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진입' 현대차·기아, 실적 새역사…매출 200조시대·영업익 17兆 '사상 최대'
올해 752만대 목표 '빅3 굳히기'…수요위축 등 난제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며 사상 처음으로 연간 합산 매출 '200조' 시대를 열었다. 영업이익도 17조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 성적을 냈다. 지난해 3분기 3조원에 가까운 품질비용을 털어냈음에도 고환율 효과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증가 등이 현대차와 기아의 역대급 실적을 이끌었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판매량 빅3에 처음으로 진입한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성적을 발판 삼아 올해 빅3 자리를 굳히는 한편 752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글로벌 완성차 톱티어로 또 한번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차·기아 합산 매출 '200조 시대' 열렸다…영업익도 17조 '사상 최대'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합산 매출액은 229조865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현대차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1.2% 증가한 142조5275억원이다. 기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86조5590억원으로 23.9% 늘었다. 양사 매출액은 지난해 모두 역대 최대로 합산 2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기존 연간 합산 최대 매출액은 지난 2021년의 187조4730억원이었다.
영업이익도 17조를 크게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였다.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7% 증가한 9조8198억원으로, 사상 첫 9조원대 진입에 성공했다. 기아의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42.8% 증가한 7조2331억원을 기록했다. 양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17조529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앞선 역대 최대 영업이익은 지난 2012년 11조9629억원이었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도 현대차와 기아는 나란히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현대차의 4분기 매출액은 38조52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조3592억원으로 119.6%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8.7%다. 분기 기준 최대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 37조7054억원, 최대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2조9797억원이었다.
기아는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123.3%% 늘어난 2조624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액은 34.8% 증가한 23조1641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4.5%포인트나 상승한 11.3%를 나타냈다.
◇제네시스·SUV가 효자…'제값 받기' 정책 통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경기침체 우려 등 각종 악재에도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사상 첫 200조 매출 시대를 열 수 있었던 배경에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SUV 등 '고부가가치 차'가 있다.
지난해 현대차의 도매 판매 기준 SUV 비중은 전년 47.3%에서 51.5%로 4.2%포인트 늘었다. 제네시스 판매 비중도 전년 5.1%에서 지난해 5.3%로 0.2%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제네시스 미국 판매량은 5만6410대로 연간 최대 기록을 세웠다.
기아에서도 SUV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기아의 전체 판매량 중 SUV를 포함한 RV 비중은 지난해 4분기 77.8%로 전년 동기 57.9% 대비 19.9%포인트 높아졌다. 국내 시장의 경우 53.5%에서 55.1%로 1.6%포인트 올랐고, 미국 시장에서는 64.1%에서 73.2%로 9.1%포인트나 상승했다.
친환경차 판매량도 늘었다. 2021년 42만2000대 수준이던 현대차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지난해 50만5000대 수준으로 늘었다. 특히 전기차 판매량은 14만1000대에서 20만9000대로 크게 증가했다. 기아의 친환경차 판매는 31만5000대에서 48만7000대로 54.8% 증가했다. 그 결과 전체 판매 중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17.0%로 전년 대비 3.3%포인트 상승했다.
고환율도 현대차와 기아의 역대급 성적을 이끌었다. 최근 정상화 조짐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4분기 기준 달러·원 평균 환율은 전년 동기 대비 14.9% 오른 1359원이다.
지난해 하반기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완화로 전체 생산량이 늘어난 것도 역대급 성적을 견인했다. 하반기부터 생산량을 늘린 결과, 현대차는 지난해 394만2925대, 기아는 290만1849대를 판매했다. 각각 전년 대비 1.3%, 4.5% 증가한 수준이다.
◇현대차 432만대·기아 320만대 글로벌 '빅3' 굳히기…수요 위축 등 변수 많아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눈부신 성적을 발판 삼아 올해 글로벌 판매량 빅3 자리 굳히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432만대, 기아는 320만대의 차량을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판매량인 684만8198대보다 약 9.81%(67만1082대) 높은 수준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빅3 진입을 사실상 확정 지었다. 지난해 1~10월 기준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완성차시장에서 525만2651대를 판매하며 도요타그룹(804만4943대)과 폭스바겐그룹(649만511대)에 이어 3위에 올랐다. 2021년 5위에서 GM그룹과 스텔란티스그룹을 제치고 2계단이나 순위가 올랐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글로벌 판매량은 684만여대로 최종 3위에 올랐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지난 2010년 처음으로 빅5에 진입한 후 12년만의 빅3에 오르게 된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에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쾌속질주, 톱티어그룹으로서의 자리매김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특히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완화에 따른 생산 안정화와 전기차 등 주요 모델 판매 확대 등을 기반으로 매출액은 10.5~11.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률 목표도 6.5~7.5%로 잡았다.
전기차 판매 목표는 전년 대비 54% 증가한 33만대다. 현대차는 지난해 20만9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지난해 전체 판매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3%였는데, 이를 7% 중반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목표를 달성한다면 2021년 3% 중반대였던 전기차 비중이 2년 사이 두 배로 뛰어오른다. 지난해 16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한 기아는 올해 57% 증가한 25만대를 목표로 잡았다. 이를 통해 기아는 매출액 12.7% 증가, 영업이익 28.6% 증가, 영업이익률 9.5%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의 자신감에도 올해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선 한파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추세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일부 비인기 차종의 경우 재고가 빠르게 쌓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미국 시장에서 보조금을 못받는 한국산 전기차를 판매하는 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자동차 판매 경쟁이 심화되고 공급자 주도 시장이 종료되며 이익 모멘텀이 둔화될 것"이라며 "고금리 여파로 올해 상반기는 대기 수요가 소진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시장 장악을 지속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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