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부 상태’ 빠진 아이티, 경찰마저 거리서 무장 시위···수도 포르토프랭스 마비
극심한 갱단 폭력과 경찰 살해에 항의
지난해 대통령 살해 후 무정부상태 혼란 지속
갱단의 폭력과 전염병 확산 등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중남미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에서 경찰마저 정부를 성토하는 무장 시위에 나섰다. 수도 포르토프랭스는 치안 기능이 마비됐다.
AP·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26일(현지시간) 무장한 전·현직 경찰 수백여명이 포르토프랭스 거리를 봉쇄하고 공항과 총리 관저를 공격하는 등 하루 종일 긴장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최근 잇달아 발생한 갱단의 경찰관 살해 사건에 격분해 이 같은 시위를 벌였다.
경찰 시위대는 사복 차림에 방탄조끼와 헬멧, 방독면 등을 착용하고 공중에 총을 쏘거나 타이어를 태우며 일대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시위대 중 일부는 아리엘 앙리 총리 관저로 몰려가 문을 부수며 거세게 항의했다. 또 다른 무리는 중남미·카리브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의 참석 차 아르헨티나를 찾았다가 이날 귀국한 앙리 총리를 만나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앙리 총리는 시위대로 인해 일시적으로 공항에 갇혀 있다가 관저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총리 관저 인근에서 총격 소리가 들렸다고 보도했다.
무장 시위를 벌인 아이티 경찰들은 무기 보강 요구를 거부하는 등 갱단에 미온적으로 대처해온 총리와 경찰 지휘부를 성토하며 이들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아이티에서는 지난주에만 최소 11명의 경찰관이 살해되는 등 갱단의 폭력이 심각한 상태다. 장 미르틸 경찰청장은 현지 라디오에 출연해 “당시 갱단은 경찰관들을 사무실에서 끌어내 처형했다”고 말했다고 AFP가 보도했다.
갱단이 경찰관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기도 했다.
아이티 인권단체 국가인권수호네트워크(RDDH)는 성명을 내고 2021년 7월 앙리 총리 집권 이후 매달 평균 5명씩 78명의 경찰관이 살해됐다고 밝혔다. 유엔은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60%가 갱단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카리브해 최빈국인 아이티에서는 지난해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당한 이후 무정부 상태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갱단 폭력에 따른 치안 악화 뿐만 아니라 물가 급등, 에너지 부족, 콜레라 창궐 등으로 행정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최근에는 마지막 선출직 공무원이었던 상원 의원 10명의 임기가 종료되며 입법부 공백도 생겼다.
유엔은 아이티에 다국적군을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헬렌 라 리메 유엔 아이티 특사는 전날 “국제적인 지원 없이는 아이티 경찰이 범죄 조직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며 다국적군 투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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