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덴버그 공격에 亞최고재벌 ‘아다니 제국’ 무너지나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최근 국제금융계 최고 이슈 중 하나는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 힌덴버그 리서치가 아시아 최고의 재벌 인도 아다니 그룹을 공격하는 것이다.
힌덴버그는 지난 25일 아시아 최고이자 세계 4위의 재벌인 고탐 아다니가 소유한 아다니 그룹이 주가 조작 및 회계부정 등 사기를 일삼고 있다는 장문의 보고서를 내고 회사 주식에 공매도를 걸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인도증시에서 그가 소유한 7개 회사의 주가가 1.5%~8.9%씩 급락했다. 이에 따라 아다니 그룹 시총이 하루 새 약 120억 달러(약 15조원) 증발했다.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하자 아다니 그룹은 성명을 내고 “불충분한 조사로 회사를 근거 없이 매도하고 있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와 아시아 최고 재벌이 정면충돌한 것이다.
이들 전쟁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블룸버그통신은 26일(현지시간) 힌덴버그가 아다니 그룹을 붕괴시키지는 못하지만 최근 국제화를 서두르고 있는 그룹의 시도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수는 있다고 전망했다.
일단 힌덴버그의 공격에도 아다니 그룹이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다니 그룹은 주로 인프라에 투자하는 기업이고, 나렌디라 모디 정부는 인도의 쾌속성장을 위해 인프라 건설이 시급하다.
따라서 모디 정부는 아다니 그룹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힌덴버그가 공격해도 아다니 그룹이 인도 내에서 사업을 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또 힌덴버그가 보유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공매도의 효과가 무뎌질 수도 있다. 인도 증시는 개도국 증시이기 때문에 공매도에 대한 개념이 아직 정립돼 있지 않다. 따라서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이는 힌덴버그의 공격을 무디게 할 것이다. 즉 힌덴버그가 공매도 공격을 한다고 해도 아다니 그룹에 치명상을 주지는 못할 전망이다.
그러나 아다니 그룹의 야망에 치명상을 입힐 수는 있다. 아다니 그룹은 최근 국제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인도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급성장한 아다니는 지난해부터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무명의 재계인사가 한때 세계 2위의 부호에 오르는 등 단기간에 재산이 급격히 불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인도의 최고이자 아시아 최고 부호는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이었다.
그러나 아다니가 암바니를 누르고 인도 최고 재벌이자 세계 4위 재벌에 오르자 아다니는 자신의 그룹을 국제적으로 키우는 야심을 품게 됐다. 해외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
아다니가 해외에 본격 진출할 경우, 국제 금융시장은 힌덴버그의 경고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힌덴버그가 아다니 그룹을 무너트릴 수는 없지만 아다니의 국제화 야망을 꺾을 수는 있다는 얘기다.
앞서 힌덴버그는 지난 25일 아다니의 사업 관행에 대해 지난 2년간 조사한 결과, 부정행위가 수없이 드러났다며 관련 자산에 공매도를 걸었다고 밝혔다.
힌덴버그는 아다니 일가가 카리브해, 모리셔스 및 아랍에미리트(UAE) 등 조세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우고 자금 횡령, 돈세탁, 탈세 등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아다니의 7개 상장 기업의 주가가 과대평가됐다며 향후 85%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힌덴버그는 설립된 지 채 5년이 안된 행동주의 펀드다. 펀드 매니저 네이트 앤더슨이 창립해 부도덕한 경영을 하는 기업을 공격하고 있다.
무명의 업체였던 힌덴버그가 월가에 널리 알려진 계기는 전기트럭 스타트업(새싹기업) 니콜라를 무너트리면서다.
힌덴버그는 2020년 니콜라가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며 이 회사의 주식에 공매도를 걸었다. 실제 창업자 트레버 밀턴은 사기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그는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힌덴버그는 월가에 널리 알려졌으며, 이후 그의 펀드는 행동주의 펀드로 큰 명성을 얻었다.
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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