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균등한 분배는…[토요일의 문장]
김종목 기자 2023. 1. 27. 20:40
집에서 참정권이 필요하다고 말해도 큰 반대에 부딪히게 되지는 않지만, 경제의 균등한 분배는 거론하자마자 눈앞에서 적을 만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당연히 극렬한 전투가 발생하게 됩니다.
- <부엉이의 불길한 말>(문학과지성사) 중 ‘노라는 집을 나온 뒤 어떻게 되었는가’에서.
루쉰이 1923년 12월25일 베이징 여자고등사범학교 문예회에서 헨리크 입센(1828~1906)의 <인형의 집> 주인공 노라의 행보를 두고 진행한 이 연설은 유명하다. 루쉰이 집 나온 노라가 유곽으로 가 타락하거나 집으로 되돌아가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는 부분이 회자하는데, 정확히는 루쉰이 노라의 양자택일에 관한 말의 출처를 밝히고 “(양자택일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을 뿐이다. 루쉰이 강조하는 건 돈, 즉 경제권이다. 꼭두각시가 되지 않으려면 경제권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 그는 “집에서 남녀 간 균등한 분배”와 “사회에서 남녀 간 대등한 세력”을 강조했다. 인용문은 “경제권을 요구하는 것은 평범한 일이지만, 아마도 고상한 참정권이나 광대한 여성 해방 같은 것들을 요구하기보다 까다로울지 모른다”며 한 말이다. 그럼에도 그는 끈질기게 경제권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책은 루쉰의 방대한 산문 중 10편을 실었다. 문학평론가 성민엽(서울대 중문과 교수)이 추리고, 옮겼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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