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남 간 이재명 "지켜주면 지켜주겠다" 참 듣기 불편한 발언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 비리 혐의로 28일 검찰 소환을 앞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호남을 찾았다. 한 달 전 성남FC 후원금건으로 검찰 소환 통보를 받았을 때도 호남으로 향했던 그다. 호남은 민주당 텃밭이다. 지지층 결집을 노렸다는 걸 쉽게 짐직할 수 있다. 이 대표도 이 같은 의도를 숨길 생각조차 없다. 지난해 말 광주를 찾았을 때 그는 "함께 싸우자"고 했다. 26일 전북 정읍에선 "잘 지켜주시면 저도 잘 지켜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지지층 앞이라지만 이 발언은 영 듣기 거북하다. 자신을 지켜주면 당신들을 지켜주겠다는 대가성 거래를 제안한 건가, 아니면 날 안 지켜주면 당신들도 안 지켜주겠다는 겁박을 한 건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강성 지지층에게 검찰과 정부를 공격하라는 좌표를 찍어준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죄가 있으면 처벌을 받고 죄가 없으면 무탈할 일이다. 그게 바로 정의를 구현하는 법치다. 누구를 지키고 말고 할 게 없다.
무엇보다 이 대표는 "사필귀정을 믿는다"고 했다. 그렇게 자신이 있으면 묵비권 뒤에 숨지 말고 검찰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면 된다. 없는 죄를 만들어낸다거나, 정적 제거 마녀사냥이라고 외쳐봐야 국민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기소되면 당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여론조사 응답이 64%에 육박한다. 민심이 이런데도 지지층에 "지켜달라"는 노골적 요구를 하는 건 강성 팬덤에 의존하는 구태정치를 반복하겠다는 선언이다.
또 이 대표는 169명 의원 전원에게 서신을 보내 자신이 제안한 기본사회위원회 가입을 독려했다. 이재명 지키기 충성서약을 하라는 압박이나 마찬가지다. 여론의 역풍은 애써 외면한 채 당과 지지층을 방패막이 삼아 그 뒤에 숨는 건 비겁하다. 지금 이 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는 어느 것 하나 중하지 않은 게 없다. 상식을 갖춘 정치인이라면 민주당과 지지층을 개인 사법 리스크로 더 깊숙이 끌어들이는 일을 경계할 것이다. 대신 당과 분리해 스스로 무죄를 밝히는 길을 택할 것이다. 당대표 완장을 내려놓고 결자해지 결단을 할 때다. 그게 민주당과 지지층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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