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제화 ‘미흡’…재검토 필요
“‘자율규제’ 바람직…사특법도 개정해 보완”
한국게임정책학회는 지난 26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베어드홀 103호에서 ‘게임법 개정안과 이용자보호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선지원 광운대 법학부 교수가 ‘확률형 아이템 공개 관련 게임산업법 개정안에 대한 법적 검토’, 이정엽 순천향대 한국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법안과 이용자 보호’를 주제로 발표했다.
두 교수는 공통적으로 현재 국회에서 추진 중인 확률형 아이템 확률정보 공개 의무화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다만 방향성은 사뭇 달랐다. 선 교수는 규제의 불명확성과 과도함을 근거로 게임산업계가 시행 중인 자율규제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밝혔고 이 교수는 확률정보 공개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며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사특법)을 함께 개정해 ‘약한 사행성’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선 교수는 법적 규제보다 자율규제로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현재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법안 중 이상헌 의원이 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개정안을 토대로 ▲확률형 아이템의 정의 규정 ▲확률 표시 의무의 적정성 ▲규제 실효성 확보 등의 측면에서 관련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해당 법안의 정의 규정이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확률형 아이템의 상위 개념인 ‘아이템’의 개념이 불분명하고 법안에서 규정하는 ‘직간접적으로 유상으로’라는 확률형 아이템의 범위도 명확하게 확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우연적 요소’ 역시 해석에 따라 범위가 달라진다는 의견이다.
그는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모호하고 불명확한 용어를 채택하고 있어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라고 검토했다.
또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확률공개의 필요성이 존재하지만 모든 광고 선전물마다 이를 표기하게 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고 봤다.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도 광고나 게임물의 처음 부분에 확률을 공개하는 것보다 현행 자율규제처럼 실제 이용자가 구매하는 행위를 할 때 확률을 공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명확하지 않은 정의와 불가능한 확률공개 방식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공개의 적정성에 대한 판단 주체와 기준을 정의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정 상품이나 아이템이 확률형 아이템에 해당하는지, 확률 공개 대상인지에 대해 판단하고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확률형 아이템의 개념 정립, 콘텐츠의 다양한 이용방식과 아이템의 다양한 구매 방식에 대하 규제권자가 모든 정보를 알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규제의 효과성조차 의문인 상황에서 규제로 인해 달성하고자 하는 편익보다 규제로 인해 침해되는 기업의 자율성 등의 가치가 크다면 해당 규제는 반드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라며 “불명확성 자체가 게임 콘텐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직접적인 규제의 어려움을 가리키는 부분으로 자율규제의 타당성을 생각할 수 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반면 이정엽 교수는 근본적인 보호를 위해서는 사특법과 게임법의 동시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확률정보 공개만으로는 소비자 보호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유다.
그는 확률형 아이템 자체보다는 게임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판단했다. 확률형 아이템이 현금과 결부되거나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된 게임 구조다. 이는 이용자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결제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게임 밸런스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확률형 아이템은 지속적인 결제를 유발하지 못한다고 봤다.
그는 “게임 머니로 여러 아이템이나 카드 등을 살 수 있으나 그 힘은 캐시 아이템에 미치지 못한다”라며 “이용자는 게임 머니만으로는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는 것을 깨닫고 보석 등의 캐시 아이템을 구매하고 구매한 캐시 아이템의 대부분은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는데 사용한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정보 공개로는 과도한 현금 결제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또 일각에서 주장하는 잠수함 패치 등 게임회사의 확률 조작 행위를 근본적으로 근절할 수도 없다고 이 교수는 내다봤다.
이에 그는 사특법을 함께 개정해 확률형 아이템과 같은 사행심을 다소 유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규정하는 노력이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법률상 재산상의 이익이나 손실을 유발하지 않는 확률형 아이템은 사행성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를 재규정해야 근본적인 이용자 보호가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공개 자율규제는 정부의 행정적 어려움과 입법규제를 막기 위한 업계의 타협 결과”라며 “확률공개로는 이용자 보호가 근본적으로 이뤄질 수 없고 이용자의 근본적인 보호를 원한다면 사특법과 게임법의 동시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확률형 아이템은 일정 확률에 따라 특정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아이템의 능력을 강화하는 등의 효과를 지니는 상품들을 의미한다. 국내 게임회사들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하고 있다. 다만 과도한 결제 유도, 확률정보의 불투명성 등이 지적되며 관련 규제의 필요성이 지속해 제기됐다. 국내 게임산업계는 지난 2015년부터 자율규제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정보를 공개하고 세 차례에 걸쳐 규제 강령을 개선하며 정보공개 범위와 방식 등을 개선했으나 여전히 일각에서는 불충분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수 차례 발의된바 있으며 현재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5개의 관련 법안을 병합 심사하고 있다. 오는 30일에도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검토할 예정이다.
이재홍 학회장은 이번 토론회에 대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넘지 못한 게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다시 논의된다고 한다. 금번에는 게임법 개정안이 순조롭게 처리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접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그 이면에 산업계 일각에서 들려오는 볼멘소리들을 우리 학회는 외면할 수 없었다. 국가도 좋고 이용자들도 좋고 산업계도 좋은 법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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