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n스토리] 어렵게 밟은 남녘 땅…30대에 고교 졸업한 탈북민

최은지 2023. 1. 2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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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에서 태어난 김미향(34·여)씨는 기억도 희미한 유치원생 때부터 간호사를 꿈꿨다.

김씨가 12살이 됐을 무렵 장교인 아버지가 제대하며 그 꿈도 사그라졌다.

우리나라 문화와 언어를 배우던 도중 "여러분도 대한민국 국민이니 당연히 대학에 갈 수 있다"는 한 교수의 말이 김씨의 귀를 번쩍 뜨이게 했다.

이 학교에서는 부부 동문인 김종본(70·남)씨와 조순화(70·여)씨도 나란히 고등학교와 중학교 졸업의 꿈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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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천중고 다음달 2일 졸업식…졸업생 392명 평균 60대
남인천중고 졸업하는 북한이탈주민 김미향(34·여)씨 [김미향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북한 평양에서 태어난 김미향(34·여)씨는 기억도 희미한 유치원생 때부터 간호사를 꿈꿨다.

김씨가 12살이 됐을 무렵 장교인 아버지가 제대하며 그 꿈도 사그라졌다.

전역한 군인은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침에 따라온 가족이 황해북도로 터전을 옮겨야 했다.

황해도 시골은 수도 평양과 달리 식량도 잘 배급되지 않았다. 끼니 잇기도 어려울 만큼 집안 형편이 기울며 김씨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고등학교 과정을 채 마치지 못하고 이모 집에서 더부살이하던 김씨는 "중국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브로커의 말에 어렵사리 모은 돈을 내고 중국 길림성으로 넘어갔다.

들은 말과 달리 김씨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겨우 25살 나이에 현지 남성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웠다.

김씨는 27일 "어려운 생활에 휴대전화도 없이 3년을 살다가 겨우 기기를 사게 됐다"며 "새로 산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하다 보니 남한으로 넘어갈 수 있는 루트나 브로커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떠올렸다.

그는 중국 땅에서 5년간 타향살이를 한 뒤에야 2019년 초 태국을 거쳐 대한민국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돌이 갓 지난 아이와 함께였다.

모든 게 낯선 남녘에서 김씨는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이하 하나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우리나라 문화와 언어를 배우던 도중 "여러분도 대한민국 국민이니 당연히 대학에 갈 수 있다"는 한 교수의 말이 김씨의 귀를 번쩍 뜨이게 했다.

석 달간 하나원 교육을 듣고 퇴소한 김씨는 검정고시 학원에서 1년을 공부했지만 낮에는 아이를 돌보고 밤에 공부하는 힘든 환경에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생활비와 학원비 걱정에 선뜻 다시 책을 잡지 못한 그에게 마침 한 지인이 성인도 다닐 수 있는 남인천중·고등학교를 소개했다.

2021년, 그의 나이 32살에 새로운 배움의 시작이 그렇게 찾아왔다.

그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학교 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유치원을 다녀온 아이를 돌보며 고교 생활을 마쳤다. 얼마 전에는 부천대학교 치기공과에도 합격해 새내기 생활을 앞두고 있다.

김씨는 "이 학교에서 '일단 시작하면 뭐든 할 수 있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다"며 "더 분발해서 제가 하고픈 목표를 끝까지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고교 졸업 앞둔 이재준(69·남)씨 [남인천중고등학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학교에서는 부부 동문인 김종본(70·남)씨와 조순화(70·여)씨도 나란히 고등학교와 중학교 졸업의 꿈을 이룬다.

5천시간 이상 자원봉사왕으로 초등학교 동창과 입학해 고교 졸업을 앞둔 이재준(69·남)씨, 최고령 중학교 졸업생으로 평택과 인천을 오가며 공부한 이영자(81·여)씨도 학생들의 귀감이 됐다.

1984년 학생 7명으로 출발한 인천시 미추홀구 남인천중·고교는 저소득층 자녀와 만학도들이 중·고교 정규 과정을 배울 수 있는 학교다.

이 학교는 다음 달 2일 오전 중학교 155명과 고교 237명 등 학생 392명의 졸업식을 3년 만에 대면으로 연다. 중학교 졸업생의 평균 연령은 66세, 고교 졸업생의 평균 연령은 64세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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