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원하는 악당? 독재자 스탈린을 파헤치다
희대의 악인 인정하며 다른 모습 조명
2차대전 당시 英·美 동맹국 지원 요청
얄타회담 등 외교적 대화로 실익 챙겨
美 불참 예견한 한국전은 뼈아픈 오판
고위급 숙청 등 폭력적 시스템 지적 속
히틀러에 맞서 승리 이끈 공로 인정도
스탈린의 전쟁/제프리 로버츠/김남섭 옮김/열린책들/4만5000원
“이오시프 스탈린이 대량으로 사람들을 살육하고, 고문하고, 감옥에 가두고 억압했다는 기존의 인상은 틀린 게 아니다. 하지만 그 시대의 모든 범죄와 고통을 스탈린의 탓으로만 돌리면, 이 엄청난 재능을 가진 정치인을 이해할 수도 없을뿐더러 그를 단순히 괴물이나 정신병 환자로 치부할 수도 없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부터 스탈린이 사망한 1953년까지를 다룬다. 이를 통해 스탈린의 잔혹성을 확인하는 한편, 그가 독일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군사 지도자였고, 전후에도 냉전보다는 미국 및 영국과의 대연합이 지속되길 원하며 평화를 선택했다고 분석한다. 우리가 스탈린에 갖고 있는 잔혹한 독재자나 악당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책에 따르면, 스탈린은 제2차 대전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된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엄격한 규율과 가혹한 처벌로 장교들의 후퇴를 단속하는 한편, 군사들의 사기를 북돋웠기에 가능했던 승리였다.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필요한 지원을 구체적으로 요구했으며, 상대방을 설득해 작전 수행에 동의를 얻었다.
스탈린의 전쟁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확 갈린다. 대표적 비판론자인 전기 작가 드미트리 볼코고노프는 스탈린에 대해 “천재적인 군사 지도자가 아니고, 전문적인 군사적 수완이 없으며, 오직 피에 젖은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야 전략적 지혜를 갖게 됐다”고 혹평했다. 반면, 1943년부터 1945년까지 모스크바에서 미국 대사를 역임한 애버럴 해리먼은 1981년 인터뷰에서 예상외로 호평했다. “전쟁 지도자 스탈린은 인기가 좋았고 소련을 단결시킨 사람이라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비상 상황에서 국가 지도자의 소임을 다했던 스탈린을 특히 찬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런다고 스탈린의 잔학무도함에 대한 혐오가 최소한으로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다른 측면뿐 아니라 건설적인 측면도 보여줘야 한다.”
“북한은 침공을 개시했을 때 그들이 출발했던 지점으로 돌아갔고, 남한의 독립은 대규모 미군의 주둔으로 보장됐으며,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위상을 떠받치는 기둥이 됐다. 전쟁 수행에 대한 중국과 스탈린의 견해차로 적의가 깊어지면서 1950년대 말에 중·소 분열이 촉발되었다. 스탈린의 마지막 전쟁은 그가 겪은 가장 비참한 실패 중 하나였다.”
저자는 오판을 저지르고 잔혹했지만 그럼에도 스탈린은 성공적인 지도자였다고 평가한다. 즉, 스탈린은 “현실주의자이고 실용주의자였으며, 소비에트 시스템이나 자신의 권력이 위협받지 않는 한 타협하고 변할 각오가 되어 있는 지도자였다”며 “수많은 사람을 학살한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시스템을 창출했지만, 그것은 히틀러에 맞선 매우 힘든 투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유일한 시스템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사후 3년이 된 1956년 2월, 스탈린은 새 지도자 니키타 흐루쇼프에 의해 비판받기 시작했다. 흐루쇼프는 대조국 전쟁 승리는 공산당과 그 지도부의 집단적 노력 덕분이지 스탈린의 덕분이 아니며, 스탈린은 오히려 해로운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비판은 1980년대와 1990년대로 이어지면서 봇물을 이뤘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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