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튜버의 ‘해리성 장애’…초기증상은?

게티이미지뱅크

해리성 정체감 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DID)를 앓고 있는 20대 유튜버가 ‘조력사망(안락사)’을 결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25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프랑스 유튜버 릴리(23)는 최근 “올해 말 조력사망을 진행하기 위해 벨기에 의사들과 접촉하고 있다”며 “충동적인 결정은 아니다”고 밝혔다. 다만 현지 매체 등에서는 릴리가 언급한 벨기에 안락사 클리닉 측이 조력사망을 돕기 힘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알려졌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DID)는 자아의식장애의 하나로 자신을 다수의 인격으로 경험하는 장애를 뜻한다. 과거에는 ‘다중인격 장애’로 알려졌다. DID의 주된 증상은 각각의 사고‧느낌‧행동 패턴을 가진 2개 이상의 뚜렷한 정체성 또는 성격이 존재하는 상태다. 이와 함께 정상적인 건망증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억상실을 겪기도 하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상태로 외부에서 자신을 관찰하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DID 환자들이 가지는 다중인격은 5~10가지 정도다”며 “18세기까지도 DID가 발생하는 이유를 ‘악마에 사로잡혀 생기는 현상’으로 여기기도 했으나, 최근 연구에서는 대개 학대와 같은 소아기 외상 경험과 연관돼 있으며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의 죽음, 끔찍한 사고의 목격 등 정신적인 외상이 원인이 될 때가 있다고 여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DID를 육제적‧정신적 외상으로부터 받은 충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

DID의 초기증상은 ‘평소와는 다르다’는 이질감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극심한 고통 또는 감정적 무감각 ▲기억 곤란, 특히 외상적인 사건에 대한 기억상실 ▲자신으로부터 분리돼 있거나 외부에서 자신을 관찰하는 감각 ▲관계 또는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음 ▲다른 정체성이나 성격 상태 사이를 전환하는 경향을 보임 ▲감정적으로 ‘분열’되거나 ‘분절’됨을 느낌 등이 있다. 이러한 초기증상이 느껴지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찰과 병력 청취, 질의응답 과정을 통해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DID의 치료는 일반적으로 심리치료와 약물치료의 조합으로 이뤄진다. 치료의 목표는 개인이 서로 다른 정체성을 통합하고 고통의 증상을 줄이도록 돕는 것이다. DID를 치료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진 심리치료는 인지행동치료(CBT)와 부정적이고 기분 나쁜 생각을 줄여주는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Eye Movement Desensitization & Reprocessing‧EMDR) 등이 대표적이다. 항우울제‧항불안제 등의 정신약물치료도 우울증과 같은 증상관리를 위해 사용될 수 있지만, DID에 대한 일차적인 치료법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정신질환은 예방 가능하며, 치료를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의학적 질환이다. 정신건강에 어려움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을 통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임태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