는 아니더라도 1월 19일 안에 포기를 선언한다고 합니다.

새해 다짐을 더 잘 지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브리스톨 대학(University of Bristol)에서 진행한 2007년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직접 자신의 목표 설정에 참여할 때 목표를 22% 더 자주 달성했으며, 측정 가능한 작은 목표를 이루기가 수월했습니다. ‘체중 감량’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일주일에 200g 감량’과 같은 특정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성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겁니다.

또한 스웨덴의 스톡홀름 대학(Stockholm University) 연구팀은 긍정적인 목표에 기반한 결심이 나쁜 습관을 끊으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이루기 쉽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새해 결심을 한 1066명의 진행 상황을 추적해 사람들의 의도를 두 가지 부류로 분류한 결과인데요. 첫째는 ‘회피 목표’로 과자, 술 또는 소셜 미디어와 같은 것을 ‘끊는 것’과 관련이 있었고, 다른 하나는 일주일에 두 번 수영하거나 저녁에 기타 연습하기 등 새로운 습관을 채택하는 것과 관련된 ‘접근 목표’였습니다. 평균적으로 참가자들은 회피 목표보다 접근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약 25% 더 높았습니다. 예를 들면 이미 습관이 되어있는 야식을 ‘끊기’보다는 야식으로 당근을 ‘먹기’로 하는 것이 수행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거지요.

양력설도 음력설도 지났지만, 사실 다짐은 굳이 새해의 힘을 빌릴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와튼 스쿨의 밀크맨 교수가 사람들은 스스로 재설정을 통해 언제든 시작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거든요. 3월의 세 번째 목요일이라고 하면 아무도 중요하지 않게 여기지만 ‘봄의 첫날’이라고 부르면 새로운 시작의 감각이 상승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새 시작을 생각하도록 격려 받은 학생들은 목표에 한층 다가갈 확률이 높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1월 1일이 아니라 우리가 설정하는 ‘우리의 시작’이라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밀크맨 교수는 부디 좌절하지 말기를 당부합니다. 어떤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우리는 항상 새로운 출발의 이정표를 찾을 수 있으니까요. 이루고픈 것만 있다면, 그 ‘꺾이지 않는 마음’만 있다면 우리에게는 2월이, 3월이, 봄의 시작이 남아있습니다. 희망을 잃지 않아도 될 만큼의 충분한 새로운 나날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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