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캐주얼…매장 빼라" 백화점서 짐싸는 남성 정장

배정철 2023. 1. 2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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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정장 비중을 줄이지 않으면 백화점에서 매장을 빼겠다."

한 중견 패션회사 정장 브랜드 영업팀은 최근 입점해 있는 백화점으로부터 남성 정장 비중을 줄이고 캐주얼 의류를 늘리라는 압박을 받았다.

한 정장 브랜드 관계자는 "갈수록 수요가 줄어드니 알아서 비중을 줄이는 추세였는데 요즘은 백화점으로부터 캐주얼을 늘리라는 압력까지 들어온다"며 "정장을 줄이지 않으면 매장을 빼겠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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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사도 "캐주얼 늘려라" 압박
키톤·브리오니 등 3대 브랜드
백화점 단독매장 축소 잇달아
정장 안입는 회사 늘며 매출 뚝
갤럭시는 캐주얼 비중 80% 넘어


“남성 정장 비중을 줄이지 않으면 백화점에서 매장을 빼겠다.”

한 중견 패션회사 정장 브랜드 영업팀은 최근 입점해 있는 백화점으로부터 남성 정장 비중을 줄이고 캐주얼 의류를 늘리라는 압박을 받았다. 사내 복장 자율화, 재택근무가 대세가 되면서 정장 매출이 급감한 게 이유였다.

 백화점에서 사라지는 정장

패션·유통업계에선 복장 자율화 등의 확산으로 남성 정장이 내리막길을 걸은 게 2010년대 중반께부터인 것으로 본다. 그새 패션기업들은 수요 감소에 발맞춰 스스로 정장 비중을 축소해왔다.

이런 와중에 최근엔 유통회사들까지 나서 패션회사들에 남성 정장 비중 축소를 몰아붙이는 분위기다. 시장에선 정장이 퇴출당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세계 3대 정장 브랜드로 불리는 ‘키톤’ ‘브리오니’ ‘체사레 아톨리니’는 주요 백화점에서 단독 매장을 줄이고 있다. 이들은 재킷과 바지를 합쳐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대에 달하는 초고가 브랜드들이다.

브리오니의 경우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서 2021년 철수했다. 갤러리아는 압구정 명품관에서 키톤 등 럭셔리 정장 브랜드의 단독 매장을 없애는 대신 편집 매장에 포함해 다른 브랜드들과 함께 판매하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정장만으로는 매출이 잘 나오지 않아 단독 매장의 구색을 갖추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한 정장 브랜드 관계자는 “갈수록 수요가 줄어드니 알아서 비중을 줄이는 추세였는데 요즘은 백화점으로부터 캐주얼을 늘리라는 압력까지 들어온다”며 “정장을 줄이지 않으면 매장을 빼겠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한국섬유연합회에 따르면 남성 정장 시장 규모는 2016년 4조5816억원에서 2021년 4조5028억원으로 1.7% 줄었다. 코로나19 창궐 첫해인 2020년에는 이 매출이 사상 최소인 총 3조8810억원으로 쪼그라들기도 했다.

남성 정장이 수난을 겪는 건 국내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1818년 문을 연 미국의 정장 브랜드 ‘브룩스브라더스’는 2020년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서를 제출했다.

 “정통 정장은 없다”

남성 정장 브랜드들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변신하고 있다. 니트와 캐주얼 재킷의 비중을 높이고, 정통 정장은 낮추는 방식이다.

컨템포러리 브랜드는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검은색, 회색, 흰색 등 무채색 계열의 맨투맨 티셔츠와 터틀넥, 니트 계열의 옷이 대표적인 컨템포러리 의류다.

삼성물산의 ‘갤럭시’(사진)와 ‘로가디스’는 캐주얼 비중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들의 캐주얼 비중은 30~40%에 불과했다. 30~40대가 많이 입는 신원의 ‘지이크’도 캐주얼 비중을 50%까지 늘릴 계획이다.

럭셔리 브랜드 가운데는 키톤이 지난해 11월 서울 청담동 플래그십스토어를 새 단장하면서 1층에 캐주얼 의류를 대거 들여왔다. 정장은 2층으로 올리면서 여성 의류를 함께 배치해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정통 정장 브랜드도 다양한 상품을 갖춰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라며 “그나마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이 본격화한 작년을 기점으로 정장 매출 감소세가 진정된 건 다행”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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