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 주춤, 긴축 막바지… 큰손들 '귀신같이' 신흥국에 베팅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2023. 1. 2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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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경기 긍정론

◆ 신흥시장 자금 밀물 ◆

연초 '킹달러 현상'이 퇴조하며 글로벌 자금 흐름에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신흥국에서 빠져나왔던 글로벌 투자 자금이 신흥국으로 유턴하고 있다. 아울러 신흥국 자본시장과 함께 대표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가상화폐마저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자금 흐름을 바꾼 단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제공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가 뚜렷해지면서 지난해 속도를 높였던 긴축 페달을 곧 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재개) 역시 신흥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MSCI 신흥국지수는 1052.46을 기록해 지난해 최저점이었던 10월 24일(842.76) 대비 24.9% 올랐다.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바뀌면서 신흥국 시장에 봄기운이 불고 있는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신흥국 경제가 선진국을 앞설 것이란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신흥국 자금 유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JP모건은 올해 신흥국 시장이 선진국보다 1.8%포인트 더 성장할 것으로전망했다.

위험자산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비트코인도 최근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26일 비트코인 시세는 2만3000달러대를 오르내렸다.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10%가량 올랐다. FTX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이 잔존하지만 가상화폐 시장의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FT는 이날 "시장 참가자들은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곧 중단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이 점이 신흥시장의 고통을 덜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상 중단 신호탄은 캐나다 중앙은행(BOC)이 주요 7개국(G7) 가운데 제일 먼저 쏘아올렸다. 티프 매클럼 BOC 총재는 지난 25일 "경제 상황이 전망치에 부합한다면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BOC의 긴축정책은 지난해 연준보다 선제적이고 과감해서 이번 중단 시그널도 연준의 추후 결정에 작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은 다음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6.5% 상승하면서 6개월 연속 둔화된 데 따라 확실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더 나아가 시장 관심은 이 회의에서 금리 인상 중단 시기에 대한 시그널이 나올지에 쏠려 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오는 5월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하반기에는 한두 차례 금리를 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중단되면 달러 가치가 하락해 신흥국의 투자 매력도가 올라간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26일 101.84를 기록했다. 전날보다 소폭 올랐지만 지난해 9월 고점과 비교하면 12%가량 하락한 상태다. 세계 경제의 쌍두마차인 미국과 중국에서 들려오는 희소식도 투자심리를 키우고 있다. 대기업의 해고 소식에도 미국 노동시장은 굳건하다. 또 미국 경제성장률 역시 예상치를 상회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연율 2.9% 증가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국내총생산(GDP) 발표가 경기 연착륙 가능성을 더욱 키웠다"고 분석했다.

중국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도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로랑스 벤사피 RBC글로벌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CNBC에 "지난해 신흥시장 투자 비관론이 정점을 찍었다. 중국이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며 "중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면서 투자심리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7일 "유엔이 올해 중국 성장률을 4.8%로 전망했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 이후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중국 경제가 올해 5% 이상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다만 연초 신흥국 자금 유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폴 그리어 피델리티인터내셔널 신흥시장 부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FT에 "부채 비중 확대와 재정 부담 증가, 인구 감소 등의 인구통계학적 영향이 신흥국의 잠재 성장에 하방 압력을 가한다"며 "팬데믹 이전처럼 신흥국을 장밋빛으로 전망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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