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문화재의 생명력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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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4일 일본의 도쿄국립박물관을 관람하며 인상적이었던 건 수리 프로젝트 알림판이었다.
소장 중인 회화 '뒤로 돌아보는 미녀'(1690년)와 고분(古墳)시대(3∼7세기) 유물인 '하니와 춤추는 사람들'(6세기)을 수리하는 데 필요한 기부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도쿄국립박물관 수리프로젝트와 8년째 공사 중인 구마모토성을 보며 떠올린 건 문화재의 생로병사(生老病死)였다.
복원, 수리가 필요한 문화재는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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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4일 일본의 도쿄국립박물관을 관람하며 인상적이었던 건 수리 프로젝트 알림판이었다. 소장 중인 회화 ‘뒤로 돌아보는 미녀’(1690년)와 고분(古墳)시대(3∼7세기) 유물인 ‘하니와 춤추는 사람들’(6세기)을 수리하는 데 필요한 기부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알림판 한쪽의 모금함에는 꽤 많은 지폐와 동전이 쌓여 있었다. 두 유물 모두 박리(剝離·금속을 입힌 표면이나 칠을 한 표면에서 그 일부가 벗겨져 떨어지는 것), 균열 등이 발견돼 수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올해 3월까지 모금이 진행되지만 지금까지 약 1300만엔(약 1억2000만원)이 모여 목표액 1000만엔을 넘었다.
도쿄국립박물관 수리프로젝트와 8년째 공사 중인 구마모토성을 보며 떠올린 건 문화재의 생로병사(生老病死)였다. 우리는 대개 문화재를 박물관이나 유적지에서 만난다. 그곳에서 문화재는 현재 구현할 수 있는 최상의 모습으로 보이게 마련이다. 그래서 항상 그런 상태이겠거니 생각하기 쉽다. 문화재가 살아온 긴 세월 때문에 생긴 뜯기고, 깨지거나 색이 바랜 것도 부지기수지만 앞으로는 상태가 악화하지 않을 거란 확신 비슷한 것도 은연중에 갖는다.
유구한 역사의 증거이자 찬란한 문화의 산물인 문화재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당연한 기대일 수 있지만 사실은 착각에 가깝다. 문화재 역시 병들고, 끝내는 사라진다. 원인은 여러 가지며, 제아무리 정성을 들여 살펴도 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관건은 건강한 생명력을 최대한 길게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복원, 수리가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원형, 복원 방식 등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와 고민은 문화재의 생존방식을 결정하기도 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일제강점기에 뜯기고, 6·25 전쟁 때 포탄에 맞아 무너졌다가 1960년대 엉뚱하게 콘크리트로 새로 세운 걸 전면해체해 2010년 지금의 모습으로 되살린 서울 광화문이다.
복원, 수리가 필요한 문화재는 어디에나 있다. 중요한 건 지속적인 관심이다. 구마모토성처럼 수십 년이 걸리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의 경우엔 1999년 해체 수리 결정 후 20년이 지난 2018년에야 수리가 완료된 익산 미륵사지 석탑 사례가 있다. 도쿄국립박물관처럼 수리 시작 전부터 관심을 환기하는 방식은 우리에겐 부족한 면모인 듯싶어 참고가 될 만하다. 많은 사람의 정성이 모여 건강을 되찾고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면 애정이 커지는 건 당연지사다.
그렇게 과거의 산물인 문화재는 현재를 살고, 미래로 향한다.
강구열 국제부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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