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남수의 視線] 난방비 폭탄에 나경원의 ‘솔로몬’이 떠오른 이유

천남수 입력 2023. 1. 28. 00:08 수정 2023. 3. 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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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문을 읽으며 입술을 깨물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춥다는 소한(小寒)과 대한(大寒)이 지났다. 일주일 후면 어느덧 입춘(立春)인데, 여전히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고 있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서민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는데,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얼어죽지 않으려면 난방을 해야 한다. 외출로 해놓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지내더라도 최소한의 난방은 해야 견딜 수 있다.

그런데 어마어마한 난방비 폭탄이 터졌다.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유난히 추운 날씨가 이어지는 터라 어느 정도 난방비는 나올 것이라고 짐작은 했다. 하지만 올라도 너무 올랐다. 국민은 난방비 폭탄을 맞고 패닉상태에 빠졌다.

난방비 폭탄을 맞은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깜짝 놀란 정부는 가스비 인상 요인이 있음에도 미리 인상하지 않았던 전 정부 탓이라며 책임을 슬쩍 돌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으로 인한 폭탄 대가를 우리가 치른다”면서 “지난 정권의 인기영합 정책 때문에 손 놓고 있다가 이런 결과가 왔다”고 했다.

이에 야당도 가만있지 않았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의 난방비 폭탄은 국가의 역할을 포기한 무능과 무의지의 결과”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정부는 가스비 인상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정치적 이유로 뭉갠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크다며 야당을 향해 사과부터 하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야당은 야당대로 정부가 전 정부 탓만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준 난방비 폭탄 문제가 정치권의 ‘네 탓 배틀’로 변질된 셈이다.

사실 난방비 폭탄에 대한 책임 공방은 상대에게 프레임 씌우기를 위한 정치적 레토릭에 불과하다. 그래서 공방이 거칠어질수록 국민의 분노 게이지만 높아간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이 국민 몫이 됐다. 그런데 여·야 간의 볼썽사나운 공방을 지켜보다가 나경원 전 의원이 언급한 ‘솔로몬’이 떠오른 것은 의외였다.
 

▲ 연초부터 급등한 난방비가 서민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는 가운데 26일 서울 시내 가스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 25일 당 대표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면서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의 심정으로 그만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솔로몬은 지혜로운 사람의 대명사다.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하는 두 여인에게 솔로몬은 아이를 반으로 나누라고 했다. 이에 한 여인이 아이를 살리기 위해 아기를 포기하자 그 여인이 진짜 엄마라고 판결한다. 성경 열왕기상 3장에 나오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 초선 의원들의 파상공세에 백기를 든 나 전 의원은 자신의 출마 포기는 솔로몬 재판에서 자식을 지키기 위해 자식을 포기한 진짜 엄마처럼, 당의 화합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솔로몬의 지혜’를 가진 국민과 당원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는 뒤끝을 남긴 셈이다.

그런 점에서 난방비 폭탄을 두고 벌이는 책임 공방은 정치권의 진영 간 대결 양상과 닮았다. 이제는 하다 하다 가스비 문제로 국론이 갈리는 세태가 됐다. 그래서 생뚱맞은 비유지만, 난방비 폭탄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에 앞서 굳이 난방비 폭탄사태의 원인을 꼽자면, 여당의 주장대로 전 정부가 가스비를 미리 인상하지 않았다는 점과 세계 에너지 위기를 불러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다.

예년보다 매서운 추위가 몰아친 이번 겨울의 날씨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당이 주장하는 전 정부의 탓은 선뜻 동의할 수가 없다. 아침에 3개 주고, 저녁에 4개 준다고 결과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어차피 인상될 것이라면, 결과는 마찬가지 아닌가. 국민을 어리석게 여기는 조삼모사(朝三暮四)가 아닐 수 없다.
 

▲  어마어마한 난방비 폭탄이 터졌다.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유난히 추운 날씨가 이어지는터라 어느 정도 난방비는 나올 것이라고 짐작은 했다. 하지만 올라도 너무 올랐다. 국민은 난방비 폭탄을 맞고 패닉상태에 빠졌다.

애꿎은 난방비를 두고 싸울 것이 아니라 솔로몬의 지혜로 해결책을 찾아보자. 먼저 과감하게 인상된 가스비에 대한 보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보전 방법은 다음 달에 공제하면 된다. 그리고 이번 가스비 인상분도 이전으로 돌려놔야 한다. 따뜻한 봄날이 되면, 천천히 의견을 수렴해서 합리적인 인상안을 마련하면 된다. 그럼 재원 문제가 남는다.

돌아보면 코로나로 전 국민에게 지원금도 지급했던 것이 우리나라다. 외국도 비슷한 정책을 폈다.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도 이어졌다. 취약계층에 대한 두툼한 지원을 약속한 것도 윤석열 정부다. 정부가 가혹한 가스비 인상에 따른 국민의 부담을 떠안으면 된다는 말이다. 이것이 국가가 할 일이다. 마침 정부도 취약계층에 대한 난방비 지원책을 내놨다. 지혜의 왕 솔로몬도 그렇게 했을 것 같다.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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