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인데 한달 9% 수익"… 장기채 베팅 큰손 '함박웃음'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3. 1. 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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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채권시장 패닉 때 '줍줍'
자금시장 안정되며 가격 급등
단기보다 장기채에 자금 몰려
10년물 금리 4.25% → 3.23%
30년물 3개월 수익률 14% 넘어
장기채ETF 주가도 상승곡선

새해 들어 자금 시장이 빠르게 안정되면서 장기채권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채권을 통한 수익에는 크게 이자와 시세차익이 있다. 이자는 정해진 대로 지급되지만 시세차익은 금리가 낮아지면 채권 가격이 오르며 그만큼 금리가 크게 하락할수록 더 많은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

27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발행된 국채 10년물을 작년 말에 사들인 개인투자자 A씨가 이날 팔았다면 시세차익은 9.1%에 달했다. 액면가가 1만원인 채권의 현재 유통 시세는 1만910원까지 올랐다. 표면금리 4.25%로 발행된 국채 10년물의 현재 금리가 3.23%까지 떨어지면서 채권 가격은 그만큼 올랐다. A씨가 작년 말에 국채 2년물(표면금리 3.12%)을 산 후 이날 팔았다면 시세차익은 0.71%다. 채권 시장 금리는 전반적으로 내렸지만 듀레이션(만기)이 더 긴 국채 10년물이 더 큰 폭의 금리 하락(가격은 상승)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마지막 거래일 대비 10년물 국채의 유통금리는 0.499%포인트 하락해 2년물(0.428%포인트)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삼성증권이 시뮬레이션한 결과 만기 전 시가 평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한국 국채 20년물과 30년물을 샀을 경우 이달 중순 기준 보유 기간 투자 수익률은 각각 11.5%, 14.4%로 집계됐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장기채는 듀레이션이 긴 만큼 금리 안정기 자본차익 수익성이 단기채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최근 증권업계에선 올해 단기채 대비 장기채의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엔 고금리를 바탕으로 단기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여 이자 수익을 올리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엔 지난해 가격이 급락한 장기채를 통해 향후 소정의 자본차익을 노려보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300조원에 달하는 투자자의 자산 관리를 총괄하는 박경희 삼성증권 채널영업부문장(부사장)은 "올해엔 발행 당시보다 가격이 많이 떨어진 장기채를 저가에 사들여 미래 자본차익을 기대하는 투자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며 "발 빠르게 움직이는 슈퍼 리치들도 지난해 말부터 장기채를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채와 회사채 상품에 대한 초과 성과 기대가 높다"며 "금리 인상 효과로 높아진 이자 수익 기대와 함께 경기 리스크 반영 속 금리 하락, 즉 자본차익에 대한 기대가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채 금리가 하락(가격은 상승)하려면 금리가 고점을 지나고 있다는 인식이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확산돼야 한다. 지난 1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로 25bp(1bp=0.01%포인트) 올리자 업계에선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하지만 성장을 함께 고려할 때 향후 금리는 인상보다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물가가 정점을 지났다는 지표들이 나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이 제기되고 있다.

향후 달러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미국채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대로 급락했다가 현재 1230원대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 미국채 또한 단기채 대비 장기채의 가격 상승률이 높은 게 포착된다. 시카고선물거래소(CME)에 따르면 미국채 10년물 가격은 올해 들어 2.8% 올랐다. 반면 미국채 2년물의 경우 올해 채권 가격 상승률이 0.5%에 불과했다. 만약 환율 변동이 부담된다면 국내 미국채 상장지수펀드(ETF) 중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률 변화를 없앤 환헤지 상품을 고려해볼 만하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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