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선생님은 원래 여자 아니에요?”...남자 초등교사 멸종위기

한상헌 기자(aries@mk.co.kr) 2023. 1. 2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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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임 초등교사 합격
남성 비중은 9.6%에 불과
공립 유치원은 모두 여성
선생님 성비 불균형 심각해
아이들에게 고정관념 우려
[사진 = 연합뉴스]
#서울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50대 여교사 이 모씨는 날이 갈수록 남교사가 보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이씨는 “교내에서 학생들을 생활지도할 사람이 여자 선생님밖에 없어 힘들 때도 있다”며 “아이들이 여자 선생님만 보기 때문에 ‘선생님’이란 직업은 여자만 하는 것 같다는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 신임 초등 교사 중에서 남교사 비율이 최근 10년 사이 최저를 기록했다. 공립 유·초·특수학교 교사 합격자 중 여성 비율도 전년에 이어 90%를 넘으며 교원 성비 불균형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서울시교육청은 2023학년도 공립·국립 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유치원·초등) 교사 임용시험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교사 임용시험 최종 합격자는 총 166명으로 공립 164명, 국립 2명이었다. 공립 합격자 중 여성 합격자는 총 150명(91.5%), 남성은 14명(8.5%)이었다. 이는 지난해 임용시험 남성 비율인 8.6%과 비슷한 결과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 초등학교 교사 중에서 남성이 사라지고 있다. 올해 서울 공립 초등학교 교사 합격자는 114명이며 이 가운데 남성 합격자는 9.6%(11명)로 지난해(10.6%)와 비교해 1%포인트 감소했다. 초등학교 남자 교사 합격자 비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17학년도 초등학교 교사 합격자 중 남성 비율은 16.6%이었으나 2019년학년도 14.9%, 2021학년도 13.2%, 2023학년도 9.6% 등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14년만 해도 서울에 여교사가 848명 충원될 동안 남교사는 142명 충원돼 전체 교사 중에 남성비율이 14.3%에 달했다. 그러나 초등 임용시험 합격자 수 자체도 줄어드는 데다가 남성 합격자 수가 급격하게 줄면서 성비 불균형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초등학교 일선에서 근무하는 남교사 수도 크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서울지역 초등학교 교사 2만8335명 중에 남교사는 3667명(12.9%)에 불과했다. 이는 10년전 2012년 남교사 수인 4378명에 비해 711명이 감소한 셈이다.

2023학년도 공립 유치원 교사 합격자는 10명이며, 전원이 여성이었다. 남성 유치원 교사 합격자는 여성에 비해 지원자 자체가 적어 합격자 비율도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립 유치원 특수학교 교사 합격자는 10명, 초등 특수학교 교사 합격자는 30명이다. 이 중 남성 합격자는 유치원 분야 1명, 초등 분야 2명이다. 국립은 서울 관내 국립학교 중 한국우진학교 특수 초등분야에서 서울시교육청에 위탁시험을 요청했고 2명이 합격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여성들이 훨씬 더 문과에 많이 있고, 성별로 한정해볼 때 임금격차가 작은 교직에 많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남성들이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에서 가르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탓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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