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광우의시네마트랩] 아시아계의 대약진과 양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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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많은 연예기사는 '헤어질 결심'이 아카데미 외국영화상 후보에 선정되지 못했다는 것을 미국 영화계가 충격으로 여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영화인들이 '기생충'과 '미나리'에서 계속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것처럼 이번에도 '헤어질 결심'이 외국영화상 후보에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기에 의외의 결과라고 평가한 듯하다.
미국에서 아시아계의 삶을 다룬 영화가 다른 영화들을 제치고 가장 많은 후보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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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이번 아카데미상 후보 발표에서 눈에 띄는 점은 ‘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11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아시아계의 삶을 다룬 영화가 다른 영화들을 제치고 가장 많은 후보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영화 ‘더 웨일’ 홍차우, 영화 ‘리빙’으로 각색상 후보에 오른 이시구로 가즈오까지 합하면 이번 아카데미상의 전반적인 경향은 ‘아시아계의 대약진’이라고 부를 수 있다. ‘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최근 일부 영화에서 채택한 평행우주 이론을 스토리텔링에 잘 적용했다. ‘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성취는 그 혁신적인 스토리텔링 이외에도 그동안 이안(대만), 봉준호, 박찬욱 감독의 영화들이 서구에서 아시아계 영화의 저변을 확대해온 북미의 아시아계 영화인들의 노력이 누적된 시너지 효과인 셈이다.
주연을 맡은 양자경은 아시아 출신 배우로는 처음으로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양자경은 올드팬들에게는 ‘예스 마담’으로 여성 액션배우로 알려져 있었고, ‘007 투모로우 네버 다이’에서 직접 위험한 액션 연기를 선보이는 등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액션영화에서 남성 액션 주인공의 배우자 역할에 국한됐던 여성 배우들의 표현 영역을 확대했다. ‘와호장룡’ 이후에는 액션뿐만 아니라 품격이 있는 감정연기도 선보였으며, ‘게이샤의 추억’이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와 같은 다른 장르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왔다. 후보에 오른 것을 넘어 이제 그녀가 최초의 아시아계 주연상 수상자가 되기를 기원한다.
노광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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