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탄이 尹 정부 탓? 매순간 자기모순과 싸우는 좌파들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2023. 1. 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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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서민의 문파타파]
민주당과 좌파 세력들이
이재명 무고 주장하는 이유
일러스트=유현호

“언제 주사파에 회의를 느꼈나요?”

A씨는 서울대 의대에 입학한 수재였다. 예정대로라면 명의가 돼서 수많은 사람을 치료했을 테지만, 그는 곧 자퇴해 버린다. 입학하자마자 김일성의 주체사상 세례를 받았는데, 학습량이 많은 의대는 주사파 운동을 하기엔 적합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듬해 서울대 국사학과에 들어간 그는 인문대 학생회장을 지내는 등 본격적으로 주사파 운동을 하고, 졸업 후엔 더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결국 그는 1995년 주사파 운동의 최고봉이라 할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 본부의 사무처장을 지내는데, 이때 한 일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실천하는 것이었단다. 이 때문에 총 4년간 수감 생활을 한 그는 2009년 <진보의 재구성>이란 책을 통해 주사파 운동이 우리나라 현실에 맞느냐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주사파 활동을 접는다. 그 뒤 아이들한테 수학을 가르치며 은둔하던 그는 2019년 조국 사태가 터지자 문재인 정권과 그 핵심인 586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을 시작한다. 이해되지 않았다. 조국 법무장관 임명 강행에서 문 정권의 실체를 꿰뚫어 볼 정도의 상식을 갖춘 이가, 북한 체제의 허상을 깨닫는 데 삼십 년이나 걸렸다는 사실이 말이다. 유튜브에서 A씨를 만났을 때 주사파에 처음 회의를 느낀 게 언제냐고 물은 건 그 때문이었다.

“그 누구더라, 여자 가수인데 허벅지 때리면서 춤추던 분?”

답변하면서 A씨는 가수 한 명을 언급한다. 그가 말한 가수는 김지현. 지금은 해체된 그룹 룰라는 ‘날개 잃은 천사’라는 공전의 히트곡을 내는데, 당시 앞에서 허벅지를 때리는 퍼포먼스를 하던 이가 바로 그녀였다. A는 왜 김지현을 언급했을까. 주사파가 북한을 이상향으로 여기는 것은 대한민국이 미제의 식민지라고 생각했기 때문. 그래서 그들은 반미를 외치고, 미국 대사관에 폭탄을 터뜨리는 짓을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김지현처럼 젊은 가수가 자유분방하게 춤추며 노래 부르는 나라가 과연 미제의 식민지일 수 있을까? 회의는 그때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몇 년 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일본 전자 회사 전체를 합친 것보다 높다는 뉴스를 봤을 때, A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간 자신이 믿었던 게 다 허상이었음을. 하지만 그 뒤에도 A는 주사파 운동을 계속했다. 이유가 뭘까? “나를 믿고 따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그만두는 순간 너무나 많은 큰일이 벌어지지 않겠는가.” 듣는 순간 허탈했다. 이쯤 되면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속인 것 아닌가. 하지만 그를 비판할 수 없었던 건 다음과 같은 생각 때문이었다. 자신이 믿지 않는 것을 타인에게 믿으라고 강요하면서, 그가 감당해야 할 번민과 고뇌가 꽤 컸으리라는 것. 좌파로 사는 게 힘든 건 이렇듯 자신의 앎과 삶의 괴리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를 보자. ‘클리앙’이라고, 아직도 이재명 대표의 무고함을 믿는 좌파 사이트에 현 정부의 가스비 인상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최소한 이재명이 대통령이었으면 지금쯤, 해외 순방 놀러 다니며 뇌 빠진 헛소리하면서 사고나 칠 게 아니라, ‘대국민 가스비 최대한 상승분 억제하는 명령’ 같은 것 내려서… 가스비 폭탄 잡았습니다. 그게 아마 국정 최우선 과제였을 듯해요. 그리고 우리는 가스비 및 관리비가 20만~30만원씩 오르는 기적을 보지 않고, 평안한 설 명절을 보냈겠죠.” 여기 달린 댓글들도 가관이었다. “가스비 걱정은 당연히 없었을 테고… 내년 주 4일제 정착됐을 겁니다” “오늘 가스비 나온 거 보고 헛웃음이 나오더군요. 그 누구 땜에 화병 걸리게 생겼습니다.”

가스비는 천연가스 가격이 급상승한 2021년 하반기부터 인상 압력을 받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어난 2022년부터는 그 압력이 더 커졌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막바지에 이르기까지 가스비를 올리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물가 안정, 코로나19 등을 핑계로 댔지만, 진짜 이유는 지지율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비단 가스비뿐이 아니었다. 문재인은 지난 5년간 전기료를 거의 올리지 않았다. 탈원전 때문에 전기료를 대폭 올려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왔지만, 문재인은 외면했다. “2021년 이후 지난해 6월까지 한국의 전기 요금은 4.6%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일본은 35.6%, 프랑스는 25.6%, 미국은 21.5%를 인상했다.” 그 결과 건실한 기업이던 한전은 적자 누적으로 빈사 상태에 빠졌고, 한전채 발행에 의존하는 처지가 됐다. 국민 핑계를 대며 올려야 할 요금을 안 올리는 자는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이가 아니다. 자신의 임기 때 눌러놓은 요금 폭탄은 다음 정부에 돌아갈 수밖에 없고, 이 경우 비난 화살은 후임 대통령에게만 집중되기 마련이니 말이다. 클리앙 유저 말대로 이재명이 지금 대통령이라면 가스비 인상 부담을 다음 정권에 넘겼을 가능성이 크지만, 책임 있는 대통령이라면 지금 가스 요금을 올리는 게 옳다.

그런데 클리앙 유저들은 이런 사실을 모를까? 그렇지 않다. 중학교 교육만 받았다면 이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테고, 우리나라는 중학교까지 의무교육 아닌가. 그런데도 그들은 가스비 인상을 구실로 윤석열 대통령을 욕한다. 더 황당한 일은 이 일에 책임이 있는 더불어민주당마저 이 대열에 합세한 것이다. 설 명절 마지막 날인 24일,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은 “(난방) 요금이 2배 오르거나, 10만원 이상 오른 가정이 많았다”고 비판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거들었다. “난방비가 2배 이상 급등한 것이 굉장히 큰 고통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양심에 털 나서, 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난 그렇게만 보지 않는다. 주사파였던 A씨가 그랬던 것처럼, 저들 역시 앎과 삶의 괴리로 괴로워하고 있지 않을까. 그들이 늘 썩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도 그 괴로움의 징표일 터. 그런데도 그들은 ‘나를 믿고 따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고, 그만두는 순간 너무 큰일이 벌어질까 봐’ 현 정부의 가스비 인상을 공격하고, 테러 지원국인 이란이 우리 우방인 것처럼 왜곡하며, 청담동 술자리가 진짜라고 주장하고, 이재명 대표가 무고하다고 우기고 있다. 이들을 미워할 수는 있지만, 다음 한 가지는 마음에 담아두자. 저들은, 매 순간 자기모순과 싸우는 가엾은 이들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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