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역성장 쇼크

신헌철 기자(shin.hunchul@mk.co.kr) 2023. 1. 2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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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총생산(GDP) 통계는 벨라루스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 온 사이먼 쿠즈네츠가 1934년 개발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쿠즈네츠 보고서는 미국의 국민소득이 대공황 이후 4년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고 발표해 충격을 안겼다. 루스벨트는 이 보고서에 근거해 뉴딜정책에 더욱 속도를 냈다.

GDP가 최적 지표인지 논란은 당시에도 있었지만 쿠즈네츠는 공로를 인정받아 197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한국 GDP는 1953년부터 측정됐는데 당시 13억5000만달러였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1년 명목 GDP는 1조8102억달러(약 2072조원)에 달한다. 극빈국에서 10위 국가로 우뚝 올라섰다.

하지만 성장률은 세계 97위로 떨어졌다. 한국 성장률(실질 GDP)은 1980년대까지 연 7~9%에 달했으나 최근 10년간은 3% 안팎이 주를 이뤘다. 한국은행은 작년 4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4%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2분기(-3%) 이후 10분기 만의 역성장이다.

GDP 산식을 보면 이유는 자명하다. 지출 접근에 따르면 일국의 GDP는 'C(소비)+I(투자)+G(정부지출)+NX(순수출)'로 구성된다. 한국의 경우 다른 선진국에 비해 민간소비 비중이 낮긴 하지만 대략 절반을 차지한다. 이어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 순으로 기여도가 높다.

작년 4분기를 보면 수출이 5.8%나 줄어든 데다 민간소비도 0.4% 감소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도 낮아졌다. 정부지출을 늘려 그나마 추가 하락을 틀어막은 꼴이다.

대외 여건이 워낙 안 좋으니 분기마다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다. 더 큰 숙제는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터널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KDI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올해 2%대 초반에서 계속 하락해 2040년대에는 1% 아래로 추락한다. 노동 공급이 줄어드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저출산 문제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듯 해결할 수 없다. 여성과 고령층이 노동시장에 더 활발하게 참여하도록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성장도 없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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