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 좌장'의 위기..'조희연표 서울교육'도 휘청

유승목 기자 2023. 1. 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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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형 선고로 교육감직 상실 위기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직권남용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뒤 이동하고 있다. 2023.01.27.

해직교사를 부당하게 특별채용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7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으며 교육감직 상실 위기를 맞았다. 즉각 항소하겠단 뜻을 밝혔지만, 가뜩이나 시의회와의 갈등으로 각종 정책예산이 삭감되는 등 교육행정 전반이 난맥상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사법 리스크 악재까지 겹치며 10여년 가까이 쌓아온 '조희연표 서울교육'이 흔들릴 위험에 처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박사랑·박정길)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 교육감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교육감은 교육자치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직을 잃게 된다. 만약 대법원 판결이 임기 내 이뤄지고, 1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중도퇴진이 불가피한 셈이다.

조 교육감은 2018년 교육감 선거를 치른 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을 포함해 5명의 해직 교사를 특채 대상으로 내정하고 내부 반대에도 이를 강행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해직교사들은 과거 지방교육자치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이 확정돼 당연퇴직 처리된 교사들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해 조 교육감과 단일화하거나 캠프에 참여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과로 진보교육계 전반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 교육감이 이른바 진보교육을 이끌어온 대표주자였단 점에서다. 조 교육감은 2014년 처음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된 이후 내리 3선에 성공하며 '진보 교육감 시대'를 열었다. 무상급식 확대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축소, 학생인권조례 시행 등 진보성향이 강한 정책을 선보였다.

조 교육감의 재판을 두고 진보교육계가 앞다퉈 무죄를 주장해온 이유다.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진영 교육감이 약진하는 등 교육권력 지형이 바뀌는 상황에서 진보교육계 좌장격인 조 교육감의 도덕성 흠결까지 더해지면 진보교육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5일 교원, 시민사회 단체 등으로 구성된 서울교육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는 "해직교사 특별채용은 정당한 권한"이라며 "조 교육감 무죄 선고를 기대하며 서울 진보교육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도 맡고 있어 현 입지까지 약화될 수 있단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여당이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지방교육재정부금 축소, 자사고 존치 등과 함께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시도지사와의 러닝메이트제를 밀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감들이 끌려다닐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 교육감은 "시·도지사 후보의 정당만 보고 (교육감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앞장서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반대해왔다.

무엇보다 교육계에선 조 교육감이 10여년 간 운영해온 서울시 교육행정이 흔들릴 가능성도 크다. 여당이 시의회 다수를 차지하면서 조 교육감이 중점 추진해온 디벗(디지털기반 학생맞춤형 교수학습지원), 전자칠판, 농촌유학 등의 사업이 모두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시의회는 올해 교육청이 편성한 예산 중 5688억원을 삭감하고, 진보 교육계를 중심으로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데, 이번 판결로 조 교육감의 목소리가 힘을 잃을 수 있다. 조 교육감도 올해 초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불과 몇 달 사이 교육을 흔드는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대외적인 교육지형 환경변화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조 교육감은 항소를 통해 1심 판결을 바로잡겠단 입장이다. 그는 이날 "무리한 기소가 재판에서 바로잡히길 소망했지만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왔다"며 "즉각 항소해서 바로잡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교육감 1기때 선거법 재판으로 고통받았는데 이번 3기도 재판을 하며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며 "재판이란 혹을 달고 있지만 아이들 교육에 흐트러짐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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