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니면 누가 남편 구제"…김여사, 與 여성의원들과 '식사정치'(종합)

최동현 기자 조소영 기자 한상희 기자 박기범 기자 신윤하 기자 2023. 1. 27.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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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여성 의원 10명과 '짜장면 오찬'…'조용한 내조' 벗고 黨과 스킨십
"자갈치 시장도 가겠다"…사회적 기업 만든 '순방 백'도 화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칠곡할매글꼴의 주인공 김영분(77), 권안자(79), 이원순(86), 추유을(89), 이종희(91) 할머니를 초청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1.1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조소영 한상희 박기범 신윤하 기자 = 김건희 여사가 27일 국민의힘 일부 여성 의원들과 짜장면을 먹으며 '식사 정치'를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26일) 당 지도부 및 초선 의원들과 오·만찬을 가진데 이어 김 여사도 당과의 스킨십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김 여사는 이날 낮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국민의힘 여성 의원 10명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김미애·김영선·김정재·배현진·양금희·이인선·조은희·황보승희 의원 등 지역구 의원 9명이 전부 모였으며, 조수진 의원(비례)이 추가 참석했다. 메뉴는 짜장면, 가재수프, 소고기, 칠리새우 등 퓨전 중식이 마련됐다.

오찬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고 한다. 김 여사는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 성과를 공유하고 미혼모, 한부모 가정, 발달장애인, 자립준비청년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언급을 했는데, 대부분 서로의 속내와 고민을 주고받다가 자연스럽게 나온 화제들이라는 게 복수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한 참석자는 "김미애 의원이 두 아이를 입양한 얘기를 하다가 미혼모 이야기가 나오거나, 김 여사가 미혼인 김영선 의원에게 '나도 결혼을 늦게 했는데, 결혼할 생각은 없으시냐'고 물으면서 관련 현안에 대한 이야기로 흐르는 식"이라며 "마치 친한 자매들이 따뜻한 창가에 앉아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의 연애담도 테이블에 올랐다. 김 여사는 "저는 은연 중에 '결혼을 못 할 것이다, 안 할 것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이 남자(윤 대통령)를 만나고 진정한 사랑을 느꼈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여사가 "제가 아니면 남편을 구제해줄 사람이 없었지 않겠냐"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의 '패션'도 화제가 됐다. 김 여사는 이날 흰옷에 검은색 치마 차림으로 여성 의원들을 맞이했는데, 의원들이 관심을 보이자 "국산 디자이너가 만든 제품"이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또 김 여사는 UAE·스위스 순방에서 착용한 가방을 언급하면서 "대구의 사회적 기업이 만든 백인데 완판이 됐다고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 여사가 과거 착용한 구두, 치마, 슬리퍼 등이 세간에 알려질 때마다 '완판 행렬'이 이어져 화제가 된 바 있다. 김 여사는 여성 의원들에게 "실력 있는 국내 디자이너를 소개해주면 내가 제품을 사 입어서 많이 팔리면 좋을 것 같다", "해외까지 영향을 미치면 더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여성 의원들은 김 여사의 본업인 문화예술 분야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여사는 UAE와 스위스 순방에서 문화예술 교류 일정을 소화하면서 느낀 경험을 공유했다고 한다.

김 여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누라 알 카아비 UAE 문화청소년부 장관에게 올해 6월 예정된 서울 국제도서전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고, 17일에는 셰이카 라티파 빈트 모하메드 알 막툼 공주를 만나 현지 문화 행사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할 수 있길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18일에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각국의 유명 예술인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을 향해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 인사하고 있다. 2023.1.1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정치권에서는 김 여사가 본격적인 '식사 정치'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오찬은 지난 2일 김 여사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에게 "지금도 대통령이 많이 어렵다. 잘해줘야 한다"고 당부하며 따로 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하면서 성사됐다.

대통령 배우자의 '식사 정치'가 드문 광경은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1998년 8월 전국 광역·기초의회 여성 의원 97명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2007년 여성경제인들과 청와대 오찬을 가졌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2017년 6월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김 여사도 윤석열 정부가 집권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존재감'을 부쩍 키우기 시작했다. 새해 첫 공개 일정으로 '보수 텃밭'인 대구를 찾고, 윤 대통령의 순방길을 밀착 동행하며 해외 정·관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다. 집권 초 외부 노출을 자제하던 '조용한 내조'에서 벗어나 '퍼스트레이디'(Frist lady) 역할에 본격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김 여사는 지난 12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카스텔라·납작만두·어묵·가래떡·치마 등을 구매했다. 분식집에서 떡볶이와 납작만두를 먹을 때는 상인이 "이런 데서는 처음 드시는 것 아니냐"고 묻자, 김 여사는 "아니에요. 제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대답하거나, 시장으로 시민들이 몰리자 양 팔을 머리 위로 올려 '손 하트' 그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 여사는 부산 자갈치시장도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황보승희 의원은 통화에서 "대구 서문시장 이야기가 나왔는데 김미애 의원(부산 해운대구) '서문시장만 가지말고 부산에도 와달라'고 말했는데, 김 여사가 '안 그래도 남편(윤 대통령)이 자갈치시장을 가라고 했다. 자갈치시장 꼭 갈게요'라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김 여사에게 '낮은 자세로 많이 다녀라'라며 적극적인 대외 활동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공개된 신년 인터뷰에서 "취임해보니 배우자도 할 일이 적지 않더라"며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는 일을 대통령이 다 못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여사 특유의 '소프트 파워'도 특징점이다. 이날 오찬에 참석한 한 여성 의원은 "김 여사의 화법이 상대방의 마음을 상당히 편하게 만드는 면이 있어서 놀랐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개인적인 삶과 마음속 고민까지 진심을 얘기하게 하고, 그걸 잘 경청하는 '큰 귀'가 있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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