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분원 '러시' 수도권 6000병상 추가…의사 증원 이어질까

박정연 기자 입력 2023. 1. 27. 16: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수도권 대형병원들이 연이어 분원설립 계획을 내놓으면서 병상 확충에 나서고 있다. 병상이 늘어나는 만큼 의료인력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논의 중인 의대정원 확대 안건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급종합병원들의 분원설립 추진계획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상반기 경기 시흥시에 800병상 규모의 시흥배곧서울대병원 착공에 돌입한다. 서울아산병원도 하반기 인천 청라지구에 800병상 규모의 서울아산병원청라 착공이 예정됐으며 가천대 길병원은 내년 초 경기 위례지구에 1000병상 규모 분원 착공을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분원설립 의지를 지속적으로 내비쳤던 대형병원들의 분원설립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인천 청라지구에 눈독을 들였던 인하대병원은 경기 김포시에 700병상의 분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수년 동안 분원설립 논의가 이뤄졌던 아주대병원은 경기 평택시과 파주시에 각각 500병상의 분원 설립 계획을 공식화했다. 산하 3개 병원을 운영 중인 고려대의료원도 경기 과천시와 남양주시에 각 500병상 규모의 산하병원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착공한 800병상 규모의 송도세브란스병원까지 더하면 10년 내 수도권에만 6000개 이상의 병상이 추가된다.

병상이 대거 확충되면서 대형병원의의 의사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의 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 따르면 500병상 이상을 운영해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의 적정 의사 수는 연평균 1일 입원환자 10명당 1인 이상이다.  201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 의하면 상급종합병원의 병상 가동률은 98.4%이다. 입원환자를 보지 않는 의사까지 고려하면 병상 수의 약 10%에 해당하는 의사 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재 추진 중인 대형병원 분원이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노리지 않아도 최소 수백 명의 의사 수요가 발생한다.

보건의료계 일각에선 병상 수가 급증하면서 곧 의사인력이 부족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최근 10여년 간 한국의 병상 수는 30% 넘게 증가했는데 의사 인력 확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수도권 대형병원 분원설립 움직임은 의대정원 확대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정부는 2020년 국가별 인구 대비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근거 등을 들며 의대 정원 증원 논의에 불을 붙였다. 지난해 말 기준 한의사를 제외한 국내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2.1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 3.7명의 절반 수준이다. 수년 내에 신규 대형병원이 줄지어 들어서면서 실제 의료 이용인구가 늘어나면 인력 부족 체감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대형병원 분원설립 움직임이 당장 의사 인력난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소장은 “상급종합병원이나 이에 준하는 대형병원은 입원과 수술 등 다양한 진료가 이뤄지는 특성상 의사보다는 간호사 인력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며 “의료인력 수급 전반에 관한 문제는 정부와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와 의협은 전날 의대정원 확대와 필수의료 확충을 포함한 의료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의정협의체를 재가동했다. 양측은 매주 회의를 열고 지역의료 지원책 개발, 필수의료 육성 지원,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 다양한 사안을 다룰 예정이다. 우 소장은 “정부와의 대화는 단기과제와 중장기 과제로 나눠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단기적인 해결과제로는 비대면진료와 필수의료 관련한 문제가 꼽히며 의대정원 확대는 중장기적 과제로 설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