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디지털헬스의 허들 경기

2023. 1. 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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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국제전자제품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를 다녀왔다. 최근 수년간 의학과 건강 관련 제품들이 늘어나더니 올해는 헬스케어 섹션이 별도로 마련됐다. 많은 기업들이 최신 기술과 제품을 선보였고, '헬스테크'가 올해 CES의 키워드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인기도 높았다.

이제는 제약·의료기기 업체들만이 아닌 삼성, SK, 소니 등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까지 저마다 차별화된 기술을 선보이며 디지털헬스케어 시대에 경쟁 우위를 선점하고, 신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번 박람회 동안 K기업들의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서의 선전을 직접 보며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에는 병원들도 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뛰어난 인력과 양질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연세의료원도 디지털헬스센터를 중심으로 디지털 융합 의료를 준비하고 있으며, 최근 임신 시기와 상태에 따른 산모별 맞춤형 전 주기 스마트 관리 모델 '스마트 맘 케어'를 개발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매우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돼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는 물론 지역별 의료 소외 등이 문제가 되면서 비대면 의료서비스, 실시간 건강 모니터링, 질병 예측 등 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까운 일본을 보자.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요양과 헬스케어를 접목한 서비스가 뜬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집에서 간병 데이터를 확보하고, 사물인터넷(loT) 센서가 부착된 매트리스로 수면패턴과 심장박동 등을 모니터링한다. 또한 의료서비스 접근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초진 후 재진부터는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디지털헬스케어의 궁극적 목적은 질병 예방, 만성질환자 수시 관리, 의료서비스 개선 등을 통한 인류 삶의 질 향상이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은 국가적으로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산·학·연·병 간의 융합연구를 지원하는 등 디지털헬스 시장 선점을 위해 경주하고 있다.

우리나라 디지털헬스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기술의 빠른 변화만큼 선도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의 발목을 잡는 규제들의 실효성에 대해 점검해야 한다. 국제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새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보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적인 리더(Innovative Leader)가 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것이다.

헬스케어 산업에도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할 것이다. 세계 무대에서 'K디지털헬스케어'를 선도하기 위해선 의료·공학 연구자, 기업,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잘 성장시킨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은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국가경쟁력의 한 축이 될 것이다.

[윤동섭 연세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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